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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바퀴는 몰라 두 바퀴의 즐거움

지난 24일 ‘2013 서울~부산 자전거 투어’에 참가한 자전거 행렬이 경기도 남양주시 북한강철교를 통과하고 있다. 이번 행사는 국토 종주 자전거길을 활용한 첫 공식 종주 이벤트로, 참가자 114명이 2박3일 동안 서울에서 부산까지 자전거로 달렸다.

‘이참의 참 좋은 우리나라’ 두 번째 순서는 자전거 여행이다. week&은 지난 23∼24일 한국관광공사 이참 사장과 함께 북한강 자전거길과 남한강 자전거길을 달렸다. 이참 사장은 독일에서는 물론이고 우리나라에서도 라이딩 경험이 풍부한 자전거 매니어다.

한국관광공사 이참 사장
이참 사장과 자전거 여행을 떠나기로 작정한 건, 우리나라가 자전거 여행의 천국이라는 사실을 아직 많은 사람이 모르고 있어서다. 이미 우리나라에는 장장 1806㎞에 이르는 자전거길이 열려 있다. 전국 47개 지자체를 경유하며 전국 방방곡곡을 헤집고 있다.

“자전거 선진국으로 알려진 네덜란드도 한국처럼 자전거도로가 강변과 잘 어울려 있지는 않습니다. 한국의 자전거도로는 세계에서 유례가 없는 우수 시설입니다.”

지난해 6월 경기도 양평에서 부산까지 자전거길을 완주한 캐슬린 스티븐스 전 주한 미국대사의 말이다. 주한 대사 시절에도 수시로 자전거를 끌고 전국을 돌아다녔던 그는 지난해 자전거 종주 여행을 마치고서 자전거 국토 종주를 인증받은 최초의 외국인이 되었다.

`2013 서울~부산 자전거 투어 퍼레이드` 참가자들이 남한강 강바람을 맞으며 경기도 여주 이포보 위를 달리고 있다.

자전거도로는 2009년 4대 강 사업이 포함된 ‘녹색 뉴딜정책’의 하나로 조성됐다. 자전거도로가 전국의 강을 따라 나 있는 까닭이다. 4대 강 사업에 대해 말이 많지만, 자전거길에 대한 여론만은 호의적인 편이다. 오죽하면 “경인 아라뱃길은 강변을 따라 난 자전거길”이라고 꼬집을까. 한국리서치가 지난해 6월 105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여론조사에서도 응답자의 59.3%가 4대 강변 시설 중 자전거길을 가장 마음에 드는 시설로 꼽았다.

북한강을 따라 늘어선 경기도 가평과 강원도 춘천, 남한강변을 따라 늘어선 경기도 양평과 여주는 주말마다 라이딩을 나온 인파로 북새통을 이룬다. 2011년 10월 개통한 남한강 자전거길은 요즘 평일에는 약 2000명, 주말에는 1만 명 이상이 찾아온다. 양평군청 연광흠 자전거팀장은 “자전거길이 생기고 길 근처에 있는 가게의 90%가 매출이 늘었다”며 환히 웃었다.

지난 23일 한국관광공사 이참 사장은 자전거 동호인 20여 명과 함께 북한강 길을 찾았다. 강변에 붙어 달릴 때면 주변 경관에 취해 페달 밟는 속도가 느려졌다.

더욱이 안전행정부가 지난해 4월부터 ‘국토 종주 인증제’를 시행하고 있어 자전거 여행에 새로운 재미를 얹어줬다. 자전거길을 따라 다니며 인증수첩에 인증 스탬프를 찍으면 종주 사실을 국가에서 인정하는 제도다. 지난 1월까지 이미 6만3709명이 자전거로 국토를 종주했다고 나라에서 인증서를 받았다.

이참 사장이 꼽는 자전거 여행의 매력은 모두 세 가지다. 자연친화적인 여행이며, 건강에 좋은 여행이며, 돈이 덜 드는 여행이다. 이참 사장은 “통계에 따르면 국내여행 1박에 평균 17만원을 쓰지만 자전거를 이용하면 일주일에 약 30만원이 든다”며 “자전거 여행은 국내 여행을 길게 다녀올 수 있는 좋은 수단”이라고 강조했다. 관광공사 사장으로서가 아니라 여행자로서 자전거 여행의 매력을 다시 묻자 그는 “자전거를 타야만 보이는 풍경이 있다”고 대답했다.

