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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착한 기업이 위대한 기업이다

오종남
유니세프한국위원회 사무총장
서울대 교수
최근 들어 기업의 밝은 면보다는 어두운 그늘에 대한 뉴스가 훨씬 더 많은 와중에 기업의 착하고 좋은 면을 강조하는 좀처럼 보기 드문 행사가 지난 28·30일 각각 열렸다. ‘착하지 않고는 결코 위대한 기업이 될 수 없다’는 사실을 여러모로 확인하는 소중한 기회였다.

 시사저널은 28일 ‘2013 굿컴퍼니 콘퍼런스’를 주최했다. 이제는 기업이 이윤 추구만 강조하면서 종업원의 인권, 소비자의 권리, 환경 등 다양한 가치들을 소홀히 한다면 지속이 가능하지 않다는 사실을 깊이 있게 토론했다. 필자는 이 콘퍼런스의 좌장을 맡은 덕분에 고속 성장한 한국 기업들이 앞으로 나아갈 방향에 대한 논의를 지켜보면서 안목을 키울 수 있었다.

 이 시점에서 왜 굿컴퍼니 콘퍼런스인가? 우리 세대는 대부분 어린 시절 아침 인사가 “진지 잡수셨습니까”였다는 사실을 기억한다. 그런가 하면 “뛰지 마라, 배 꺼질라”라는 말을 들으며 자란 추억도 있다. 하루 세 끼 밥 먹는 것이 최대 과제였다. 그런 수준에서 출발한 한국 경제는 드디어 1973년 1인당 국민소득이 하루 1달러에 도달함으로써 하루 세 끼 밥 먹는 문제를 해결하게 됐다. 이어 77년 1000달러, 95년 1만 달러, 2006년 2만 달러에 가까운 소득 수준을 달성하는 쾌거를 이룩했다. 하지만 그 과정에서 기업의 빠른 성장을 위해 종업원의 인권이나, 소비자의 권리, 환경 보호 등 다른 가치는 소홀히 다루어진 것이 사실이다.

 이번 콘퍼런스는 1인당 국내총생산(GDP)이 2만 달러를 넘어선 이 시점에서 아직도 기업이 이윤 추구만을 경영의 최대 목표로 생각한다면 지속 가능성에 도움이 안 될뿐더러 사회적으로도 무엇을 위한 성장인가에 대한 의문이 든다는 의식을 공유하고 대안을 모색하는 출발점이었다. 착한 기업을 넘어 사랑받고 존중받는 기업으로 발돋움하기 위한 디딤돌을 마련한 셈이다.

 유니세프한국위원회와 세이브더칠드런은 30일 아동친화경영 우수 기업 사례를 선정·발표했다. 2012년 영국 런던에서 유니세프·세이브더칠드런·유엔글로벌콤팩트가 공동으로 발표한 ‘아동 권리와 경영 원칙’에 의거해 우수 기업들을 선정했다. 이 원칙은 ▶아동 노동 철폐 ▶아동의 보호자에게 적당한 일자리 제공 ▶제품과 서비스에서 아동 권리 보장 ▶아동 권리를 존중하는 마케팅과 광고 사용 ▶아동 권리를 실현하기 위한 지역사회와 정부의 노력 지원 등 기업이 아동 권리 실현을 위해 할 수 있는 10개 항을 담고 있다. 기업 활동이 아동 권리에 미치는 영향을 국제적인 기준에 의해 평가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는 기업의 사회책임 경영 수준을 한 단계 끌어올리는 데 선도적인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된다.

 아프리카 지역의 백신 개발을 지원해 질병 퇴치에 앞장서고 긴급구호지역의 피해 복구를 돕는 등 위급한 상황에 처한 어린이들을 돕기 위해 노력하는 국내 기업들의 사례는 국제사회의 도움으로 극심한 가난을 극복한 대한민국의 성숙한 오늘을 새삼 실감하게 한다. 중국 기업들이 아동 권리를 최대한 지켜주도록 이끄는 사회적 기업 ‘아동 권리와 기업사회책임센터’의 활동 또한 우리 글로벌 기업들에 시사하는 바가 크다.

 오점을 감추기 위해 덧칠하는 식의 겉치레 사회공헌활동으로는 탐욕스러운 기업이라는 오해, 이른바 ‘갑질’하는 기업이라는 고약한 이미지에서 벗어날 수 없다. 사랑받고 존중받는 착한 기업이 되는 가장 좋은 방법은 어린이를 위해 일하는 기업으로 자리매김하는 것이다. 한국 기업들이 아동 권리와 경영 원칙을 길라잡이 삼아 글로벌 스탠더드를 지키는 참 좋은 기업으로 발전하기를 기대한다.

오 종 남 유니세프한국위원회 사무총장 서울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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