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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장과 부티크, 어제와 오늘 … 도쿄 여성들 ‘필’ 꽂힌 곳

시즈오카의 어묵 거리 ‘아오바요코초’는 세련되거나 정갈하지 않았다. 장식으로 달아 놓은 가짜 벚꽃은 우스꽝스럽기까지 했다. 그러나 어묵 거리에는 하루를 달래는 보통 일본 사람의 삶이 있었다. 시종 웃음으로 손님을 맞던 주인 아줌마의 얼굴이 아직도 잊히지 않는다.


시즈오카(靜岡)는 도쿄의 주말 나들이 명소다. 도쿄에서 서쪽으로 180km 떨어져 있지만 일본인이 느끼는 거리감은 서울에서 60㎞ 거리인 경기도 양평처럼 가깝다. 고속열차 신칸센을 타면 한 시간 거리다. 시즈오카는 크게 서부, 시즈오카 시내가 있는 중부, 후지산을 품은 후지, 이즈반도에 위치한 이즈 지역으로 나뉘는데 이 일대에 일본의 자연과 문화, 어제와 오늘, 투박한 전통시장과 아기자기한 부티크 상점이 오묘하게 공존하고 있다.

도쿄에 사는 20~30대 여성이 주말을 이용해 시즈오카로 여행을 오는 이유다. 녹음 짙어가는 5월, 그녀들이 주로 다닌다는 코스를 따라 시즈오카 3박4일 나들이를 다녀왔다.

첫날 전통다도 체험 뒤엔 맛집 순례

생딸기를 얹은 슈크림빵. 시즈오카 시내를 걷다 보면 도저히 그냥 지나치기 힘든 디저트 가게를 수시로 만난다.
낮 12시 시즈오카 공항에 도착했다. 일본 전체 녹차 생산량의 40%를 차지하는 대표적인 녹차 산지답게 차밭이 먼저 눈에 들어왔다. 공항에서 자동차로 10분 거리에 있는 차 박물관 ‘오차노사토(お茶の鄕)’가 이번 여행의 첫 행선지였다. 전 세계에서 생산되는 찻잎 90종을 전시하는데, 찻잎을 맷돌에 갈아 만드는 말차 만들기 체험과 에도시대 양식으로 지어진 다실에서 진행되는 다도 체험도 할 수 있었다.

기모노를 곱게 차려입은 노부인이 일본 전통 정원이 내다보이는 다실에서 차를 만들어 줬다. 박물관 구경을 끝내고는 오차노사토 주변에 있는 차밭을 산책했다. 올해 첫 수확을 끝내 벌거숭이가 된 차나무와 바삐 작업을 하는 농부들과 마주쳤다. 박물관·다실 체험 1인 1000엔.

차 박물관에서 자동차로 한 시간을 이동해 시즈오카 시내로 들어갔다. 달콤한 것으로 입을 채울 차례였다. 먹기 아까울 정도로 예쁜 슈크림 빵이 진열대에 가득 채워진 ‘슈 하우스 에크레루’, 30분 이상은 기다려야 하는 타르트 맛집 ‘키르훼봉’을 차례로 순례했다. 끊임없이 단 것만 먹어서 입안이 텁텁했다.

어묵 거리에 있는 작은 식당 ‘오사토’의 주인장 유미코가 시원한 생맥주를 따르고 있다.
기모노 공방과 같이 운영하는 찻집 ‘치도리(千鳥)’에 들러 녹차로 입가심을 한 뒤에 ‘파티셰 매직’으로 향했다. 일본 최대의 맛집 정보 사이트 ‘타베로그(tabelog.com)’가 선정한 시즈오카 내 디저트 카페 부문 2위에 오른 집이다. 눈썹과 수염을 정갈하게 다듬고 약간의 화장을 한 멋쟁이 사장이 직접 빵과 케이크를 만들어 판매하고 있었는데, 너무 늦게 간 탓인지 케이크가 거의 다 팔려 대신 파이 몇 개를 집었다.

