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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쟁] 통상임금 논란, 어떻게 봐야 하나

[일러스트=박용석 기자]


박근혜 대통령이 미국 방문 중 “통상임금 문제를 해결하겠다”는 취지로 발언하면서 논란이 되기 시작했지만 지난해 대법원이 “통상임금에 상여금을 포함한다”는 판결을 내린 게 실제 ‘불씨’다. 이를 두고 “관행을 무시한 판결로 기업에 막대한 부담이 되고 막상 혜택은 고임금 정규직만 누릴 것”이란 주장과 “판결대로 시행하는 게 결과적으로 경제 성장에도 도움이 될 것”이란 견해가 엇갈린다. 두 갈래의 목소리를 들어봤다.



◆ 고정적 상여금, 통상임금에 포함시켜야



이정식
한국노총
중앙연구원장
박근혜 대통령이 방미(訪美) 중 GM 회장과 대화한 ‘통상임금에 상여금 포함’ 문제가 사회적 쟁점이 되고 있다. 상여금을 통상임금에 포함시키면 추가적 비용이 수십조원에 달해 국민경제에 치명적이고 노동자들의 줄소송이 우려된다는 주장도 나온다. 정부는 이를 해결하기 위해 사회적 대화를 제안하고 있다. 이에 대해 노동계는 대화의 대상으로 적합하지 않다는 입장이다.



 통상임금은 노동자와 사용자가 법으로 정한 노동시간 내에서 서로 약정한 노동시간에 대해 정기적이고 일률적으로 지급하는 임금을 통칭한다. 잔업이나 휴일 특근 같은 법정수당을 지급하는 기준이다. 통상임금의 수준과 범위는 노사 간 이해가 엇갈리는 쟁점이며 노동시간을 포함한 근무방식, 기술혁신 및 사회문화 등과 밀접한 관계를 가지고 있다. 그래서 오랜 기간 동안 통상임금에 대한 법적 해석을 두고 노사가 다퉈왔다. 사법부는 1996년부터 일관되게 통상임금의 범위를 확대해석해 왔다. 그러나 국회는 법을 개정하지 않았고 노동부는 지난 25년간 네 번이나 관련 노동부 지침을 개정하면서도 대법원의 일관된 판례를 수용하지 않았다. 사실상 현장의 혼란과 분쟁을 방치 내지 가중시킨 책임이 여기에 있다.



 지극히 당연하고 상식적이며 일관된 판례로서 예측가능한 것이었는데도 문제로 부각된 것은 상여금 포함 시 금액이 커지기 때문이다. 그러면 어떻게 하면 될까? 해법은 간단하다. 대법원의 판례대로 통상임금을 우리 사회가 수용하면 된다. 모든 임금은 사실상 근로의 대가이며 고정적 상여는 당연히 ‘소정’ 노동에 대한 대가로서 통상임금에 포함시키면 된다.



 그렇게 하면 우리 사회의 독이 아닌 약이 될 수 있다. 잔업특근 단가의 상승은 노동시간 단축으로, 세계 최장시간 노동체제 개편으로 이어져 내수창출과 추가적 고용창출이 가능하다. 노동시간 단축에 따른 삶의 여유도 가능하다. 통상임금의 범위를 확대하면 작금의 불황 국면을 즉각적인 내수 증대로 돌파할 수도 있다. 추가적인 임금 상승은 곧바로 유효수요 창출과 직결되기 때문이다.



 2008년 금융위기 이후 신자유주의는 거센 도전에 직면하고 있으며, 재정위기로 불황에 빠진 유럽경제를 타개하기 위해 국제노동기구(ILO)와 학계에서는 기존의 ‘이윤주도 성장모델’을 ‘임금주도 성장모델’로, ‘고용 없는 성장’을 ‘고용친화적 성장’으로 전환할 것을 제안했다. 임금주도 성장모델은 노동자들의 임금소득 증가가 곧바로 소비지출로 연결돼 내수시장을 활성화시킬 뿐만 아니라 소득불평등을 해소하고 기술진보를 촉진하며 생산성을 높여 궁극적으로는 국민경제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나타났기 때문이다. 유럽연합(EU)도 임금주도 성장모델로의 전환이 시급하다고 각 회원국에 권고한 바 있다. 임금 상승을 통한 노동소득 분배율 개선, 최저임금 상향 조정, 노조 조직률 제고와 교섭력 강화, 노동시간 단축과 일자리 나누기 정책 등을 제시했다.



