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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화자단기국 'Made in 백제' 단서 찾다

1 스리랑카산 자단에 상아로 줄을 긋고 낙타·공작 등을 새긴 목화자단기국은 현존하는 가장 오래된 바둑판이다. 그동안 만든 곳을 놓고 의견이 분분했다. 2 백제 의자왕이 일본 왕실에 선물한 바둑통 은평탈합자와 3 상아바둑알인 홍아발루기자·감아발루기자.

현존하는 가장 오래된 바둑판이자 최고의 예술품인 목화자단기국(木畵紫檀碁局)의 미스터리를 풀 수 있는 중대한 단서가 일본 궁내청 쇼쇼인(正倉院) 사무소를 통해 알려졌다고 일본 교도통신이 보도했다. 쇼쇼인은 일본 왕실의 유물 창고다. 지난 9일자 교도통신에 따르면 “…본체는 조선반도에서 목간이나 공예품으로 자주 사용한 소나무로 여겨지는 재료가 사용됐다. 정말 소나무라면 쇼쇼인 보물 중 유일한 사용례가 된다.”

 목화자단기국은 1400년 전 백제 의자왕이 일본 왕실에 선물한 것으로 추정되는 바둑판이다. 바둑판은 표면이 스리랑카 원산의 자단으로 만들어졌고 가로·세로 361로는 상아로 새겨 넣었다. 옆 면엔 낙타와 공작 그림, 그리고 코끼리를 이용해 사자를 사냥하는 모습, 낙타 부리는 아라비아인 등이 상아로 새겨져 있다. 전체적으로 매우 아름답고 격조가 있어 오천 년 바둑이 남긴 최고의 예술품으로 평가받고 있다. 그러나 일본이나 중국은 바로 이 같은 상아나 낙타, 코끼리 때문에 “교역이 활발했던 중국 당나라 때 작품”이라는 주장을 펴왔다.

 일본 왕실은 외부에서 온 선물을 기록한 헌물장을 보관하고 있다. 의자왕이 보낸 선물 목록엔 당시 최고의 정력제로 알려진 서각(물소 뿔)도 있고 상아 바둑돌인 홍감아발루기자, 석영과 사문석으로 만든 흑기자·백기자, 표면에 코끼리가 새겨진 바둑통 은평탈합자(4개)도 있다. 같은 페이지에 목화자단기국의 이름도 나온다.

 바둑서지학자 안영이씨는 “백제는 물소뿔을 다루고 상아로 바둑알을 만들었다. 이 점만 봐도 해상교역국가인 백제가 외국에서 다양한 재료를 모아 목화자단기국을 만들고 외국의 풍경을 그림으로 새겨 넣은 것은 하등 이상할 게 없다.”(안영이-다시 쓰는 한국바둑사)고 주장한다. 그는 목화자단기국의 화점이 한국 고유의 순장바둑에서만 보이는 17개라는 점을 특히 강조했다.

 그러나 헌물장에서 목화자단기국은 의자왕이 보낸 품목들 뒤로 17번째에 따로 떨어져 적혀 있다. 왜 그랬을까. 바둑판과 돌은 한 세트인데 왜 떨어졌을까. 또 스리랑카산 자단 같은 백제에서 나지 않는 재료들과 낙타 등 옆면의 그림도 문제다. 당연히 백제가 아닌 실크로드나 남쪽 항로 또는 중국에서 일본으로 건너갔을 가능성이 제기됐고, 이 주장이 일본에선 대세로 받아들여졌다. 중국은 아예 교류가 왕성했던 당나라 때 물건임을 기정사실로 받아들인다. “순장바둑은 조선 영·정조 때 시작됐다고 김옥균은 밝히고 있다. 1400년 전과는 거리가 멀다”(이승우-바둑의 역사와 문화)는 연구는 목화자단기국의 ‘17개 화점’을 또 다른 미스터리로 만들기에 충분했다.

 그렇다면 이번 “한국 소나무가 사용됐다”는 일본 쇼쇼인 발표는 무슨 의미를 지니는 것일까. 문화재청장을 지낸 미술평론가 유홍준씨는 “백제의 공예 기술은 금동항로 등에서 보듯 목화자단기국을 만드는 데 부족함이 없다. 또 경주 한남대총에서 페르시아산 유리 제품이 나왔다는 것은 당시의 교역 범위가 매우 넓었다는 것을 말해준다”고 전제한 뒤 “목화자단기국에 육송(한국 소나무)이 사용되었다는 것은 거의 백제 작품임을 인정한 것과 같다. 일본 국보 1호였던 교토 광륭사의 목조반가사유상도 육송이 사용된 게 밝혀지면서 ‘도래(渡來) 불상’으로 자리매김하게 됐다”고 말했다.

박치문 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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