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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ussia 포커스] 시민 120만, 소비에트의 추억 찾아 '올빼미 투어'

올해로 일곱 번째를 맞는 ‘뮤지엄 나이트’의 주요 프로그램 중 하나인 ‘박물관 순례’를 즐기는 모스크바 젊은이들. 행사의 일환으로 18~19일 모스크바·상트페테르부르크 등 러시아의 많은 도시에서 자정까지 대부
분의 박물관이 무료로 개방됐다. 이번 행사엔 120만 명이 다녀간 것으로 집계됐다. [사진 블라디미르 아스탑코비치/ 리아 노보스티]


제7회 모스크바 '박물관의 밤' 행사
박물관·전시장·미술관 등 250곳 밤새 문 활짝 열고 관람객 맞이
특별 버스와 무료 택시도 운행 소련 시절 문화 콘텐트 인기몰이



지난 19일 새벽, 모스크바 시내 바우만스카야 거리의 현대예술 갤러리. 밤이 깊었는데도 사람들이 낮만큼이나 붐빈다. 갤러리 안의 ‘산업지구 예술공간’을 들여다봤다. 이곳은 심하게 파괴된 소련 시대 낡은 공장들을 그대로 이용해 소비에트를 주제로 한 많은 ‘볼 것’을 전시한 공간이다.



이어 칠흑 같은 어둠 속의 ‘모스카오스’ 갤러리. 관람객들은 마룻바닥 여기저기 널려 있는 상자나 판자에 걸려 넘어질 것처럼 아슬아슬하게 손으로 더듬어 가면서 반짝이는 네온 빛 전시물들 쪽으로 한 걸음씩 다가갔다. 여기저기 가로놓인 인위적·자연적 장애물을 거쳐 위태위태 흔들리는 계단을 따라 2층으로 올라가면 가느다란 불빛 아래 거울들이 끊임없이 빙빙 도는 새로운 공간을 만나게 된다. 이곳에서는 가가린의 우주비행, 소비에트 치하 사람들의 삶, 소련 시절의 영화 등 거대한 소비에트적 삶이 되풀이된다.



5월 18일 밤에서 19일 새벽으로 이어지는 어둠 그 속에서 모스크바 120만 명은 잠을 이루지 못했다. 어른·아이 할 것 없이 모두 정신의 양식을 찾아 박물관 야간사냥에 나섰기 때문이다. 여러 외신도 "미국·프랑스·이탈리아·독일·아르메니아·우크라이나 같은 전 세계 수십 개국 수백 개 도시가 잠을 이루지 못했다”고 전했다. 이 행사는 문화와 지적 유희를 장려하고자 시작돼 올해로 16번째를 맞는 국제행사 ‘박물관의 밤’이었다.



행사의 시초는 1997년 베를린에서 열린 ‘박물관의 봄’이었다. 2001년 행사에는 유럽과 미국 등 39개국이 참가했고, 2005년부터 ‘박물관의 밤’으로 발전했다. 2005년 행사에는 프랑스 박물관 750개와 유럽 박물관 500개가 참가했다. 러시아에서는 2002년 크라스노야르스크 박물관 센터가 처음 참가하면서 시작됐다.



최고 인기를 끈 옛소련 전시회 코너.
모스크바 ‘박물관의 밤’은 올해로 7회를 맞는다. 시 정부가 행사 진행에 1000만 루블(약 3억6000만원)을 편성하고 참가자 수도 120만 명을 기록하면서 올해 모스크바 ‘박물관의 밤’은 예산 규모와 참가자 수에서 모두 최고 기록을 달성했다. 행사가 대성황으로 끝나자 블라디미르 메딘스키 문화부 장관은 "이 행사를 일 년에 한 번만 할 게 아니라 여러 번 진행하자”고 제안했고, 다음 행사는 11월로 잡혔다. 모스크바 시내의 250개 박물관과 예술공간, 미술관은 모스크비치(모스크바 사람)와 모스크바를 찾은 손님들을 맞았다. 베를린 행사보다 거의 두 배나 큰 규모였다. 또 올해는 공원들도 관람 대상으로 추가됐다. 시 당국은 관람객들이 시간 안에 모든 것을 둘러볼 수 있도록 이날 하룻밤만 특별 버스 노선을 가동했다. 심지어 무료 택시까지 운행했다. 이날 시내는 아침까지 길이 꽁꽁 막혔다.



올해 ‘박물관의 밤’ 행사가 내건 공식 슬로건은 ‘박물관(기억+창의성)=사회적 진보’다. 그러나 해를 거듭할수록 러시아 대중들이 소비에트 시절 문화에 관심을 보이는 경향이 두드러진다.



올 행사의 주요 무대인 마네시 중앙전시장에서는 ‘포장 디자인: 메이드 인 러시아’라는 주제로 전시회가 열렸다. 포장재 변천사를 통해 러시아의 발전사, 소련과 러시아 사이의 계승성을 살펴볼 수 있는 전시였다. 러시아 사람이라면 누구에게나 친숙한 소련 시대 포스터와 포장재 사이로 일군의 청년 무리가 소련 시절의 ‘스틸랴기’(멋쟁이) 패션으로 옷을 차려입고 돌아다녔다. 학생들은 부모님이 어렸을 적이나 할머니·할아버지 세대가 사용했을 물건과 그림을 깊은 관심과 열정을 갖고 살펴보았다.



소련 시대 게임 박물관은 또 다른 ‘소련시절의 명소’였다. ‘박물관의 밤’의 다른 모든 행사와 마찬가지로 이 박물관을 찾은 사람도 대부분이 소련 붕괴 이후 태어난 고등학생과 대학생이었다. 단순한 향수가 아니라 ‘그때 그 문화’에 대한 관심이 많다는 사실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조금은 음침한 넓은 전시실에서 투박한 ‘아빠 어릴 적’ 오락기를 30분간 체험해 보기 위해 사람들은 길게는 두 시간 가까이 줄을 서서 기다렸다. 그중에는 모스크바의 밤거리와 화려한 차림의 군중에 약간 겁먹은 외국인도 있었다. 하지만 마침내 박물관에 들어서자 방문객들은 오랜 기다림과 한밤중이라 피곤한 것도 잊고 아이처럼 즐거워하며 오락기들 사이를 여기저기 뛰어다녔다.



이처럼 러시아 박물관들이 소비에트라는 과거에 관심을 표명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또 이런 향수를 보고 싶어하는 수요는 어디에서 나오는 것일까? 러시아 과거 세대에게 오랜 세월 동안 순박하게 ‘살며 삶에 기뻐하도록’ 해준 ‘찬란한 미래’에 대한 소련 시대 지향성이 어쩌면 오늘날 젊은이들에게 부족하기 때문은 아닐까?



엘레나 김 Russia포커스 기자



본 기사는 [러시스카야 가제타(Rossyskaya Gazeta), 러시아]가 제작·발간합니다. 중앙일보는 배포만 담당합니다. 따라서 이 기사의 내용에 대한 모든 책임은 [러시스카야 가제타]에 있습니다.



또한 Russia포커스 웹사이트(http://russiafocus.co.kr)에서도 확인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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