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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에겐 왜 거울이 필요할까

아름다운 얼굴은 타고나는 게 아니다. 이미 오래 전 존 F 케네디가 말했고 나의 어머니가 어린 딸에게 당부했듯이, 사람 얼굴은 삶의 궤적에 따라 달라지게 마련이다. 그래서 우리는 자기 얼굴을 가끔 확인할 필요가 있다. 세상에 굴복하는 비겁한 그늘이 드리우진 않았는지, 만족을 모르는 욕심이 드러나진 않았는지, 세월에 떠밀려 나이 듦을 인정하지 못하고 있는 건 아닌지 늘 점검해야 하는 것이다.

 그러기 위해선 거울이 필요하다. 고대로부터 인류는 청동과 같은 금속을 가공해서 거울을 만들었다. 소크라테스는 젊은이들에게 거울을 통해 자신의 한계를 깨닫고 자만에 빠지지 않도록 했다고 한다. 자아를 변화시키기 위해 거울을 적극적이고 능동적으로 활용한 셈이다.

 그렇다면 우리 시대의 거울은 뭔가? 디지털 사진과 동영상은 거울의 역할을 수행하는 도구로 자리 잡았다. 카메라라는 기계가 눈을 대신해서 우리 얼굴을 보게 해주는 것이다. 사진에 찍힌 타인의 얼굴들은 미모와 성공 기준을 모방하게 하는 기능을 한다. 신문이나 잡지, TV에 나오는 얼굴들은 은연중에 우리가 어떻게 외모를 가꾸거나 행동을 취해야 하는지를 정해준다. 일면식도 없는 연예인이나 스포츠 선수, 정치인, 경제인들의 잔뜩 꾸며진 모습을 보면서도 우리는 자신을 비춰보는 세상이다.

 유명인들의 얼굴이라는 거울에 나를 비춰보면 나는 쉽게 초라해진다. 그도 그럴 게 드라마 속 주인공은 아무리 험한 일을 겪는 중이라도 뽀얗게 조명을 받아 빛나는 피부를 자랑하고, 뉴스에 나오는 성공한 사람들은 언제나 신비스러운 생활을 숨기는 표정을 짓는다.

 그에 비하면 나는 안타깝게도 너무나 빨리 피부의 탄력을 잃어가고 운 나쁘게도 특별한 뭔가를 지니지 못했다. 그나마 ‘얼짱’ 각도와 포토샵 보정으로 손을 보지 않으면 나의 초라함을 견딜 수가 없다. 디지털 거울은 ‘백설공주’ 동화 속에 나오는 마녀의 거울처럼 수시로 나의 아름다움을 평가하고 교정하려 든다.

 많이 찍고 금방 지우고, 더 자주 자신을 비춰보고 평가할 수 있는 디지털 거울을 잘 활용하려면 스스로에게 인내가 필요하다. 아름다움에 대한 나만의 평가 기준을 세우는 것이 필요한 것이다. 기억할 만한 순간을 담은 사진 속에서도 자신의 얼굴이 얼마나 젊어 보이는지 혹은 근사하게 보이는지를 먼저 따지다 보면 결국 살아남은 사진들 속에서 나란 존재는 사라지고 ‘연예인 놀이’에 빠진 허상만 남게 된다. 그렇게 꾸며진 얼굴들은 항상 누군가의 얼굴보단 덜 멋질 수밖에 없다는 비극을 안고 있다. 아름다운 얼굴을 지니고 싶다면 먼저 무엇이 아름다운 삶인지에 대한 고민이 선행돼야 한다.

 역사상 가장 아름답고 신비로운 얼굴이라고 평가되는 레오나르도 다빈치의 모나리자를 거울로 삼아 보자. 어느 학생이 ‘아무리 봐도 왜 그녀를 미인이라고 하는지 이해할 수 없다’며 그 이유를 내게 물었다. 우선 나는 그녀의 얼굴이 예뻐 보이지 않는 것이 당연하다고 답했다. 헤어스타일 하나만 보아도, 당시에는 이마가 넓을수록 미인으로 평가됐기 때문에 현대적 시각으론 거의 대머리가 아닌가 싶도록 높게 올라간 헤어라인이 불편하게 느껴질 수밖에 없다. 또한 잦은 수정·복원 작업으로 인해 거의 사라진 눈썹도 지금 기준으론 아름답다고 보기 어렵다.

 그럼에도 모나리자는 여전히 살아 있는 미의 기준이다. 그녀의 얼굴에 인류가 여전히 추구하고 있는 보편적 가치가 담겨져 있기 때문인데, 그것은 바로 행복이다. 활짝 웃는 완벽한 즐거움이 아니라 슬픔이 함께 교차하는 불완전한 미소, 이것이 바로 인간이 누릴 수 있는 최고의 행복인 것이다.

 하루하루 매 순간이 기쁘기만 하다면 우리는 아마 지루해서 견딜 수 없게 될 것이다. 아무리 좋은 음식도 매끼 먹으면 질리게 되는 것처럼 우리는 대비되는 경험들을 통해 더 많은 즐거움과 행복을 느끼게 된다. 행복심리학자 에드 디너는 “모나리자가 갖는 아름다움의 비결은 83%의 긍정적인 느낌과 나머지의 부정적인 감정에 있다”고 분석했다. 행복이란 긍정과 부정의 모순되는 사고의 적절한 균형을 통해 이루어지는 게 아닐까. 설령 내게 좀 마음에 들지 않는 구석이 있더라도 그것이 오히려 내 삶의 가장 중요한 가치인 행복을 떠받치고 있다는 사실을 잊지 말자. 행복하지만 완벽하게 행복하진 않은 상태, 이것이 바로 우리가 추구해야 할 궁극의 아름다운 얼굴을 선사하는 것이다. 꾸며진 허상보다 내 마음 속에 존재할 모나리자를 가꿀 일이다.



신수진 연세대 인지과학연구소와 한진그룹 일우재단에서 일한다. 수용자 중심의 예술비평을 바탕으로 전시·출판·교육 등 시각적 소통 작업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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