강따라 옛 철길따라 … 싱그러운 자전거 탄 풍경

week&은 지난 23~24일 이참 한국관광공사 사장과 함께 북한강 자전거길(70㎞)과 남한강 자전거길(50㎞)을 달렸다. 23일 북한강 자전거길은 자전거 동호회원 20여 명과 함께 달렸고, 24일에는 자전거투어 퍼레이드 행사에 참석해 270여 명과 함께 경기도 하남 미사리에서 여주 이포보까지 달렸다. 이틀에 걸친 이참 사장의 자전거 여행을 중계한다.

물 보며 산 보며 가는 북한강 자전거길

24일 퍼레이드 행사에 나타난 이색 3단 자전거
북한강 자전거길은 이참 사장이 가장 좋아하는 길이다. 지난해 5월 서울에서 출발해 강원도 화천 파로호까지 1주일 동안 자전거 여행을 갔다 오기도 했다. 이 사장은 북한강 자전거길을 “산과 강이 어우러진 멋진 길”이라고 추천했다.

북한강 자전거길은 지난해 12월 26일 개통했다. 전국에 들어선 자전거 종주노선 중에서 가장 어리다. 경기도 남양주 밝은광장에서 시작해 경기도와 강원도를 가르는 경강교를 지나 강원도 춘천 신매대교까지 70.4㎞ 길이로 조성됐다. 북한강 자전거길 곳곳은 2010년 12월 운행을 종료한 경춘선 기찻길의 폐선을 뜯어낸 자리에 들어서 있다.

23일 북한강 자전거길 시작점인 의암호 신매대교 부근에서 이참 사장을 만났다. 이 사장은 “의암호 자전거길은 언제 와도 좋다”며 “사계절이 뚜렷한 우리나라는 계절마다 자전거 타는 맛이 달라 매력적이다”고 상기된 표정으로 말했다. 의암호 수면 위로 설치한 데크로드를 따라 달리는 기분은 일품이었다. 호수에서 불어오는 시원한 바람에 몸과 마음이 정화되는 기분이었다. 낚싯대가 떠 있는 북한강 문학공원을 지났고, 자전거 전용도로는 북한강을 따라 한없이 이어졌다. 멀리 보이던 삼악산이 점점 가까워졌다.

2박 3일 투어에 참가한 `십자매팀` 은 평균 나이 58세의 여성으로 구성됐다.
고요한 길이 북적이기 시작했다. 강촌역 폐역에 도착한 것이다. 옛 경춘선이 없어지면서 강촌역은 자연스레 폐허가 됐는데, 여기에 레일바이크 체험장이 들어섰다. 더운 날씨 때문인지 강가에 놀러 나온 사람도 꽤 있었다. 여기서부터는 북한강변을 따라 자전거길이 이어졌다. 수풀이 무성하게 자라 있는 북한강변의 모습이 정겹게 느껴졌다. 이 사장이 자전거 속도를 살짝 늦췄다. 그러고는 “차를 타고 가면 절대 볼 수 없는 풍경”이라며 “자전거 여행을 하면서 우리 강산의 아름다움에 놀란다”며 여유롭게 페달을 밟았다.

북한강변을 따라 자전거가 달렸고, 북한강 가운데로는 수상스키가 달렸다. 운치 있는 카페를 지날 때는 커피 한 잔이 절실하기도 했다. 경강교와 자라섬을 지나고 청평역까지는 북한강과 잠시 멀어졌다. 대신 상천천과 조종천 등 아담한 하천을 끼고 달렸다. 이 사장은 “봄에 오면 여기에 벚꽃이 예쁘게 피어 있다”며 “우리나라 어디를 가도 크고 작은 강과 천을 따라 자전거길이 멋지게 조성돼 있다”고 말했다. 대성리를 지나고 운길산역 옆에 있는 밝은 광장에서 북한강 자전거길 여정이 끝났다.

