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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들 ‘SNS 버즈량’ 보고 위기 대처까지

대형 유통회사인 A사는 최근 트위터와 페이스북, 블로그 같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전담 인력을 세 사람 확충했다. 이들의 임무는 SNS상에서 A사와 관련된 언급이 나오는지 실시간으로 파악하고 이에 대응하는 것이다. 최근 ‘포스코 라면 상무’나 ‘갑을관계 논란’ 등과 같은 이슈가 SNS를 통해 빠르게 확산된 것인 만큼 예방 차원에서 인력을 강화한 것이다. 회사 관계자는 “SNS의 파급력이 커진 데다 실제와 무관하게 일방적인 몰아가기 식으로 여론이 확산되는 경우가 많아 상시적으로 SNS 채널들을 모니터링하고 있다”고 말했다.

라면 상무와 대리점 막말 파문 이후 달라진 기업들

기업들이 SNS에 부쩍 공을 들이고 있다. 전담팀을 두는 것은 기본이다. 삼성그룹과 현대자동차그룹을 비롯해 주요 그룹사 대부분이 이 같은 SNS 운영팀을 갖고 있다. 소비자 관련 이슈가 많은 롯데그룹은 지난해 그룹 정책본부 산하에 전문 인력들로 팀을 꾸렸다.

달라진 점도 있다. 불과 수개월 전만 해도 기업들은 SNS를 자기 회사와 제품을 알리는 수단으로 여기는 경우가 많았지만 최근에는 기업에 대한 부정적 여론이 확산되는 통로로 SNS를 보기 시작했다는 점이다. 한 유통업체 관계자는 “SNS에 댓글 한 번 잘못 달았다가 매출이 뚝뚝 떨어지는 것을 수없이 목격한 데다 요즘처럼 대기업에 대한 비난 여론이 거센 상황에서는 사소한 꼬투리도 잡히지 않는 게 중요하다”며 “우리 회사와 관련한 좋은 내용이 나도는 것도 반갑지 않고 그저 얘기가 안 나오는 게 제일 좋다”고 말했다. 아예 SNS 운용 전문가에게 외주를 주는 기업도 늘고 있다. 전담팀을 구성하기에는 회사 규모가 그리 크지 않은 중견기업들이 그렇다. SNS 마케팅 전문가인 이노션월드와이드의 이수진(41) 부장은 “요즘 SNS 모니터링을 강화하는 기업이 늘고 있는 만큼 기업들의 SNS 관련 의뢰도 많이 들어오고 있다”고 소개했다.

“우리 회사 얘기 안 나오는 게 최상”
미국 같은 SNS 선진국에선 SNS상의 풍문이 기업의 실적과 주가에 악영향을 미치는 일이 종종 일어난다. 미국 유나이티드항공의 ‘기타 사건’이 대표적이다.

캐나다 가수 데이비드 캐럴은 2009년 유나이티드항공을 이용하다가 자신의 기타가 파손됐다며 항공사 측에 보상을 요구했다. 항공사 직원이 자신의 기타를 아무렇게나 화물칸에 던져놓는 모습을 목격한 만큼 파손은 항공사 책임이라는 게 그의 주장이었다. 하지만 항공사 측은 그에게 별다른 보상을 하지 않았다. 분을 참지 못한 캐럴은 ‘United Breaks Guitar(유나이티드항공이 기타를 부순다)’란 제목의 뮤직비디오를 만들어 유튜브에 올렸고, 이 동영상이 확산되면서 당시 유나이티드항공의 시가총액은 1억8000만 달러가량 줄어드는 타격을 입었다. ‘겨우’ 1200달러인 수리비를 제때 물어주지 않아서 생긴 일이었다. 이 동영상은 현재 1307만 건의 조회 수를 기록 중이다.

글로벌 배송업체 페덱스도 2011년 12월 자사의 배송직원이 고객의 컴퓨터 모니터를 배달하는 과정에서 무성의하게 이를 던지는 모습이 유튜브를 통해 확산돼 곤혹을 치러야 했다. 이 동영상도 896만 회 이상 조회됐다. 국내에서도 비슷한 일들이 빈번해지고 있다. 대리점주 욕설 파문으로 곤욕을 치른 남양유업이 대표적이다. 이 회사와 관련한 부정적인 내용들이 SNS를 통해 대대적으로 알려지면서 뚝 떨어진 매출은 회복될 기미가 보이지 않는 상황이다. 결국 남양유업 현직 대리점주 단체인 ‘전국대리점협의회’는 29일 서울 종로구 연지동 한국기독교회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불매운동으로 매출이 절반 넘게 줄었다”며 이에 대한 본사의 보상을 요구하기도 했다.

