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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n Sunday] 장보고와 바다의 날

중국 저장(浙江)성의 무역항 닝보(寧波)로 들어가는 바다 길목에는 신라초(新羅礁)란 바위가 있다. 눈에 보이는 바위의 폭은 100m 정도지만 물밑은 최고 300여m에 달해 선박 사고가 자주 난다. 1200여 년 전 장보고의 선단을 비롯한 신라 배들이 이 바닷길을 자주 오가며 무역을 했는데, 바위에 부딪친 신라 배가 많아 이런 이름이 붙었다. 닝보 박물관 내 해상무역을 설명하는 코너에는 ‘신라길(Silla way)이 밍저우(明州·닝보의 옛 이름)를 무역항으로 발전시켰다’는 안내문이 있다. 해상강국 신라의 단면들이다.

 해상왕 장보고 취재를 위해 몇 년 전 찾았던 닝보가 떠오른 건 바다의 날(5월 31일)때문이다. 장보고의 청해진 설치(신라 흥덕왕 3년·828년 5월)를 기념해 만든 날이다. 특히 올해는 폐지됐던 해양수산부가 부활해 맞는 첫 번째 바다의 날이다. 정부는 일류 해양강국을 향한 포부를 밝혔다. 정홍원 국무총리는 남극의 장보고 과학기지 건설, 북극항로 개척 등을 통해 해양 경제영토를 확대해 나가겠다고 강조했다. 해수부는 새로운 심벌을 선보였다. 전국 각지에선 다양한 기념 행사가 열렸다.

 이렇듯 올해 바다의 날은 의욕이 가득했지만 지구촌 바닷길을 누비는 해운업계는 우울하다. 해운업은 지금 위기다. 글로벌 경기침체의 여파로 물동량이 크게 줄었다. 운임은 사상 최저 수준으로 떨어졌다. 경영악화로 한계상황에 처한 기업도 상당수다. 경기회복은 기대하기 힘들다. 대한상의의 최근 조사를 보면 해운업체 절반가량이 내후년에나 시장이 좋아질 것으로 예상했다.

 해운업체들은 하루빨리 정부가 나서 적극적으로 도와줘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인다. 금융지원을 강화하고, 해외진출을 도와주며, 공정한 시장환경을 조성해야 한다고 요구한다. 정부도 해운업체의 유동성 확대 방안을 마련 중이고, 선박 금융시스템을 강화할 것이며, 장기화물 확보를 지원하겠다고 밝히고 있다. 모두 필요한 것이다. 이런 지원책이 마련되고 제대로 시행되면 해운업체에 어느 정도 도움이 되기는 할 것이다. 하지만 해운업이 살아나려면 기본적으로 글로벌 경기가 회복돼야 하는데 그건 우리 힘만으로 되는 게 아니기에 해운업계가 어두운 터널을 빠져나오는 데는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이다.

 장보고는 노예로 팔리는 신라인을 구하고 해적 소탕에 힘을 쓴 군인이었지만 동시에 바닷길을 누비며 신라가 해상강국이 되는 데 큰 역할을 한 ‘종합상사’의 대표였다. 그는 시장 상황을 제대로 읽고, 이를 떠받쳐줄 시스템과 콘텐트를 갖춰 성공할 수 있었다. 바닷길이 가장 효율적인 무역 루트임을 간파하고 청해진을 무역항으로 키웠다. 해운업이 위기지만 기회는 다시 올 것이다. 이때를 위한 시스템과 콘텐트를 준비하지 않으면 좋은 날이 왔을 때 부활할 수 있는 기회를 놓칠 것이다. 업계와 정부의 준비가 치밀할수록 부활의 시점은 더 당겨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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