터널과 철교가 인상적인 남한강 자전거길

이날 행사의 최고령 참가자 장한(71)씨는 자전거 여행 매니어다. 헬멧에 ‘4대 강 종주’‘ 구간별 종주’
‘국토종주’ 인증 스티커가 모두 붙어 있다.
지난 24일 오전 10시쯤 미사리 조정경기장. 긴 자전거 행렬이 한강을 따라 달리기 시작했다. ‘2013 서울~부산 자전거 투어’. 한국관광공사가 주최한 이 행사는 국토 종주 자전거길을 활용한 첫 번째 공식 종주 이벤트였다. 71세의 할아버지, 평균 나이 58세의 여성으로 이뤄진 ‘십자매팀’, 경북 포항에서 올라왔다는 ‘포항레이싱팀’ 등 모두 114명이 2박3일 동안 부산까지 495㎞를 자전거로 달렸다.

이참 사장은 이날 자전거 동호인 160여 명과 함께 여주 이포보까지 50㎞를 달렸다. 이 사장은 “남한강 자전거길은 오늘 처음 달려보는데 먼저 달려본 분들로부터 칭찬을 많이 들어 은근히 설렌다”고 말했다.

미사리를 빠져나온 자전거가 팔당대교를 지나자 중앙선 폐선을 활용해 만든 자전거길이 펼쳐졌다. 2008년까지 중앙선 열차가 다니던 철길이 자전거길이 돼 있었다. 냉장고처럼 시원한 봉안터널을 통과해 남한강 자전거길의 명소 능내역을 지났다. 폐선로를 사이에 두고 자전거길이 나 있는 능내역은 주말마다 자전거 여행을 나온 인파가 몰리는 곳이다.

이포보에 도착한 이참 사장(왼쪽)과 크리스 드브런 스탠다드차타드은행 부행장이 인증수첩을 들고 기념촬영을 했다.
능내역을 지나자마자 북한강 철교를 마주했다. 기차를 탄 것처럼 덜컹거리는 소리가 경쾌하게 울려 퍼졌다. 이참 사장은 “터널과 철교가 참 인상적이었다”며 “전 세계 어디에도 이런 자전거길은 없을 것”이라고 감탄했다. “원래 있던 것을 활용한 아주 멋진 사례로 삼을 만하다”고 덧붙였다. 미사리를 출발한 지 1시간30분쯤 지나 급수지인 양평미술관에 도착했다. “어때요, 달릴 만하죠?” 30분이나 늦게 도착한 기자에게 이 사장이 인사를 건넸다. 이 사장은 지친 기색 없이 참가자에게 손수 간식과 물을 나눠줬다. 도착점인 이포보를 6㎞ 정도 남겨둔 지점에서 후미개고개가 나타났다. 500m쯤 되는 긴 언덕길이 이어졌다. 라이딩 내내 선두에 서서 쌩쌩 달리던 이 사장도 자전거에서 내려 잠시 숨을 돌렸다. “이 고개는 정말 기네요. 아이고 힘들다.”

언덕을 내려와서는 이포보까지 단숨에 내달렸다. 오후 2시쯤 이포보에 도착한 일행은 다 같이 모여 앉아 도시락으로 늦은 점심을 해결했다. 이날 행사에 직원 40여 명과 함께 참가한 크리스 드브런(49) 스탠다드차타드은행 부행장은 “남한강 길은 벌써 세 번째인데, 매번 달릴 때마다 다르다”며 “한국의 아름다움을 다시 한 번 느꼈다”고 소감을 말했다. 이참 사장이 흐뭇한 얼굴로 연신 고개를 끄덕였다.

자전거 마니아 이참의 ‘여행 레슨’
하이브리드 자전거, 비포장 도로 만나도 든든


참가번호 1번을 달고 퍼레이드에 참가한 이참 사장.
이참(59) 사장은 자타가 공인하는 자전거 여행 매니어다. 이참 사장은 “독일에서 보냈던 학창시절에는 여름마다 기어도 없는 싸구려 자전거에 캠핑 장비를 싣고 친구들과 한 달씩 독일 구석구석을 여행하곤 했다”고 소개했다. 내년이면 환갑이 되는 그는 요즘도 저녁마다 짬을 내 한 시간씩 페달을 밟는다.

