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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에 담았다 … 장엄한 피오르, 렌즈에 담을 길 없어서

노르웨이의 4대 피오르 중 하나인 하르당에르 피오르. 자연이 만들어낸 완벽한 데칼코마니에 잠시 할 말을 잊는다. 산골마을 플롬에서 항구도시 스타방에르로 이동하는 길에 만난 풍경이다.

아무리 알고 와도 보면 놀란다. 처음엔 카메라 셔터를 정신 없이 눌러대지만 곧 부질없다는 생각에 휩싸인다. 도저히 사진으로 담아낼 수 없는 절경이 끊임없이 이어져서다. ‘대(大)’란 접두사가 절로 붙는 노르웨이의 자연, 대자연이다. 수도 오슬로에서 출발, 중세도시 베르겐과 피오르의 마을 플롬 등으로 이어진 여정은 경이로운 자연과의 동행길이었다.

천혜의 자연과 뭉크·그리그 …

산악열차 ‘플롬스바나’. 뮈르달과 플롬을 잇는 20㎞ 구간 내내 웅장하고 신비한 자연이 창밖으로 쉴 새 없이 지나간다
1967년 북해에서 석유가 발견되기 전까지 노르웨이는 유럽의 최빈국이었다. 1905년 스웨덴에서 분리 독립하기 전까지는 스스로 국가 기능을 감당하기도 어려운 나라였다. 하지만 그들에게는 천혜의 자연이 있었고, 자연환경에서 영감을 받은 천재적인 예술가들이 탄생했다. ‘절규’의 화가 에드바르 뭉크(1863∼1944)와 ‘페르귄트 조곡’의 작곡가 에드바르 그리그(1843∼1907)가 그 대표 격이다. 이들에 대한 노르웨이 사람들의 자긍심은 대단하다. 무대공포증이 있었던 그리그가 긴장감을 달래기 위해 만지작거렸다는 개구리 모형도 기념품으로 만들어 팔 정도다. 올해는 뭉크가 태어난 지 150년이 된 해라 그의 작품을 소장하고 있는 오슬로 국립미술관과 뭉크미술관 등에서 다양한 기념행사가 펼쳐지고 있다.

베르겐은 그리그가 말년을 보낸 곳이다. 소프라노 가수였던 부인 니나와 함께 1885년부터 22년 동안 산 집 ‘트롤헤우겐’과 작곡실을 베르겐 교외에 옛 모습대로 보존해뒀다. 키가 1m53㎝에 불과했던 그리그가 피아노 의자 위에 깔고 앉았다는 베토벤의 교향곡 악보까지 그대로 남아 관광객의 눈길을 잡고 있다.

베르겐은 중세 목조건축물로도 유명한 도시다. 한때 노르웨이의 수도였던 베르겐은 한자(Hansa)동맹이 번성했던 14∼16세기 북유럽 무역의 중심지였다. 베르겐 어시장 건너편 브리겐 지역에는 뾰족한 삼각지붕의 목조건물들이 한 줄로 서있다. 한자동맹 당시 독일 상인들이 거주하며 주거래 품목이었던 말린 대구를 저장했던 곳이다. 1979년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됐다. 지금은 예술인들의 작업실이나 레스토랑, 기념품 가게 등으로 쓰이고 있다. 플뢰엔 산 전망대를 오르내리는 케이블카 ‘플뢰이바넨’도 베르겐의 명물이다. 베르겐 시내에서 해발 320m의 산 정상까지 올라가는 시간은 5분여. 사방으로 난 창문으로 손에 잡힐 듯 들어오는 베르겐의 풍광에 취해 딴 생각할 겨를이 없다.

