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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 순환출자 고리 5년 새 69개 증가

2008년 이후 대기업 그룹의 순환출자 고리가 69개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계열사 간 순환출자가 형성돼 있는 그룹은 올해 한솔이 추가되면서 모두 14개로 늘었다. 이들 14개 그룹의 전체 계열사는 124개로 집계됐다. 또 총수가 있는 그룹의 내부지분율은 54.79%로, 지난해(56.11%)보다 1.32%포인트 줄었다. 총수 일가 지분율은 지난해(4.17%)보다 0.19%포인트 늘어난 4.36%였다. 공정거래위원회는 30일 이 같은 내용을 골자로 한 ‘2013년 대기업집단 주식소유현황’을 발표했다. 자산 5조원 이상 62개 그룹이 대상이다. 통상 6월 말에 공개해오던 것을 올해는 한 달 앞당겼다. 6월 임시국회를 앞두고 ‘신규순환출자 금지’와 ‘일감 몰아주기’ 관련 법을 통과시키기 위한 사전 정지작업으로 분석된다.

신규출자 금지법 여론 정지 작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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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순환출자 고리가 증가한 것과 관련, 공정위 관계자는 “합병 등 구조조정 과정에서 발생한 사례도 있지만 상호출자규제 회피, 계열사 지배력 유지·강화, 부실 계열사 지원 등을 위해 순환출자를 활용한 사례도 있다”고 말했다. 내부지분율이 감소한 것에 대해서는 “한솔·아모레퍼시픽과 같이 내부지분율이 낮은 그룹이 새로 지정되고, 계열사 지분율이 높은 회사가 그룹에서 제외됐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총수 있는 그룹(43개)의 출자구조가 총수 없는 그룹(19개)보다 복잡하고 출자 단계 또한 더 많은 것도 순환출자 방식의 특징으로 꼽혔다. 총수 있는 그룹의 평균 출자단계는 4.51단계(계열사 수 평균 35.55개)에 달했지만, 총수 없는 그룹은 1.52단계(평균 계열사 수 13.11개)에 그쳤다. 총수 없는 그룹 중 포스코·KT는 시간이 흐르면서 총수 있는 집단과 유사하게 복잡한 소유지분구조로 변화하는 것도 눈에 띈다.

 삼성(삼성카드·삼성생명)·동부(동부캐피탈·동부생명)·현대(현대증권)·동양(동양증권·동양생명)은 금융·보험사가 순환출자의 핵심을 형성했다. 롯데는 롯데쇼핑·롯데리아·롯데제과 3사 중심의 순환출자구조를 갖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현대자동차는 기업집단 내 주력 3사인 현대자동차·기아자동차·현대모비스가 순환출자의 중심이다. 한진(대한항공)·현대백화점(현대백화점)·현대산업개발(현대산업개발)은 기업집단 내 모든 순환출자가 1개의 주력기업을 중심으로 생성됐다.

총수 일가 지분율 SK 가장 낮아

 총수 일가의 지분보유 현황도 공개됐다. 지분율이 가장 낮은 그룹은 SK다. 총수 단독으로는 0.04%, 총수 일가로도 0.69%에 불과했다. 다음으로 현대중공업(1.17%)-삼성(1.27%)-동양(1.38%)-현대(1.87%) 순이다. 반면 총수 일가의 지분율이 가장 높은 그룹은 한국타이어로 34.84%에 달했다. 이어 부영(34.81%)-아모레퍼시픽(23.81%)-GS(16.79%)-OCI(16.66%)다.

 총수가 있는 집단의 최근 20년간 내부지분율과 총수 지분율 변화도 공개됐다. 1994년 이후 최근 20년 동안 총수가 있는 상위 10대 그룹의 내부지분율은 50% 미만이었지만, 2011년 이후에는 50% 이상을 유지하고 있다. 반면 총수 지분율은 2000년 이후 1% 초반 수준을 유지했으나 최근 2년 연속으로 1% 미만으로 떨어진 상태다. 공정위 관계자는 “지난해보다 개선되긴 했지만 상위그룹일수록 총수 일가가 적은 지분으로 계열사 출자를 이용해 전체 계열사를 지배하는 구조가 지속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노대래 공정위원장은 이 같은 실태에 대해 “대기업 총수 일가가 작은 지분을 갖고 그룹을 지배하는 것은 경제구조상 어쩔 수 없는 부분이 있지만 이제는 책임을 생각해야 할 때”라며 “다음 달 총수 일가의 사익편취 근절을 위한 정책을 반드시 입법화하겠다”고 말했다. 김상택 이화여대 경제학과 교수도 “순환출자가 심할 경우 경제가 어려울 때 기업이 연쇄 도산할 우려가 있을 뿐 아니라 총수가 적은 지분으로 그룹 전체를 지배할 수 있어 사회적 불평등과 이로 인한 불합리한 요소들이 투자자들의 이익을 해칠 우려가 크다”고 말했다.

“일률규제 땐 투자 위축” 반론도

 그러나 신중론을 펴는 학자들도 적지 않다. 김정호 연세대 경제대학원 특임교수는 “순환출자는 지배주주가 큰 현금 없이 투자하면서 경영권을 유지하는 방법”이라며 “순환출자를 규제하면 그만큼 신규투자가 어려워지기 때문에 일률적 규제는 신중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한국경제연구원의 신석훈(경제학) 박사는 “순환출자는 기업의 경영권 안정화 장치로서의 순기능이 크다”며 “경영권이 불안해지면 외부 자본의 지나친 배당 요구에 휘둘리고 장기투자도 어려워진다”고 말했다.

세종=김동호·최준호 기자

◆순환출자=대기업 계열사들이 돌려가며 자본을 늘리는 것을 말한다. 계열사 지배수단 중 하나다. 예를 들어 한 그룹 내 A사가 B사에 출자하는 방식으로 A사는 B사의 최대주주가 된다. 이어 B사가 C사에 출자할 경우 B사의 최대주주인 A사는 B사와 C사를 동시에 지배할 수 있게 된다.

◆내부지분율=기업 전체 발행 주식 지분 중 총수와 총수의 친인척 및 계열사 임직원을 포함한 특수관계인 등 그룹 내부 관계자들이 보유한 지분 비율. 계열사 지분, 자사주·자사주 펀드도 여기에 포함된다. 내부지분율이 높을수록 그룹의 지배구조가 단단해져 외부 적대적 세력으로부터의 경영권 방어에 유리하다. 하지만 주식을 내부에서 보유한 만큼 외부로부터의 자금 조달이 어려울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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