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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아이] '디지털머니' 열풍 부른 마구잡이 화폐 발행

정경민
뉴욕특파원
그리스 신화에 등장하는 ‘미(美)’의 여신 아프로디테의 고향, 키프로스. 지난 3월 전대미문의 ‘은행 잔혹사’가 펼쳐졌다. 구제금융을 받고 싶으면 은행 예금에 세금을 매기라는 유럽연합(EU)의 억지 요구 때문이었다. “내 돈 내놓으라”는 아우성에 은행 앞은 난장판이 됐다. 한데 정작 ‘어부지리(漁夫之利)’는 생각지도 못한 곳에서 터졌다.



 ‘비트코인(Bitcoin)’이란 디지털머니 값이 폭등한 것이다. 하나에 20센트였던 게 4년 만에 266달러, 무려 1000배 넘게 뛰었다. 비트코인 억만장자가 속출했다. 전 세계 중앙은행은 화들짝 놀랐다. 하루아침에 디지털머니가 기존 화폐의 ‘대안’으로 떴기 때문이다.



 2008년 ‘사토시 나카모토’란 가명의 천재가 처음 소개했을 때만 해도 비트코인은 극소수 자유주의자의 ‘심심풀이 땅콩’에 불과했다. 온라인에서 통용되는 화폐인 비트코인은 발행기관이 따로 없다. 일반에 공개된 소프트웨어로 누구나 만들 수 있다. 새 돈은 중앙은행이 아니라 회원 간 네트워크를 통해 등록·관리된다.



 정부의 ‘ㅈ’만 봐도 두드러기가 나는 자유주의자에겐 ‘꿈의 화폐’로 여겨졌다. 게다가 2008년 이후 세계 각국 중앙은행이 벌인 돈 찍기 경쟁이 비트코인 열풍에 부채질을 했다. 비트코인은 2140년 2100만 단위까지만 발행되도록 설계됐다. 인플레이션을 막기 위한 안전장치까지 갖춘 거다.



 비트코인엔 달러·유로·엔이 갖지 못한 비장의 무기도 있다. 우선 가명으로 얼마든지 거래가 가능하다. 뒤가 구린 돈을 세탁하기 안성맞춤이다. 마치 e메일을 보내듯 송금이 가능해 수수료도 거의 없다. 비트코인에 마약·매춘·밀수 등 ‘어둠의 세계 주거래은행’이란 오명(汚名)이 붙은 건 이 때문이다.



 비트코인 매니어의 우려는 현실이 됐다. 지난 28일(현지시간) 미국 사법당국은 ‘리버티 리저브(Liberty Reserve)’란 디지털머니 회사를 때려잡았다. 코스타리카로 피신한 창업주 등 5명이 체포됐다. 리버티 리저브와 비트코인의 차이는 딱 하나뿐이다. 비트코인엔 주인이 없고, 리버티 리저브엔 아서 부도프스키란 창업주가 있다는 거다.



 미 당국은 리버티 리저브가 60억 달러(약 7조원)에 이르는 전 세계 범죄조직의 돈을 세탁했다고 호통쳤다. 그렇다면 비트코인도 당국의 칼날을 피하긴 어렵지 않을까. 마약·총기가 공공연하게 돌아다니는 온라인 암시장 ‘실크로드’에선 비트코인만 통용된다. 당국이 언제까지 이를 두고 보기만 하랴.



 그러나 규제로 디지털머니를 없앨 수 있으리란 발상도 순진해 보인다. 온라인 세상엔 국경이 없다. 무엇보다 세계 각국 중앙은행이 마구 돈을 찍어대는 한 ‘대체 화폐’에 대한 갈증은 더 타 들어갈 수밖에 없다. 어쩌면 비트코인 열풍이야말로 각국 중앙은행이 제 발등을 찍은 결과가 아닐까.



정경민 뉴욕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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