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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즈 칼럼] 농촌 재능나눔의 참맛

윤충열
원광대학교 건축학과 교수
학교 인접 지역의 장날이어서 장터 구경도 할 겸 인심 좋은 막걸리라도 한잔할 양으로 시내버스에 올랐다. 한 정거장에서 백발의 어르신이 어렵사리 버스에 오르더니 몇 번인가 나를 쳐다보시곤 말을 건넸다. “혹시 윤 교수 아녀? 나여, 석치마을….” 6년 전 곧 붕괴될 것 같은 부속사에서 기거하던 손자들의 방을 개조해 드렸던 그 할아버지였다. 오랜 시간이 지났는데도 너무나 반갑게 고마움을 표시하신다.

 집 고쳐주기가 끝난 마지막 날 밤, 주민들과 마을회관에서 석별 파티를 열었다. 1년여가 흐른 뒤 우연히 그 집에 들르게 되었는데 집주인은 반갑게 맞아주며 10살 남짓한 장남을 불러 세우더니 이렇게 말했다. “제가 해드릴 수 있는 것은 없지만 이놈이 크면 꼭 신세 갚으라고 할랍니다.” 재능나눔이 주는 가장 큰 기쁨을 맛보는 순간이었다.

 지금은 좀 나아졌겠지만 2008년 국토연구원의 주거실태조사 자료에 따르면 우리나라 농어촌가구의 22%에 달하는 72만여 가구가 최저주거기준에도 미달된다고 한다. 30년 이상 된 주택에 거주하는 농어촌가구도 101만 가구가 넘는다고 하니 농촌 구석구석에 나눠줄 재능나눔의 손길을 멈출 수 없다.

 엊그제 시작한 것 같은데 벌써 7년째 나눔을 위한 준비를 시작한다. 며칠 전 게시판에 붙여 놓은 자원봉사자 모집란에는 벌써 60여 학생의 이름이 채워져 있다. 모두 다 데려가면 좋으련만 2주 가까이 머룰 장소가 옹색하고 식사준비에 엄두가 나지 않아 일부를 탈락시킬 수밖에 없는 것이 못내 아쉽다.

 주변에선 할 만큼 했으니 젊은 교수에게 넘겨주고 좀 쉬라고 한다. 그들은 모른다. 시쳇말로 몰라도 ‘너어무’ 모른다. 여름방학 2주간의 강행군이 육체적으로 힘들지 모르지만 그러한 것들을 모두 메우고도 남을 그 무엇을 가슴 가득 안고 돌아온다는 것을.

 정말 자랑스러운 것은 봉사에 참가하는 대학생들이다. 그들에게 시간당 노임을 지급한다면 아무도 그렇게 일하지 않을 것임에 틀림없다. 한여름의 폭염과 폭우 속에서도 웃는 낯으로 맡은 작업을 훌륭히 수행하는 것은 그동안의 경험에서 얻을 수 있었던 그 무엇의 힘이 작용하고 있기 때문일 터다.

 지금 이 순간 농촌에서는 도시인들의 나눔을 기다리고 있다. 주말이면 교외를 찾아 느긋하게 노니는 것도 즐거움을 주겠지만, 재능을 나누는 즐거움에 결코 비길 바 아니다. 그것은 희생이 아니고 손해 보는 일도 아님을 7년의 경험을 통해 뼈저리게 느낀다.

 농촌과 재능을 나누는 온라인 터전인 스마일재능뱅크에는 많은 도시민이 참여하고 있다. 개개인의 재능이 농촌과 결합할 수 있도록 손쉽게 접근할 수 있는 공간이다. 재능기부를 통해 농촌마을의 행복은 물론이고 도시도 행복해질 것이라 생각한다

윤 충 열 원광대학교 건축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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