첫날 미식 투어의 마지막은 일본 어묵으로 마무리했다. 시즈오카는 도쿄에서 어묵을 먹으러 여행을 오는 사람이 있을 정도로 어묵이 유명한 고장이다. 시즈오카의 명물 어묵 거리 ‘아오바요코초(靑葉橫丁)’는 8명 정도 앉으면 꽉 차는 작은 가게 20여 곳이 늘어서 있는 작은 골목이었다. 하지만 메뉴는 다양했다. 흔히 어묵이라고 부르는 생선살을 저며 튀겨 만든 것 말고도 다시마·유부·곱창·도가니·달걀·곤약·죽순·무·두부 등 온갖 것을 꼬치에 꽂아 육수에 익혀 내놓고 있었다.

‘오사토’라는 가게로 들어갔다. 60대 초반으로 보이는 여사장 유미코가 한국 드라마 팬이라며 반갑게 맞아줬다. 한국 드라마가 좋은 이유를 묻자 “한국 연예인은 자주 벗는다. 남자들이 몸이 너무 멋지다”고 말하고는 호탕하게 웃었다. 생맥주 한 잔(500cc) 300엔, 어묵 하나 100~150엔.

후지산을 바라보며 드라이브를 할 수 있는 풍광 좋은 도로가 시즈오카 곳곳에 있다.

둘째 날 슈젠지 노천탕에서 룰루랄라

이튿날은 시즈오카 동쪽으로 움직였다. 슈젠지(修善寺) 온천과 후지산(富士山·3776m)이 있는 지역이다. 시즈오카에서 움직일 때는 ‘이즈드림패스’가 유용했다. 이즈반도를 다니는 열차·버스·페리를 정해진 기간 안에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는 프리 티켓으로 가격은 4400엔(약 4만8000원)부터였다. 시미즈항(淸水港)~도이항(土肥港)을 운항하는 ‘드림페리’를 탔는데, 자동차로 2시간이 걸리는 거리를 1시간5분에 갈 수 있었다. 도이항에서 슈젠지 온천마을까지는 ‘도카이버스(東海バス)’를 탔다. 버스요금도 이즈드림패스로 해결했다.

전날 돌아다닌 시즈오카 시내와는 전혀 다른 풍경이 펼쳐졌다. 슈젠지는 가쓰라강(桂川)을 끼고 있는 아담한 온천마을이었다. 가장 오래된 온천이라는 ‘돗코노유(獨<9237>の湯)’는 역사가 1200년이 넘었다. 시원스레 흐르는 물소리가 귓가를 쩌렁쩌렁 울렸다. 료칸 체크인 시간(오후 3시)도 기다릴 겸 마을을 돌아다녔다.

가쓰라강에는 ‘사랑다리’라고 불리는 5개의 다리가 놓여 있었다. 빨갛게 칠한 다리는 시퍼런 녹음과 확연히 대비됐다. 우렁찬 물줄기 소리와 경쾌한 새소리가 기분을 들뜨게 했다. 아담한 대숲 가운데 놓인 평상에 벌러덩 누워 숲을 올려다봤다. 댓잎 우는 소리에 마음이 편안해지면서 잠이 쏟아졌다.

평일인데도 사람이 많았다. 일본에는 우리보다 먼저 힐링 열풍이 불었다. ‘힐링=휴양=온천’이라는 공식이 통하고 있었는데, 젊은이들도 예외는 아닌 듯싶었다. 애완견을 데리고 온 젊은 커플, 단짝 친구와 여행 온 여대생 무리를 심심찮게 볼 수 있었다.

마을에는 작은 카페와 일반 가정집에 딸려 있는 소규모 식당이 많았다. 카페 사장님은 테라스에 놓인 의자에 앉아 졸다가 손님을 받고, 거실에서 TV를 보다 손님이 오면 손으로 빚은 면을 풀어 우동을 끓여 냈다. 소소한 정이 군데군데 묻어 있는 작은 마을을 탐방하다 보니 오후 3시가 훌쩍 지났다.