나쁜 소식은 빠르게 퍼져 나가지만 정작 SNS를 통해 알리고 싶은 내용은 전파 속도가 크게 떨어진다는 게 기업들에 딜레마다. 흔히 SNS를 경영에 가장 효과적으로 활용하는 업체로 미국의 IT기업 델(DELL)을 꼽는다. 델은 2006년 일본에서 노트북 폭발사고가 발생한 뒤 본격적으로 소셜미디어에 대한 대응을 시작했다. 소셜미디어 통합 조직인 ‘리스닝 코멘트 센터’를 만들고, 현재 300명 이상의 인력이 관련 업무를 맡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델이 트위터 같은 소셜미디어를 활용한 상품 프로모션으로 올리는 매출은 연 650만 달러(약 73억원) 선으로 업계는 평가한다. 하지만 델의 올해 1분기 매출이 140억 달러(약 16조9300억원)인 점을 감안하면 실제 영업에 미치는 순기능은 미미한 셈이다.


현대차 연비 논란 발 빠른 대처로 잠재워

사정은 국내 기업도 마찬가지다. 결국 기업들로선 SNS가 ‘손해 보는 장사지만 안 할 수도 없는’ 노릇인 셈이다. 소셜미디어에서 떠도는 부정적인 내용을 파악하지 않고 있다간 기업 이미지는 물론 매출에도 심각한 타격을 입을 수 있어서다. 적극적인 SNS 관리로 파문을 최소화한 경우도 있다. 현대자동차가 대표적이다.

현대차 측은 지난해 말 미국에서 연비 논란이 불거지기 전부터 이런 문제가 제기될 수 있음을 감지한 것으로 알려졌다. 논란이 불거지자마자 대대적인 보상 프로그램을 내놓고, 미국 내 주요 매체에 적극적으로 사과광고를 게재하는 등 효과적인 대응을 한 것도 SNS상에서 회자되는 관련 정보를 사전에 파악하고 이에 대한 대응전략을 미리 세워둔 덕분이다. 발 빠른 대응 덕에 현대차는 연비 논란에도 불구하고 미국시장에서 성장세를 이어갔다.

5월 현재 120만 명의 소셜미디어 채널(트위터ㆍ페이스북 등)의 팬을 거느리고 있는 SK텔레콤의 경우 지난해부터 SNS의 바른 사용을 장려하는 ‘바른 SNS를 위한 소셜 릴레이 캠페인’을 펼치며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SNS를 관리하는 기법도 점점 고도화돼 가고 있다. 사람을 써서 일일이 육안으로 확인하고 키워드 등을 검색하는 것은 기본이다. 현재는 일종의 검색 솔루션을 동원해 자기 회사 내용이 언급되는지 확인하는 단계까지 나아갔다.

이수진 부장은 “페이스북은 구글로도 검색되지 않도록 막혀 있기 때문에 자세한 분석은 어렵지만 분석업체에서 심어놓는 응용프로그램(앱)을 통해 사용자들의 정보나 사용 패턴을 뽑아내기도 한다”며 “버즈량(buzzㆍ특정 주제에 대한 언급량) 분석 데이터를 보면 머잖아 어떤 이슈가 부각될지 미리 예측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일부 기업에서는 SNS 여론을 자신들에게 우호적인 방향으로 유도하는 ‘관리팀’을 운용하는 곳도 있다. 이른바 댓글 알바팀이다. 굴지의 대기업인 A사는 실제로 인터넷 관리팀을 운영한다. 몇 가지 운영원칙도 있다. 공식적으로는 이런 팀의 존재를 부인하는 게 기본이다. 일반인인 것처럼 말투까지 고쳐 댓글을 달거나 트윗을 날리기도 한다. 직원 한 사람이 여러 개의 계정을 가지고 있기도 하다. 또 IP추적 등이 일상화돼 있는 만큼 해당 기업의 본사 주소지 인근에서는 절대로 회사 관련 댓글을 달거나 트윗을 날리지 않는다. 익명을 원한 대기업 관계자는 “사실이든 아니든 일단 자극적인 내용이 SNS를 통해 빠르게 확산되는 경향이 있어 부득이하게 모니터링하고 있다”며 “허위 사실을 SNS에 유포한 이를 찾아내도 수사기관에 신고했다간 되레 탄압한다는 비난을 받을 수 있어서 그저 꼼꼼히 SNS를 챙겨보며 우리에게 유리한 쪽으로 여론을 유도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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