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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 임성한이 만든 참으로 별난 세상 지구별에 있는 거 맞아?

평소 ‘막장 드라마’를 일부러 찾아보진 않는다. 하지만 몇 달에 한 번 MSG와 햄·소시지 가득한 부대찌개가 당기듯, 가끔은 ‘욕하면서 보는’ 드라마가 궁금해질 때가 있다. 임성한 작가의 새 드라마라면 특히 그렇다.

임 작가는 ‘보고 또 보고’ ‘인어아가씨’를 거쳐 ‘왕꽃선녀님’ ‘아현동마님’ ‘하늘이시여’ ‘신기생뎐’ 등 발표하는 드라마마다 높은 시청률을 올려 히트작 제조기로 불린다. 시청률이 임 작가의 ‘빛’이라면 ‘그림자’도 있다. 무속 신앙에 대한 집착과 황당한 내용의 상상 장면이 그것이다. 무엇을 상상하든 그 이상을 보여줬던 그의 드라마는 항상 ‘막장’ 논란의 한가운데 있었다.

그런 만큼 방영 2주째를 맞는 그의 신작 ‘오로라 공주’는 어떨까, 호기심이 살짝 동했다. 개연성 부재와 상투성 심화로 인한 한국 드라마의 질 저하, 반(反)가족적 가치 확산, 전파 낭비 등 그동안 막장 드라마에 쏟아졌던 비판은 잠시 접기로 했다. 그보다는 네티즌들이 야유 반 감탄 반으로 ‘임성한 월드’라 이름 붙인 특유의 괴이한(!) 정서를 가감 없이 느껴보기로 했다.

임 작가의 최근작들에 대해 일부 네티즌들은 막장보다는 ‘안드로메다’나 ‘4차원’으로 분류한다. 과연 여배우들이 한복 차림에 대머리 가발을 쓰고 엽기춤을 췄던 ‘아현동마님’, 귀신에 빙의한 등장인물 눈에서 레이저빔이 나오던 ‘신기생뎐’을 능가하는 뭔가가 ‘오로라 공주’에 있을 것인가(아직도 포털사이트에 ‘신기생뎐’을 입력하면 연관검색어가 ‘레이저빔’일 정도로 인상은 강렬했다).

첫 회부터 ‘임성한 월드’의 특징은 뚜렷했다. ‘오로라 공주’의 주인공은 신비에 싸인 베스트셀러 작가 황마마(오창석)와 오만방자하기 이를 데 없는 부잣집 고명딸 오로라(전소민). 같은 한국인이라고 보기에 이름들이 참 별나다. 그런 시청자들의 뜨악함을 미리 알기라도 했다는 듯 오로라는 “이슬 로(露)에 비단 라(羅)”라며 자신의 이름이 국산임을 분명히 한다.

오로라의 오빠들 이름은 왕성·금성·수성, 엄마 이름은 사임당이다. 마마의 세 누나는 시몽·미몽·자몽이다. 뭐 이름이야 ‘인어아가씨’의 은아리영부터 ‘보석비빔밥’의 비취·루비·산호까지 전작들에서도 워낙 특이한 게 많이 나왔으니 그렇다 치자.

압권은 마마의 세 노처녀 누나들이 잠든 남동생의 침대에 둘러앉아 한밤중에 반야심경과 주기도문을 연달아 외는 장면이었다. 나도 모르게 ‘헉’ 소리가 나왔다(상상해보라, 이 얼마나 이상야릇하고 괴이쩍은 분위기인지). 이에 비하면 바람난 남편 금성(손창민) 때문에 뒤집힌 속을 달래려 강숙(이아현)이 밤중에 목탁을 두드리는 건 애교다.

상상 장면도 빠지지 않았다. 오로라가 사귀는 남자 어머니의 삐져나온 콧털을 손톱가위로 잘라내는 장면, 왕여옥(임예진)이 쌀밥 투정을 하며 까탈 부리는 의붓딸 주리(신주아)의 머리를 꽃다발로 사정없이 내려치는 장면 등이 상상임을 주장하며 갑자기 툭 튀어나올 때도 웃어야 할지 찡그려야 할지 가늠이 어렵긴 마찬가지였다.

좋게 말해 깨알 같고 나쁘게 말하면 뜬금없는 ‘생활 정보’가 인물 간 대화에 등장하는 것도 여전했다. 비듬 제거엔 계란 흰자를 거품 내 감으면 효과가 있다느니, 무쇠솥을 녹이 나지 않게 간수하려면 콩기름을 발라 불에 달구면 된다는 내용은 주부들이 많이 보는 일일극이라는 특성을 감안한 것일까. 하기야 딸기를 칫솔로 하나하나 깨끗이 씻어 내놓는 게 여성의 상식임을 강조하던 ‘인어아가씨’도 있긴 했다. 할리우드 B급 영화처럼 이상해 보이는 설정들은 캐릭터를 설명해주거나 다가올 미래에 대한 복선처럼 보이진 않았다.

그래서였을까, ‘신기생뎐’이 SBS에서 방영됐던 2011년 한 네티즌은 이런 글을 남겼다. “(임성한 작가의 드라마는) 어디가 되든 그 끝은 안드로메다로 향한다.”

뭐, 천편일률적인 드라마 사이에서 자기 색깔을 뚜렷이 갖는다는 게 전략상 나쁘진 않을 터다. 그런데 ‘오로라 공주’를 한밤중에 다시보기 서비스로 보던 중 불현듯 이런 생각이 들었다. 나야 그렇다 치고 평일 저녁 7시15분에 이런 ‘4차원 드라마’를 접하는 사람들은 어떤 느낌일까. 시청률이 10%를 넘었다는데 ‘임성한 월드’에 자발적으로 참여하는 사람들의 속내가 진정 궁금하다. ‘임성한 월드’ 주인의 속내가 궁금한 건 물론이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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