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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ussia 포커스] 2차대전 승패 가른 쿠르스크·바그라티온 전투

구자정
대전대 역사문화학과 교수
러시아사 전공
소련은 제2차 세계대전에서 큰 피해를 보았다. 인적 피해만 2000만 명을 넘는 것으로 역사학자들은 추정한다. 이 수가 부상자를 포함하지 않은 추정치라는 점을 고려하면 피해가 얼마나 큰지, 왜 2차대전을 러시아에서는 ‘대조국전쟁’이란 각별한 명칭으로 부르는지 이유를 알기란 어렵지 않다.



2차대전 당시 유럽 전선은 사실상 나치 독일과 소련 사이에 승패가 결정됐다. 나치가 총 전력의 80% 이상을 소련과의 대결에 쏟아부었고, 소련은 1941년 여름~44년 여름 3년간 거의 혼자 독일을 상대해야 했기 때문이다. 소련의 막대한 피해는 침공에 일방적으로 몰리던 전쟁 초기에 집중되었는데, 그 피해는 사실 이오시프 스탈린의 잘못된 정책 탓이 컸다. 독일의 공격 징후를 스탈린이 무시해 공격 개시 시점에 소련은 전쟁 준비가 제대로 돼 있지 않았다. 더구나 소련군은 스탈린이 30년대 후반 무차별적으로 자행한 군 수뇌부 대숙청으로 심각히 약화된 상태였다.



하지만 승승장구하던 독일군에 모스크바 방어군이 첫 시련을 안긴 이후 42년 겨울 스탈린그라드, 43년 여름 쿠르스크에서 독일군의 진격은 잇따라 저지됐다. 특히 쿠르스크 전투를 기점으로 전쟁 양상은 변하기 시작했고, 붉은 군대가 전 전선에서 공세로 전환해 실지회복에 나선 이 무렵 승패는 이미 결정됐다. 이 과정을 앞당긴 것은 44년 6월의 바그라티온 공세였다.



바그라티온 공세는 유사 이래 최대 전투인 동시에 2차대전에서 독일이 당한 최대의 패배이자 연합군이 거둔 가장 큰 규모의 승리였다. 약 2개월간의 전쟁에서 동부 전선 중앙부를 담당한 독일군의 주력 중부집단군은 문자 그대로 소멸해 버렸다. 90만 병력 중 무려 45%에 달하는 사상자가 발생했고 사단장급 고위 지휘관 다수가 포로가 되거나 전사하는 기록적 참패를 당했다. 독일 중부집단군의 붕괴로 동부전선엔 큰 구멍이 뚫렸고, 소련군 선두 부대는 단숨에 폴란드 국경까지 내달렸다. 바그라티온 공세가 끝난 44년 8월 독일의 패배는 이미 기정사실이 됐다.



소련의 이러한 기여가 한국엔 잘 알려져 있지 않고, 심지어 일각에선 소련의 역할을 폄하하고 평가 절하하기도 한다. 그 이면엔 연합국의 원조, 특히 미국의 ‘렌드-리스(Lend-Lease)’ 프로그램에 따른 물자 원조가 소련의 승리에 크게 기여했다는 주장이 깔려 있다. 냉전 시기 일부 보수 냉전사가들에 의해 유포된 이런 견해는 명백히 진실을 호도하는 것이다.



렌드리스가 물자 보급에 크게 기여한 것은 사실이지만, 본격화된 것은 승부가 소련으로 기운 43년 겨울 이후의 일이다. 렌드리스로 보급된 장비 중 소련군에 큰 도움이 된 물품은 지프나 트럭과 같은 수송 수단이었다. 이런 장비는 기동력이 약한 소련군 보병의 기동화에 크게 기여했다. 렌드리스가 본격화된 뒤 벌어진 바그라티온 공세에서 차량화되고 기계화된 소련군 보병부대는 소련 육군의 자랑인 전차부대와 함께 전쟁 초 독일군의 장기이던 ‘전격전’을 역으로 적용해 대성공시켰고 나치에 사상 최대의 참패를 안긴 것이다.



이처럼 독일의 패배를 앞당겼다는 점에서 렌드리스의 의미와 기여를 부인할 수는 없다. 하지만 렌드리스가 없었어도 - 심지어 소련 혼자 싸웠다 해도- 소련이 궁극적으로 승리했으리라는 점에는 의심의 여지가 없다. 이는 소비에트 연방의 가장 위대한 업적 중 하나이며, 그 승리의 이면에는 조국을 위해 목숨을 던진 수많은 소련 국민의 희생과 헌신이 있었다.



러시아에서 5월 9일이 단순한 승전기념일의 의미를 넘는 것은 이 때문이다. 이날은 당시 조국을 위해 싸우다 산화한 수많은 영혼의 희생과 헌신을 기리는 추모의 날이며, 이는 러시아사 전공자로서 이들의 고통과 비극, 헌신, 희생을 늘 역사 속에서 되새기고 마주하게 되는 필자에게도 역시 그러하다.



구자정 대전대 역사문화학과 교수



본 기사는 [러시스카야 가제타(Rossyskaya Gazeta), 러시아]가 제작·발간합니다. 중앙일보는 배포만 담당합니다. 따라서 이 기사의 내용에 대한 모든 책임은 [러시스카야 가제타]에 있습니다.



또한 Russia포커스 웹사이트(http://russiafocus.co.kr)에서도 확인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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