 이제 우리도 성장에 관한 국가 패러다임을 바꿔야 한다. 대기업의 수출을 늘려서 파이를 키우면 구성원이 모두 잘살게 된다는 ‘낙수 효과’는 90년대 중반에 이미 사라졌다. 바깥으로부터, 수출 주도 및 위로부터의 ‘낙수 효과’ 성장 방식에서 안으로부터, 내수 중시와 사회적 경제 및 ‘분수 효과’ 방식으로 바꿔야 한다. 지금이 기회, 대법원 판례를 존중하면 된다.



이 정 식 한국노총 중앙연구원장



◆ '월 단위로 지급되는 임금'으로 한정해야



이동응
한국경영자총협회
전무이사
통상임금 논란이 날이 갈수록 거세지고 있다. 이제 사법부와 행정부를 넘어 정치권으로까지 옮겨붙었다. 우리 노사관계에 이렇게 엄청난 파급력을 가졌던 사건이 또 있었나 싶을 정도로 하루가 다르게 새로운 국면으로 치닫고 있다. 그만큼 기업들의 어려움도 커지고 있다. 예측이 전혀 안 되다 보니 기업들은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그동안 노사는 불명확한 통상임금 규정으로 인해 정부의 행정지침을 전적으로 신뢰해 왔다. 즉 ‘정기 상여금은 통상임금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것이 노사 간의 공통된 인식이었고 이를 전제로 임금협약을 체결해 왔다. 법원도 수십 년간 동일한 해석을 해왔기 때문에 이러한 믿음은 공고했다. 그런데 지난해 대법원이 노사 간 오랜 관행과 신뢰를 무너뜨리는 판결을 내리면서 산업현장 전체가 큰 혼란에 빠졌다. 판결 이후 근로자들은 너도나도 밀린 임금을 달라고 소송을 제기하는 형국이다.



 이에 더해 법원은 통상임금 산정 범위에 대한 노사 간의 자율적 합의까지 무효라고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통상임금은 실제 지급되는 금품이 아니라 다른 수당들의 산정 기초에 불과하다는 점에서 최소한 이러한 기준 정도는 당사자 간 합의로 결정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노사 자치’에 부합한다고 본다. 영국과 독일도 이러한 합의를 유효한 것으로 인정하고 있다.



 더 큰 문제는 통상임금 논란이 비단 법률적 논쟁뿐만 아니라 국가경제 전반에 걸쳐 일자리, 사회 양극화 등에 심각한 악영향을 초래한다는 데 있다. 본회 조사에 따르면 지난해 대법원 판결 취지에 따라 기업들이 일시에 부담해야 하는 비용만 최소 38조원에 달한다. 기업들의 이러한 부담 가중은 신규 투자를 억제하는 것은 물론, 40여만 개의 일자리 창출 여력을 잃게 만들 거다. 또한 임금 총액 중 정기 상여금 비중은 상용직이 13.6%인 데 비해 임시·일용직은 2.7%에 불과하다. 결국 정기 상여금 비중이 큰 강성노조 소속의 고임금 정규직만 혜택을 보게 되어 근로자 간 양극화를 심화시키게 될 것이 뻔하다.



 그런데 이렇게 엄청난 파급력을 가진 판단을 하면서 대법원은 전원합의체도 거치지 않았다. 게다가 납득할 만한 합리적인 근거도 제시하지 않았다. 과연 재판부가 지금의 혼란을 예측이나 했을지 의문이 드는 대목이다. 법원이 법 해석을 넘어 입법권을 행사했다는 지적도 있다. 이제라도 대법원이 전원합의체를 통해 결자해지 차원에서 통상임금 범위에 대한 명확한 법리를 밝혀야 한다. 물론 이 과정에서 그동안의 노사 간 신뢰와 관행이 존중돼야 함은 당연하다.



 논란의 원인제공자인 정부도 주도적으로 문제 해결에 나서야 한다. 불명확한 시행령 규정에서 문제가 비롯된 만큼 이를 명확하게 바꾸면 된다. ‘소정 근로에 대한 임금’이라는 통상임금의 본래 취지에 맡게 ‘1임금산정기간(1개월) 내에 지급되는 임금’만을 통상임금으로 명시하면 문제는 해결된다. 우리나라와 임금체계가 유사한 일본이 이와 같은 방식으로 관련 분쟁을 예방하고 있다는 점은 충분히 참고할 만하다.



 일각에서는 사회적 대화로 풀어야 한다는 목소리도 있지만 기업은 한시가 급하다. 일본의 엔저 정책과 대내외 불확실성 확대로 우리 국제경쟁력은 이미 위험수위에 도달했다. 정부가 주춤하는 사이 기업들은 생사의 기로에 서 있다. 정부의 책임 있고 용기 있는 결단이 하루속히 나오기를 기대한다.



이 동 응 한국경영자총협회 전무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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