드디어 온천에 몸을 담글 시간이 됐다. 료칸에 있는 노천탕을 찾았다. 돌을 쌓아 만든 작은 탕 주변을 나무가 둘러싸고 있었다. 혹시 누가 보지는 않을지 주춤주춤하다가 탕에 몸을 담갔다. 바닥에는 송충이가 느릿느릿 기어가고, 인기척에 산비둘기가 푸드덕거리며 나무에서 날아올랐다. 놀란 마음도 잠시, 금세 온몸의 긴장이 풀렸다.

셋째 날 차 몰고 후지산 품속으로

시즈오카는 일본의 영산 후지산을 품고 있다. 시즈오카를 돌아다니다 보면 멀찌감치 서 있는 후지산이 종종 시야에 들어온다. 지난 이틀 후지산이 저 먼 곳의 풍경이었다면, 셋째 날은 후지산의 품 안으로 들어가는 날이었다.

일본에서 가장 아름답다는 드라이브 코스 ‘스카이 라인’을 달려 해발고도 2305m 지점까지 올라 후지산과 마주했다. 차문을 열고 나오자마자 “춥다”는 말이 먼저 나왔다. 5월 중순이었지만 녹지 않은 눈이 군데군데 보였다. 자동차로 오를 수 있는 가장 높은 지점인 이곳부터 후지산 정상으로 가는 등산로는 6월30일까지 통행금지였다. ‘동계폐쇄’. 여기는 6월30일까지가 겨울이었다. 등산로는 막혔지만 관광객은 많았다. 산행을 하지 않더라도 후지산을 코앞에서 보고 정기를 받으려 하는 사람들이었다.

까만 화산재가 능선을 덮고 있었고 그 위에 눈이 쌓여 있었다. 스산하면서도 신엄한 느낌이 들었다. 신사가 하나 보였다. 후지산 산행에 앞서 무탈하기를 기원하는 사람들이 기도를 올렸던 신사에는 지금 다양한 국적의 관광객이 드나들고 있었다. 저마다 언어로 소원을 나무 팻말에 고이 적어 매달아 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시즈오카 시내로 돌아왔다. 늦은 오후에 찾아간 곳은 니혼다이라(日本平) 전망대. 전망대 주변은 공원으로, 봄이면 벚꽃이 만개해 꽃놀이 인파가 몰리는 명소라고 했다. 전망대에 올라서자 일본 해역 중 가장 깊다는 스루가 만(駿河灣)뒤로 해무에 가려진 후지산이 아스라이 보였다. 전망대에서 내려오는 동안에는 소규모의 녹차밭을 군데군데서 만났다. 우리가 산을 깎아 계단식 논을 만들었듯이 시즈오카 사람들은 틈새만 보이면 차밭을 일군 모양이었다.

저녁에는 기념품도 사고 산책도 할 겸 시미즈항에 있는 쇼핑몰 ‘S 펄스 드림프라자’에 들렀다. 일본 유명 만화 ‘마루코는 9살’을 테마로 만든 박물관부터 ‘헬로 키티’ ‘리락쿠마’ ‘이웃집 토토로’ 등의 캐릭터 상품을 판매하는 소품가게가 늘어서 있었다. 쇼핑을 끝내고 바다가 보이는 노천카페에 앉아 여유를 부리며 커피 한잔을 마셨다. 시즈오카의 마지막 밤이 그렇게 깊어갔다.

●이용 정보=아시아나항공이 매일 오전 9시50분 인천에서 시즈오카로 떠나는 항공편을 운항한다. 돌아오는 항공편은 시즈오카에서 낮 12시50분 출발한다. 여행박사(tourbaksa.com)가 이 항공 스케줄에 맞춰 3박4일 일정의 시즈오카 자유여행 상품을 판매한다. 왕복 항공권, 시즈오카 시내 호텔 2박, 슈젠지 료칸 1박으로 구성돼 있다. 1인 58만9000원부터. 070-7017-2164.

글·사진 시즈오카(일본)=홍지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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