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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성장 시대의 추억은 잊어라

일러스트 강일구
글로벌 경제가 2008년 금융위기 이후 유럽 재정위기, 선진경제의 고령화에 따른 구조적인 성장동력 상실로 고통받고 있다. 이런 중에 투자자들의 안전자산 선호 심리 강화로 국채금리가 역사적 저점에 이르는 등 더 이상 안전자산이 안전하지 못한 극단적인 수준에 이르렀다. 미국·유럽·일본 등 선진국의 양적 완화라는 끝도 없는 유동성 살포를 통한 자산가격의 상승은 과거로의 회복에 대한 기대감을 높이기도 한다. 하지만 고용이나 기업 실적 같은 경제의 본질적인 개선보다는 화폐가치 하락을 반영하는 가격 상승일 뿐 지속성에 대한 신뢰도는 떨어진다. 이런 투자환경의 변화는 위기 이전 고성장 시대의 투자환경과 대조되는 것이다. 대부분의 투자자들은 아직도 과거의 성공 경험을 염두에 두고 투자 기회를 찾고 있다. 그러나 자신의 최근 1년간 투자 성적에 만족할 수 없다면 변화하고 있는 투자환경과 이에 대한 적응을 고민할 시점이다.

증시 고수에게 듣는다

거액 자산가들, 안정적 수익 추구 경향
60대 중반의 대기업 퇴직 임원인 A고객은 유동성 확보를 가장 우선으로 하는 투자에 대해 상담을 요청해 왔다. 반대로 벤처기업을 경영하는 40대 중반의 B고객은 단기적인 이익실현은 어렵더라도 큰 수익을 추구해 보고 싶다며 바이오 등 신흥 업종에 대한 투자 전망을 문의해 왔다. 과연 현시점에 가장 적합한 투자전략은 어느 것일까.

‘시장을 이기는 투자’라는 명제는 투자자들의 영원한 목표다. 하지만 경제 상황에 따라 기대하는 수익률 수준은 달라질 수밖에 없다. 외환위기 이전 고성장이 당연시되던 시절 은행의 확정금리는 지금의 배가 넘는 수준이었다. 당연히 위험자산에 대한 투자는 원금손실 가능성에도 불구하고 큰 이익을 기대해야 했다.

그러나 각 분야에서 저성장이 일반화된 요즘은 물가는 디플레이션을 걱정할 정도로 안정적이다. 굳이 과도한 위험을 감수해야 하는 고수익에 대한 매력이 떨어진 것이다.

이런 투자자의 수익에 대한 기대 변화는 투자목표가 위험을 감수한 시장수익을 초과하는 고수익에서 안정적 현금 흐름을 요구하는 것으로 바뀐 것을 의미한다. 특히 안전자산으로 분류되는 은행예금과 채권의 세후 수익률이 2%대로 낮아진 이후에는 오히려 안정적 투자 자산의 선택 대상이 더 다양해졌다고 볼 수 있다. 변동성이 낮은 투자자산 중 고정적인 수익을 내는 대상은 해외채권, 주식과 부동산 등 범위가 넓어진 상태다. 물론 이런 흐름이 자산의 가격 상승으로 이어지면서 점차 매력이 감소하고는 있지만 주식시장에 상장된 자산을 예로 보면 최근의 배당주, 통신주, 인프라 펀드의 강세는 안정적 수익을 추구하는 결과로 볼 수 있다.

실제로 최근 거액자산가들의 관심은 과거 고위험ㆍ고수익의 성장 일변도 투자패턴에서 자산가격의 안정성, 일정한 현금 흐름을 고려해 안정적인 수익을 추구하는 방향으로 변하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

혁신 기반으로 한 투자 기회는 여전
이런 투자패턴의 변화가 가져올 시장의 변화와 별도로 실전투자에서는 다양한 성공 기회가 남아 있다. 수익 추구가 안정적 성공의 기준이라면 저성장 시대를 극복할 소프트웨어ㆍ바이오 산업과 같은 혁신을 기반으로 하는 투자 기회도 상존하고 있다는 것이다.

물론 이런 투자 대상이 현금흐름 창출까지 이어지지 못할 수도 있다. 막대한 수익을 내는 ‘꿈의 주식’에 대한 투자는 성공 확률에 대한 투자이기 때문에 사전에 성공을 확신할 수는 없다. 하지만 10년 전의 애플이나 구글을 상상해 보면 혁신을 기반으로 하는 대상에 대한 투자는 성과 면에서 덧셈이 아닌 곱셈의 논리가 작용하는 것을 알 수 있다.

실제 고객 가운데 벤처기업을 통해 부를 이룬 창업주들은 또 다른 성장에 기반한 투자 기회를 찾는 노력을 계속하고 있다.

투자의 세계에서 성공의 논리는 시대와 지역, 환경 변화에 따라 다양한 내용을 포함하고 있다. 어찌 보면 성장이냐 가치냐의 선택 같은 이분법적인 사고는 제한된 시간 내의 것일 수밖에 없다. 한때의 성공요인이 실패요인으로 변화하고 시간이 흐른 후에는 다시 기회가 되는 순환적 흐름을 이해하는 것이 투자를 성공으로 이끄는 기준이라 할 수 있다.

최근 저성장 환경에서 투자자들은 자산가치의 안정성과 수익성을 동시에 고려하는 선택을 중심으로 투자를 계속해 왔다. 그 결과 안정적 수익을 내는 자산은 가격 상승으로 상당 부분 매력을 상실(고배당주)했거나 심지어 손실위험(장기채권)에 놓인 것으로 보인다.

과거 경험상 한 방향으로 시장이 열광할 때 투자의 기회는 그 반대편에 존재했던 것이 일반적인 현상임을 감안하면, 이제 지난 1년여 동안 시장을 이끌어 온 중소형주, 배당주, 가치주의 편향보다는 실적 대비 저평가되어 있는 대형 경기민감주에 대한 관심이 필요한 시점으로 보인다.

특히 대형 업종 대표주에 대한 뱅가드 펀드(미 뱅가드 그룹이 운용하는 펀드)의 매도 공세가 7월 초면 마무리된다는 점, 시장의 안전판 역할을 담당하는 국민연금의 수장 교체가 마무리된 것, 엔화 약세가 7월 일본 참의원 선거 전후로 속도 조절에 들어갈 것이라는 예상은 그간 부진을 이어 온 한국 증시가 하반기에 본격적인 회복세를 보일 수 있다는 근거가 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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