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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ditor’s letter] 궁중채화 명인

궁중채화(宮中綵華)란 왕실 연희나 의례에 쓰이던, 비단과 모시 등으로 만든 가짜 꽃(假花)을 뜻합니다. 천연 재료로 염색한 옷감을 하나하나 잘라 동전만한 꽃을 만들고 송화가루에 꿀을 개어 좁쌀만한 수술까지 붙이죠. 녹이 슬까 봐 철사 대신 가는 대나무를 사용하고요. 손톱만 한 꽃잎 하나하나를 인두로 다려 오그라뜨리며 “표정을 낸다”고 하더라고요.

이 궁중채화를 지난 50년간 연구·복원해온 분이 황수로(본명 황을순·78) 한국궁중채화연구소장입니다. 문화재청은 올 1월 궁중채화를 새로운 중요무형문화재(제124호)로 추가하고 황 소장을 기능보유자로 지정했죠. 그의 작품은 4월 밀라노가구박람회에서 열린 ‘한국 공예의 법고창신’전에서도 호평을 얻었습니다.

5월 29일 오후 서울 동빙고동 한 한식집에서 이를 축하하는 자리가 마련됐습니다. 전통 문화 발전을 위해 소리 없이 정진하고 계신 여러분이 자리를 함께했습니다. 황 소장은 직접 담근 모과주를 한 잔씩 권했고 하객들은 대추호두죽부터 봄나물 무침으로 이어지는 소담한 접시들을 넙죽넙죽 비웠습니다. 색동 저고리를 예쁘게 차려 입은 궁중 무용수들의 춤에 이어 “계속 예쁜 꽃을 만들어 달라”는 장사익 선생의 절창 ‘찔레꽃’과 ‘동백아가씨’까지 율동과 선율이 가득했죠. 꽃과 술과 음식과 노래와 춤, 무엇보다 좋은 사람들과의 담소가 어우러진 완벽한 종합예술무대였습니다. 흔치 않은 귀한 초여름밤은 그렇게 흘러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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