자연이 빚은 데칼코마니 ‘피오르’

오슬로 항구의 밤 10시 모습. 투명하도록 파란 백야의 하늘이다.
노르웨이는 피오르의 나라다. 피오르는 빙하가 깎아 만들어낸 협곡에 바닷물이 들어와 있는 지형이다. 본격적인 피오르 관광은 산골마을 플롬에서 시작됐다. 베르겐에서 오슬로까지 가는 철도 중간역 뮈르달에서 산악열차 ‘플롬스바나’로 갈아타고 20㎞를 달려 도착한 곳이다. 터널 20개와 최대 경사 55도의 나선형 철길인 뮈르달-플롬 구간은 다큐멘터리 잡지 ‘내셔널지오그래픽’이 선정한 ‘유럽에서 가장 아름다운 10대 기차 여행길’ 중 하나다. 깎아지른 절벽과 협곡, 호수와 폭포 등이 45분 동안 영화 장면처럼 스쳐 지나간다.

해발 1300m에 자리잡고 있은 플롬에선 ‘피오르 사파리’가 유명하다. 플롬역 주변 선착장에서 유람선이나 모터보트를 타고 피오르의 황홀경 속으로 직접 들어가 보는 프로그램이다. 길이가 204㎞에 달하는 세계 최대의 피오르, 송네 피오르가 체험 무대다. 산줄기 사이 평지에 자리잡은 마을 풍경도 동화 속 한 장면같이 평화스러웠다.

플롬에서 항구도시 스타방에르로 이동하는 길은 ‘피오르의 여왕’으로 불리는 하르당에르 피오르를 따라 이어졌다. 웅장한 산줄기가 끝도 없이 병풍처럼 늘어서 있고, 수정처럼 맑은 물에 반사돼 완벽한 데칼코마니를 만들어내고 있었다. 만년설과 물안개·흰구름이 어우러진 비현실적인 장관이 쉴 새 없이 펼쳐졌다. 눈의 호사, 그 자체다. 금상첨화라면, 그 풍광을 누리는 시간이 한밤까지 이어진다는 점이다. 5월부터 9월까지 노르웨이는 백야 기간이다. 밤 10시가 넘도록 하늘이 파란색이다. 구시가지와 신시가지가 절묘한 조화를 이루고 있는 스타방에르에서도 백야의 매력은 빛이 났다. 항구 주변에서 밤 산책을 즐기는 관광객들의 표정이 낮보다 더 활기찼다. 밤하늘의 파란색은 낮의 파란색과 달랐다. 피오르의 깊고 푸른 물이 그대로 하늘로 올라간 듯 짙고 선명했다.

●여행 정보=한국~노르웨이 정규 직항노선은 없다. 대한항공은 이달 25일부터 6월 22일까지 매주 토요일 총 다섯 차례 인천~오슬로 구간 직항 전세기를 운항한다. 비행시간은 약 13시간이다. 이 외의 기간에는 유럽 주요 도시를 경유해 오슬로·스타방에르 등으로 가야 한다. 유럽연합(EU)에 가입하지 않은 노르웨이는 자체 통화인 ‘크로네’를 사용한다. 1크로네는 190∼200원 정도다. 호텔이나 대형 상점 등에선 유로도 받는다. 물가는 비싸다. 500mL 생수 한 병이 30크로네(약 5800원), 기차역 화장실 이용료가 10크로네(약 1940원)다. 오슬로와 베르겐에선 대중교통과 박물관·미술관 등 주요 관광지를 무료로 이용할 수 있는 카드를 이용하는게 좋다. 24시간 이용할 수 있는 오슬로 패스는 230크로네(약 4만5000원), 베르겐 카드는 190크로네(약 3만7000원)이며, 현지 관광안내소나 호텔에서 살 수 있다. 노르웨이 관광청 한국사무소 02-777-5943.

글·사진 오슬로·베르겐·플롬·스타방에르(노르웨이)=이지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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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급변사태와 안정화 전략’을 주제로 북한학 박사를 받았다. 국방연구원 안보전략연구센터ㆍ군사기획연구센터와 고려대학교 아세아문제연구소 북한연구센터에서 군사ㆍ안보ㆍ북한을 연구했다. 2016년부터는 중앙일보에서 군사ㆍ안보 분야 취재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