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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만강 유역에 인구 300만 도시 건설 한반도 프로젝트에 남은 인생 바칠 것”

김석철 1943년 함경남도 안변에서 출생. 경기고, 서울대 건축과를 졸업한 뒤 당시 건축계의 양 거두 김중업·김수근으로부터 사사했다. 60년대 말 종묘~남산 재개발과 여의도 개발 마스터플랜 등 대규모 도시개발에 참여했고 70년대엔 서울대 관악캠퍼스와 경주 보문단지, 한강 개발 계획안을 입안했다. 예술의전당과 제주영화박물관, 성신여대 운정그린캠퍼스도 그의 작품이다. 92년 제1회 한국건축문화대상을 받았고 2004년엔 올해의 건축인상을 수상했다. 현재 아키반건축도시연구원 대표를 맡고 있다.
이기웅 이사장은 “이제야말로 나라의 미래를 열어갈 큰 도시설계, 디자인이 필요한 때”라고 역설했다. 이에 따라 국내 도시설계 원로인 김석철(70·사진) 명지대 석좌교수를 만나 구체적인 방법론을 들어봤다. 29세에 여의도 국회의사당 설계에 참여했고 한강·남산 개발 등 대규모 개발계획을 주도했던 김 교수는 최근 『한반도 그랜드 디자인』이란 책을 내고 한국을 대륙국가·해양국가이자 아시아의 허브로 만드는 원대한 시나리오를 제시했다.

국내 도시설계 최고봉, 김석철 명지대 석좌교수

-투자용이 아닌 진짜 살 집을 원하는 이들이 늘고 있다. 이들이 집 지을 때 가장 고려해야 할 점은.
“요즘 사람들이 단독주택을 원하는 건 아파트에 질려서 그러는 거다. 정작 우리에게 필요한 건 공동체, 이웃, 그리고 마을이다. 유럽의 아름다운 도시들이 대개 소도시인 건 그 때문이다. 그러나 이런 공동체 소도시를 만드는 데는 시간이 필요하다. 베네치아는 초기단계 건설에만 300년이 걸렸다. 반면 강남은 20년 만에 급조한 거다.”

-전국에 수십 층짜리 고층 아파트 천지다. 100년 뒤 이 건물들은 어떻게 될까.
“철거될 것이다. 영국에선 철거를 강제하도록 법제화되어 있다. 재건축하면 높은 세금을 물린다. 사실 고층 아파트는 문제가 많다. 우리가 산 위에 올라가면 멀쩡한 사람도 얼 만큼 춥다. 10층 아파트만 돼도 추운데 거기 살 수 있는 건 에너지로 버티기 때문이다. 에너지 과소비 구조다. 특히 중소도시에 대형 아파트 짓는 건 바보 같은 짓이다. 평지에서 살면 되는데 일부러 산꼭대기에 올라가 사는 거다. 경관도 훼손하고….”

-유럽은 아름다운 건축물이 문화유산이 된다. 도시계획위원회는 어떤 역할을 하나.
“유럽에선 시민위원회가 그 역할을 한다. 유럽에서 도시계획 허가를 두세 번 받아봤는데 심사위원들이 전부 지식인이더라. 경제학자, 세계적인 화가나 소설가, 역사가 등이 참여하고, 그 도시에 가장 오래 산 주민도 끼어있다. 20명 심사위원 중 건축가는 2명뿐이었다. 베네치아에서 한국관을 지을 때, 시인·작가이자 시의회 원로인 한 심사위원이 ‘50년 뒤 이 건물이 어떻게 될 걸로 예상하고 설계했나’라고 질문하더라. 진땀을 흘렸다. 허가받는 데 2년이 걸렸다.”

-도시계획에서 가장 핵심적인 가치는.
“역사다. 도시계획에서 가장 큰 힘은 문화인데, 그 문화가 바로 역사인 거다. 둘째는 지리다. 베네치아에서 1주일 중 닷새를 여행하며 돌아다녔는데, 처음엔 다 비슷해 보이더니 수십 개 도시가 다 다르더라. 역사와 지리가 달라서다. 셋째는 인간이다. 한 집단이 오래 함께 살다 보면 잠재의식이 생긴다. 그래서 같은 나라라도 지방마다 고유한 색깔이 생긴다.”

-세종시를 살리려면 어떻게 해야 하나.
“세종시가 중부권 이남에서 한반도의 중심도시가 돼야 한다. 서울대를 없애는 대신 국립대를 통합해야 한다. 국립대 본부를 세종시에 두고, 1·2학년생은 전부 그곳 기숙사에서 지내게 한다. 그리고 3·4학년생은 파리 1·2·3대학처럼 지역별로 1·2·3대학에 보내는 거다. 또 세종시에 다국적 대학을 세우고 대전의 과학벨트와 연계해 교육과학도시로 만들어야 한다. 국회도 분원을 세종시에 세워야 한다.”