이 사장은 자전거가 두 대 있다. 하나는 100만원대고, 다른 하나는 200만원대다. 23∼24일 자전거를 탈 때는 100만원대 자전거를 끌고 나왔다. 이 사장은 자전거 여행에 적합한 자전거로 하이브리드 자전거를 추천했다. 포장도로나 비포장도로를 다 달릴 수 있으며 레이싱 자전거만큼 속도를 낼 수 있으면서도 안장이 푹신해 장거리를 달려도 불편하지 않다는 게 추천 이유였다. 이 사장은 “100만원대만 돼도 일반적인 자전거 여행에는 무리가 없다”며 “요즘 너무 비싼 자전거를 타는 사람이 많은데 그럴 필요는 없어 보인다”고 말했다.

자전거 여행에 필요한 장비로는 허리에 차는 작은 가방을 권했다. 이 사장은 “옷 주머니에 휴대전화를 넣고 타다가 땀에 젖어 고장 난 적이 있다”며 가방을 꼭 챙기라고 강조했다. 이어 그는 “유럽에서는 복장에 크게 신경을 쓰지 않는데 한국인은 자전거를 탈 때나 산에 오를 때 복장에 너무 신경을 쓴다”며 “자전거용으로 나온 챙이 짧은 모자와 장갑, 통풍이 잘 되는 긴 팔 티셔츠와 바지 밑단이 짧은 바지만 있으면 된다”고 말했다.

며칠씩 걸리는 자전거여행을 나설 때는 숙소도 중요하다. 이 사장은 한국관광공사가 운영 중인 ‘바이크텔’을 소개했다. 국토 종주 자전거길에서 가까이 있는 숙박시설 13곳에 자전거 보관함을 설치해 운영하고 있다. 문의 한국관광공사 녹색관광센터 02-729-9421.

메뉴 다양한 자전거여행 코스
아라 서해갑문~낙동강 하구둑
633㎞ 끊김 없이 국토종주 가능


자전거 국토 종주는 흔히 아라 서해갑문에서 낙동강 하굿둑까지 633㎞를 달리는 걸 뜻한다. 자전거 전용도로가 길 시작부터 끝까지 이어져 있어 한 번 라이딩을 하면 ‘국토 종주’가 가능하기 때문이다.

다른 방식의 종주도 여럿 있다. 한강·남한강·북한강·새재·낙동강·금강·영산강 등에 조성된 자전거길을 각각 종주하면 ‘구간별 종주’가 되고, 4대 강을 따라 난 자전거길을 모두 달리면 ‘4대 강 종주’가 된다. 우리나라에 난 자전거 전용도로를 죄다 달리면 ‘국토 완주 그랜드슬램’이라고 부른다. 길이만 무려 1806㎞에 이른다.

자전거길을 달리면 정부가 확인 도장을 찍어주는 인증제도가 시행되고 있다. 구간별 종주나 4대 강 종주에도 인증제가 적용된다. 인증수첩에 모든 인증센터의 스탬프를 찍으면 안전행정부에서 인증서와 메달·스티커를 준다. 안전행정부 자전거정책과 김철 팀장은 “지난해 4월 인증제를 시작한 이래 지난 1월까지 아라뱃길부터 낙동강까지 국토 종주 코스에서 모두 6만3709명이 인증을 받았다”고 설명했다.

인증센터는 전국에 모두 71곳이 있다. 직원이 상주하는 종주인증센터가 26곳이고, 용도 폐기된 공중전화 부스를 재활용한 무인인증센터가 45개 있다. 인증수첩은 32개 인증센터에서 판매한다. 3000원. 인증센터 위치는 ‘자전거 행복나눔’ 홈페이지(bike.go.kr)에서 확인할 수 있다.

올 초에는 사이버 인증제도 시작했다. 자전거 행복나눔 홈페이지에 회원 가입을 하고 인증수첩에 적힌 인증번호를 등록한 뒤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 ‘자전거 행복나눔’에서 인증센터 QR코드를 촬영하면 된다.

글=손민호·홍지연 기자
사진=신동연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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