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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 report] 블랙아웃? 산바람 덕에 걱정이 없대


강원도 춘천시 남산면 수동리 720번지. 버들교를 지나 2㎞를 돌아가면 산중턱에 있으리라곤 상상하지 못한 4층 건물이 눈에 들어온다. 정보기술(IT) 솔루션 기업 더존비즈온의 본사이자, 인터넷데이터센터(IDC)다. 회사에선 ‘D-클라우드 센터’라 불리는 곳이다. 이 회사는 2011년 초 서울 양평동에서 춘천으로 옮겨왔다. ‘산중턱 IDC’는 전력난과 전쟁하기 위한 역발상의 산물이다. IDC가 어디에 있든 데이터 전송에는 문제가 없다. 그러나 에너지 측면에서 IDC는 ‘전기 먹는 하마’다. 웬만한 IDC의 연간 전력사용량(15억kWh)은 울산시 가구 전체의 1년치 사용량과 맞먹는다. 24시간 돌아가는 서버에서 내뿜는 열을 식히는 냉방 장치 때문이다.

 더존비즈온은 전기를 아낄 수 있는 마지노선 12도에 주목했다. 기온이 12도보다 낮으면 외부 공기로 IDC를 자연 냉각할 수 있다. ‘프리 쿨링’이라 불리는 방식이다. 이 회사 윤철준 IDC운영팀장은 “춘천은 서울보다 추워 5개월 이상 프리 쿨링을 할 수 있다”며 “프리 쿨링 때는 서버 냉각 전력을 70% 줄일 수 있기 때문에 연간 3억원이 절감된다”고 말했다.

더존비즈온, 3중 안전장치로 ‘전기 요새’ 실현

춘천시 해발 180m에 위치한 더존비즈온 본사.
 기업이 전력 위기에 맞서고 있다. 역발상을 통한 혁신, 정보통신기술(ICT)을 통한 효율화 등의 무기를 들고서다. 잠깐 허리띠를 졸라매는 게 아니라 해마다 반복되는 전력난을 이겨내기 위한 지속 가능한 방법을 찾아나선 것이다. 기업들의 역발상적 에너지 감축 전략은 납품 비리로 원자력발전소 10기가 멈춰서는, 초유의 사태를 맞은 요즘 더욱 주목받고 있다.

 혁신의 결과는 성공적이다. 낮 최고 기온이 31.3도까지 올라갔던 2011년 9월 15일. 이날 오후 3시 예비전력은 24만kW까지 떨어졌다. ‘블랙아웃(대규모 동시정전)’ 직전 상황이었다. 일부 건물의 승강기가 멈춰 섰고, 신호등이 멈춰 차량이 뒤엉켰다. 그런데 더존비즈온은 밖에서 무슨 일이 벌어지는지도 몰랐다. 단순히 시원한 곳으로 터만 옮겨서 이룬 결과가 아니다. 3중 비상 체제는 ‘전기 먹는 하마’를 정전에도 끄떡없는 요새로 바꿔놓았다. 클라우드센터는 한 번이라도 정지되면 사업을 접어야 할 정도로 타격을 받는다. 이 회사는 전기를 창촌·홍천 변전소 두 곳에서 끌어온다. 한 곳에서 문제가 생기더라도 다른 쪽에서 전기를 공급받을 수 있도록 이중화했다. 정전 후 자체 발전기가 돌아가는 데 걸리는 ‘15초의 블랙 아웃’을 이겨내기 위해 무정전전원장치(UPS) 배터리 시설도 대량으로 구축했다. 배터리로 버틸 수 있는 시간은 30분이다. 자체 발전기를 24시간 돌릴 수 있는 정도의 경유 7000L는 회사 저장고에 항상 준비돼 있다. 윤철준 IDC운영팀장은 “전국적 블랙아웃이 며칠간 이어진다 해도 클라우드센터가 중단되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자신했다. 더존비즈온의 혁신은 페이스북·구글의 ‘한국판’이기도 하다. 구글은 핀란드에, 페이스북은 스웨덴에 데이터센터가 있다. 추운 곳이란 공통점이 있다. 구글 핀란드센터는 차가운 바닷물을 쓰고, 페이스북 스웨덴 센터는 ‘프리 쿨링’을 한다. 미국에서 새로 짓는 데이터 센터는 대부분 알래스카나 캐나다 접경에서 부지를 물색 중이다.

포스코, 산소공장 만들어 연 61억원 아껴

 만병통치약 대접을 받고 있는 ICT도 빠질 수 없다. 포스코 광양제철소에서 제철 산업에 필요한 산소를 만들어 내는 산소공장은 연간 61억원의 에너지를 아끼고 있다. 시간대별 전기요금, 산소 탱크 내 산소량과 수요량을 종합적으로 분석해 산소 생산을 조절하는 시스템을 깔았기 때문이다. 서울 용산의 복합쇼핑공간인 현대아이파크몰은 낮 시간에도 주차장 전등이 다 켜지는 낭비를 막기 위해 ‘순차 점등 시스템’을 개발했다. 한낮부터 저녁까지 주차장에 비치는 자연광의 밝기에 따라 자동으로 조명이 4단계에 걸쳐 켜진다. 회사 관계자는 “시스템 개발을 위해 담당자가 지난 1년 동안 주차장에서 태양의 고도를 직접 쟀다”고 말했다. 첨단 소재와 신재생 에너지 이용도 늘어가고 있다. 롯데마트는 41개 점포의 건물 외벽 유리에 열차단 필름을 부착했다. 그 결과 매장 내 온도가 평균 2도씩 낮아졌고, 냉방 전력은 14% 아꼈다. 현대·기아차는 아산공장에 국내 최대 규모의 지붕형 태양광 발전소를 건설 중이다.

롯데마트, 열차단 필름 붙여 냉방 전력 14% 절감

 이성인 한국에너지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넥타이를 매지 않거나 절전 캠페인을 벌이는 등의 일시적인 이벤트로는 전력 소비를 줄이는 데 한계가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국내 전력 소비의 절반 이상(53~55%)이 산업용”이라며 “설비와 생산 구조를 에너지 효율형으로 바꾸는 근본 대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에너지 효율형 설비에는 반드시 절감 측정 계측기를 달아 기업주와 근로자들이 절감 효과를 눈으로 확인할 수 있도록 하자는 제안도 했다. 현재 한국의 1인당 전력소비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보다 10% 이상 높은 수준이다.

 대놓고 말을 못하지만 근본적인 전력 공급 대책의 개선을 요구하는 업계의 여론도 꿈틀대고 있다. 국내 산업에서 쓰는 전기의 90% 이상은 생산에 직접 연관된 전력이다. 아껴 쓰는 데 한계가 있다는 뜻이다. 오정근 고려대 경제학과 교수는 “전력난이 반복되는 나라에 투자할 외국 기업이 있겠느냐”라며 “근본적인 전력 공급 개선책을 통해 국내외 기업이 마음 놓고 일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영훈·구희령·고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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