-최근 『한반도 그랜드 디자인』이란 책에서 국가 미래를 위한 3대 구상을 밝혔다.
“지금 우리 상황은 열강에 포위됐던 100년 전과 흡사하다. 중국이 점점 강력해지고, 러시아도 강해지고 있다. 미국과 일본의 영향력이 줄어든 것도 아니다. 우리의 돌파구는 동아시아가 하나가 되는 경제공동체에서 찾아야 한다. 그냥 같은 민족이니 남북이 합치자는 주장이 아니다. 나는 보수주의자다. 대한민국이 살기 위한 전략으로 남북이 합쳐야 한다는 거다. 그래서 나온 게 ‘한반도 3대 프로젝트’다.”

-3대 프로젝트의 첫 번째가 두만강 개발이다.
“두만강 일대는 한반도에서 가장 중요한 요지다. 김종서 장군이 세종대왕에게 ‘두만강을 잃으면 바다를 잃지만 두만강을 차지하면 중국을 봉쇄할 수 있다’고 했던 곳이다. 지금 두만강은 만주철도와 중국횡단철도·시베리아철도가 서로 만나는 곳이다. 또 자원 매장량이 세계 최대인 중앙아시아 국가들이 세계로 진출하려면 이곳을 통해야 한다. 일본 역시 두만강을 뚫으면 모스크바까지 바로 갈 수 있다.”

-그런 두만강을 어떻게 개발하나.
“두만강과 굴포 사이에 베네치아만 한 늪지대가 있다. 훈춘부터 이곳까지 수로가 뚫려 있다. 중국·일본·러시아와 남북한이 공동으로 투자를 추진 중인 시베리아 가스관도 통과할 수 있는 지점이다. 여기에 인구 300만 명의 에너지 도시를 세우고, 문화교육도시로 발전시키는 것이다. 우리 대통령이 중국과 러시아를 설득하면 바로 이뤄질 수 있다.”

-두 번째 프로젝트로 인천에 공항도시를 세우자고 했는데.
“인천 송도와 영종도 국제공항 사이에 삼각형 꼴의 섬이 있다. 여기에 거대한 공항도시(시장도시)를 만드는 거다. 다국적기업들을 유치해 연간 20조원을 거둬들이는 밀라노 같은 도시를 만들면 세계적인 디자인과 컨벤션(행사)의 메카가 될 수 있다. 또 인천에 시장도시를 만들면 베이징과 상하이·도쿄·오사카를 모두 커버하는 물류중심지가 된다.”

-세 번째 프로젝트로 거제·가덕도 신공항과 부산 크루즈항 건설을 제안했다.
“우리 남해안 일대와 일본 오사카, 중국 항저우만까지 인구를 합치면 1억 명에 달한다. 허브공항이 필요하다. 800만 평은 돼야 한다. 그러나 중국 상하이 공항은 확충을 하기 어렵고 일본 관서 지방도 그만한 부지가 없다. 내가 거제도에 삼성중공업 본사를 설계했는데, 그곳은 파도가 거의 없다. 이 거제도와 가덕도 일대에 공항을 지으면 된다. 그 다음 필요한 게 떠다니는 호텔산업인 크루즈다. 부산~오사카~상하이 라인이 가장 이상적이다. 그 기항을 부산 신항에 둔다. 거제·가덕도 공항과 부산 크루즈항을 연결하면 세계 최강의 조합이 된다. 우리 남해안 일대가 프랑스에서 가장 잘사는 남부 해안처럼 된다. 이 구상은 대통령만 오케이하면 안 될 게 없다.”

-건축가로 살아오며 아쉬운 점은.
“노무현 전 대통령이 아제르바이잔 바쿠의 도시개발계획을 따냈다. 그리고 내게 일을 맡겼다. 하필 그때 암과의 투병이 시작돼 일의 진척이 더뎠다. 노 대통령이 수시로 ‘바쿠, 어떻게 돼갑니까’ 물었다. 그런데 정권이 바뀌면서 없던 일이 돼버렸다. 또 하나는 공자가 태어난 중국 취푸시 개발계획이다. 성사 직전 중국 최고 지도부가 취소해 버렸다. 이제 두만강 프로젝트에 남은 인생을 바치고 싶다.”

-인생이란 무엇일까.
“어제 아널드 토인비가 80세 때 쓴 글을 읽었다. ‘삶과 죽음에 대해 아직도 모르겠다’고 써있더라. 내가 요즘 많이 아프다. 방사선 치료를 규정량의 두 배 넘게 받고 있다. 죽음을 실감하게 된다. 스테로이드를 먹으면 약간의 환각 상태까지 간다. 어떨 땐 아침에 안 일어났으면 좋겠다는 생각까지 든다. 그럴 때 삶을 생각해 보면, 인생이란 초등학교 때부터 지금까지 기억나는 시간들의 집적 아닐까 싶다. (눈시울을 훔치며) 사흘 전에 창덕궁에 갔다. 철쭉이 처참하게 지고 있더라. 그러함을 느끼는 시간들, 서로 의미가 연속되지 않는, 끝없는 시간들의 집합이 삶인가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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