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준비 안 된 음식쓰레기 종량제 D-1

14일 밤 서울 서대문구 창천동의 한 주택가. 조용하던 골목에 난데없는 고성이 울려 퍼졌다. 집주인 정모(59)씨가 먹다 남은 야식을 집 앞에 버리던 30대 남성을 발견하고 멱살을 잡으며 항의했기 때문이다.

 서대문구는 지난 4월부터 음식물쓰레기 종량제를 시범 실시하고 있다. 인근 주민 강정주(54)씨는 “음식물쓰레기 양에 따라 돈을 내야 해 무단투기를 하는 사람이 늘고 주민들 간 다툼도 잦아졌다”고 말했다.

 지난해 개정된 폐기물관리법이 발효됨에 따라 6월부터 버리는 만큼 음식물쓰레기 비용을 부담하는 음식물쓰레기 종량제가 전면 시행된다. 서울시는 30일 시내 25개 자치구 중 시범실시 중인 곳을 포함한 23개 구에서 다음 달 1일부터 음식물쓰레기 종량제를 실시한다고 밝혔다. 양천구는 7월 1일부터, 서초구는 7월 이후 시행한다. 서울시내 단독·공동주택과 면적 200㎡ 미만의 음식점이 적용 대상이다.

 서울시 전체 416만 가구 중 357만 가구(85.8%)가 참여한다. 현재 서울시의 각 가정에서 배출되는 음식물쓰레기는 연간 2233t. 처리비용만 1385억원이다. 서울시는 종량제 시행으로 음식쓰레기 배출량이 10~20% 줄고 연간 138억~277억원의 처리비용이 절감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하지만 시민들 사이에선 새 제도에 대한 혼란도 만만치 않다. 음식물쓰레기 종량제 시행방식은 전용봉투·전용용기·무선주파수인식(RFID) 계량기의 세 가지로 구분된다. 전용용기를 쓰는 노원·서초·송파구를 제외한 대부분의 자치구 단독주택에선 종량제 봉투를 쓰게 된다. 하지만 이미 음식물쓰레기 종량제를 시범 실시하는 자치구에선 전용봉투에 담지 않고 무단투기하는 경우가 많아 주민들이 골머리를 앓고 있다.

 기자가 29~30일 서대문구·종로구의 단독주택 지역을 돌아보니 종량제 봉투에 담기지 않은 채 무단투기 된 음식물쓰레기들이 곳곳에 널려 있었다. 전용봉투에 담겼어도 봉투 틈새로 음식물이 흘러나 왔다. 종로구 주민 김미자(62)씨는 “종량제 봉투만으로 음식물쓰레기를 처리하면 일부 이기적인 주민의 무단투기를 막을 방법이 없지 않느냐”고 말했다.

 공동주택의 경우 대부분 120L의 대형 전용용기로 단지별 버리는 양을 측정해 가구별로 수수료를 균등하게 배분하는 단지별 종량제 방식이 적용된다. 금천·영등포·송파구에선 RFID 계량기로 가구별 음식물쓰레기 배출량을 측정해 수수료를 내기로 했다. 그러나 대형 전용용기는 공동으로 수수료를 배분하기 때문에 개인의 음식물 쓰레기 감량 노력과 관계 없이 돈을 내야 한다. 쓰레기 감량 효과가 미흡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더구나 원격으로 무게를 재는 RFID 방식의 경우 설치비가 대당 200만원에 달한다. 가구별로 카드 인식을 해 쓰레기를 배출해야 하는 등 과정도 복잡하다. 강남구의 경우 RFID 방식을 시범적으로 실시했지만 시스템 오류로 사용을 포기하고 전용봉투 방식으로 바꿨다. 조남식 강남구 청소행정과 주무관은 “무게를 측정해 전송하는 과정에서 오차가 발생해 수수료가 더 부과되는 경우가 있었다”며 “주민 민원이 빗발쳐 사용을 중단했다”고 말했다.

 일반 가정에 비해 음식물쓰레기 배출량이 많은 음식점들의 반발도 만만치 않다. 면적 200㎡ 미만의 식당은 전용봉투로만 음식물쓰레기를 처리해야 한다. 신촌에서 분식집을 운영하는 조모(53)씨는 “ 나가는 돈이 한 달에 15만원가량 늘어 고민”이라고 말했다.

손국희·이승호 기자 <9key@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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