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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근식의 똑똑 클래식] '나비부인' 초초상, 오페라 역사상 최연소 배역

김근식 음악카페 더 클래식 대표
제1막 초반에 등장하는 미 해군 중위 핀커톤의 아리아 ‘온 세상을 돌아다니며’는 ‘세상을 누비고 다니는 양키’라고도 번역되는데 나비부인 초초상과의 계약은 언제든지 파기할 수 있다고 말하는 뻔뻔한 그의 아리아를 배경으로 오케스트라는 미국의 국가 ‘성조기여 영원하라’를 연주한다.

100년 전 미군들은 그렇게 일본의 어린 소녀들을 짓밟았고 그로부터 50년 후 한국전쟁이 발발한 후부터는 이 땅에서 우리의 누이들을 짓밟았다. 핀커톤이 본국으로 돌아갔다가 귀국해 부인을 이끌고 초초상과의 사이에서 태어난 자신의 아이를 찾으러 온다는 스토리는 피부색이 다른 그들의 핏줄을 잊어버리고 아예 방치해 수많은 혼혈 고아들을 만들어낸 부류들보다는 차라리 낫다고 평가해야 할까?

사랑도 이별도 할 줄 모른다던 1970년대 영화 ‘별들의 고향’의 여주인공 ‘경아’는 열 아홉이었는데 오페라 나비부인의 여주인공 초초상의 나이는 겨우 열 다섯. 요즘으로 치면 계약결혼 정도가 아니라 원조교제와 다름없는 여주인공의 캐릭터 설정은 지금까지 발표된 모든 오페라의 여주인공 중에서도 단연 최연소 배역일 것이다.

문제는 초초상 역의 소프라노가 오페라가 시작되는 시점부터 자살로 생을 마감하는 마지막 장면까지 줄곧 무대에 있어야 하고 난이도 높은 아리아들을 끊임없이 불러야 하는데 소프라노가 그 정도의 실력과 체력을 겸비하려면 적어도 30대는 되어야 하고 제대로 소화하려면 40대 이상은 되어야 한다는데 있다. “나는 열 다섯 살이에요”하며 웃음 짓는 장면에서 정작 초초상은 없고 엄마뻘 되는 여자가 무대에 서 있는 모습은 저절로 관객들의 웃음을 자아내는데 이는 초연 때부터 피할 수 없었던 딜레마다.

게다가 제2막으로 넘어가면 그녀의 나이는 열 여덟이 된다, 열 다섯이나 열 여덟이나 그게 그거라면 그렇기도 할지 몰라도 아이를 낳아 좀 더 원숙해진 초초상의 연기는 분명히 제1막과는 달라야 하는데 어떤 경우에는 제1막에서 어린 초초상을 잘 연기하고도 제2막의 연기는 엉망이 되는 경우가 있어서 나비부인은 넘기 힘든 소프라노의 산이다. 과거 오페라 가수가 부족했던 시절에는 노래만 잘하면 뚱뚱한 체구에도 불구하고 푸치니 오페라 ‘라보엠’의 미미, 베르디 오페라 ‘라 트라비아타’의 비올레토 같은 병약하고 청순가련형의 배역도 맡았다.

그러나 이제는 성악가들의 저변확대로 더 이상 뚱뚱한 미미를 무대에서 보기 어렵다. 반대로 모차르트 오페라 ‘마술피리’에서 여주인공의 어머니로 등장하는 일명 ‘밤의 여왕’은 극중에서 맡은 배역이 20대 여성의 어머니인 만큼 최소한 40대 이상의 중견가수가 맡는 것으로 관행이 굳어져오고 있다. 이처럼 사실감을 중시하는 풍토를 감안하면 나비부인의 초초상도 극중에서처럼 열 다섯까지는 아닐지라도 20대 중반의 소프라노들이 배역을 맡는 시대가 올 것으로 예상된다.

음악카페 더 클래식 대표 041-551-5503

cafe.daum.net/the Classi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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