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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인택의 미시 세계사] 신음하는 에베레스트

지난달 29일 인류 최초 등정 60주년을 맞은 세계 최고봉 에베레스트가 붐비고 있다. 최근 들어 장비가 발달하고 산악인 저변이 넓어지면서 등정자가 폭발적으로 늘고 있다. 지난 2월까지 통계를 보니 5100명이 넘었다. 2000년 이후 4000건 이상 몰렸다. 등반팀에 의무 동행하는 셰르파의 나라 네팔이 2264명으로 가장 많고 미국(536명), 중국(299명), 영국(264명), 일본(169명), 인도(152명) 순이다. 한국은 118명으로 7위다. 1977년 9월 15일 고상돈 대원의 첫 등정 이후 한국인들은 빨리빨리 정신을 발휘해 이 분야에서도 압축성장을 이뤘다.

하도 많은 사람이 오르다 보니 이제는 단순 등정만으론 관심을 끌지 못한다. 새로운 기록이 필요하다. 지난달 23일에는 81세의 일본인 미우라 유이치로(三浦雄一郞)가 최고령 등정의 기록을 갈아치웠다. 2000, 2008년 이미 두 차례나 정상에 올랐던 베테랑이다. 그 전까지는 2008년 76세의 나이로 등정한 네팔인 민 바하두르 셰르찬이 최고령 기록을 보유했다.

하지만 에베레스트 등정은 여전히 위험하다. 2000년 이후만 따져도 정상 정복 100건당 1.4명이 목숨을 잃었다. 1922년 영국이 세계 최초의 에베레스트 원정팀을 파견한 이후 최근까지 220건 이상의 인명사고가 발생했다. 정상을 100차례 정복할 때마다 4.3명꼴로 숨진 셈이다. 그럼에도 높이 8848m인 에베레스트는 세계 최고봉이라는 이름 때문에 너도나도 도전에 나서는 바람에 등반로에 교통체증이 생길 정도라고 한다.

에베레스트는 사실 입장료가 비싸다. 남쪽 사면에서 정상에 오르려면 네팔 정부에 등정팀 규모에 따라 1인당 1만~2만5000 달러를 내야 한다. 정상까지 가려면 필수 장비 구입에만 1인당 8000달러 이상이 든다. 정상 부근에서 필수적인 산소통은 개당 3000달러나 한다. 장비를 공항에서 베이스캠프까지 운반하는 비용도 1인당 2000달러다.

최근에는 이 모든 장비·절차 준비와 안내까지 다 알아서 해주는 풀 서비스 가이드 회사도 생겼다. 1인당 4만~8만 달러를 받는다. 대부분의 짐은 셰르파가 짊어지고 등반객은 무게 10㎏ 미만의 배낭만 달랑 메고 산에 오른다. 등반 경력이 거의 없고 심지어 아이젠 사용법조차 몰라도 6만5000달러짜리 최고급 사양의 등반 상품만 구입하면 가이드 회사가 어떻게든 정상에 올려준다고 한다. 가이드가 요리도 해주고 이부자리도 깔아준다. 인간 의지의 시험장이던 에베레스트가 이젠 단순한 고가의 극한스포츠 체험장으로 변했다는 탄식이 나온다.

세상의 끝이라고 하지만 에베레스트에는 갈수록 속세의 때가 묻고 있다. 쓰레기를 치우는 자원봉사 요원이라며 기부를 강요하거나 가짜 산소통을 팔아 사람 목숨을 위태롭게 하는 사기꾼이 등장했다. 심지어 성매매꾼과 베이스캠프에 ‘하우스’를 차려주는 도박꾼까지 주변에 널려 있다고 한다. 에베레스트의 신음에 귀를 기울여야 한다.

에베레스트는 1953년 5월 29일 오전 11시30분(현지시간) 영국 원정대의 뉴질랜드 출신 산악인 에드먼드 힐러리와 네팔의 셰르파 텐징 노르가이가 공식적으론 최초 등정자다. 고대 마케도니아의 알렉산더 대왕이나 고구려 유민 고선지 장군이 기개를 보여주기 위해 올랐다는 눈 덮인 고산이 사실은 이 산이라는 공상 같은 주장이나, 1924년 6월 등정에 나섰다 숨진 영국인들이 정상에 올랐을 수도 있다는 추정이 있지만 인정받지 못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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