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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론 기고] '선과 악', 역사대화 가로막는다

중앙일보 5월 20일자 김진 논설위원의 기명칼럼과 관련해 일본 내에서 제기된 비판을 진지하고 무겁게 받아들여 미치가미 히사시 주한 일본대사관 공보문화원장이 보내온 기고문을 싣습니다. 편집자



 이웃 국가와 감정의 마찰이 잦은 근본 원인은 ‘내가 상대방을 잘 안다’는 착각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정보가 넘치는 시대지만 실은 서로 잘 알지 못한다. 단편적인 이야기는 많이 알기에 ‘잘 알고 있다’고 믿어버리기 쉽다. 서울의 일본문화원을 방문한 분이 “일본에 문화가 있는 줄 몰랐다. 너무 멋지다. 가족을 데리고 오겠다”고 말했다. 도쿄의 한국문화원에도 같은 일이 있다. ‘이웃 나라에 훌륭한 문화가 있다’는 사실조차 모르는 사람이 있다는 것이 현실이다. 지난해 8월 이후, 무거운 분위기 속에서도 한국에서는 일·한 교류 이벤트가 중단된 일이 거의 없고 학생 자원봉사자는 예년보다 많이 몰렸다. 다른 이웃 나라에서처럼 일본 기업들이 시위로 공격당하는 일도 없었다. 일본인들은 이를 잘 모른다.



 일본의 극히 일부에서 외국인을 배척하려는 언동이 있다. 아베 신조(安倍晋三) 총리는 국회에서 그런 언동은 “매우 유감이다” “타국 사람들을 비방중상하며 우리가 우월하다고 인식하는 것은 큰 잘못이다. 결국은 스스로를 욕보이게 된다”고 말했다. 총리는 청소년의 국제 교류와 여성의 활약도 열심히 추진한다. 이런 사실이 한국에 더 많이 알려졌으면 좋겠다.



 소크라테스의 ‘무지의 지’, 즉 나는 잘 모른다는 것을 안다는 지혜는 어느 세상에서나 필요하다. 반대로 자신이 상대를 충분히 안다는 믿음, 선입견과 편견으로 비뚤어진 정의감으로 누군가를 공격하는 일이 가장 위험하다. 이웃 국가 간에는 서로 이런 일이 일어나기 쉽다. 미국역사학회 회장을 지낸 글루크 박사는 말했다. “전승국도 패전국도 단순하고 자기중심적인 기억, 민족의 스토리를 원한다.” “역사는 기억에 져서는 안 된다. 폐쇄적인 민족의 기억이 아니라, 복잡한 사실을 다각적으로 보는 것이 역사다.” 이야말로 역사 인식의 핵심이다. 김대중 대통령 시절 한국 정부는, 전쟁 중의 잔혹행위에 대해 베트남에 공식 사죄했다. ‘목숨을 걸고 싸운 아버지를 악인을 만드느냐’는 반대 속에서도 영단을 내렸다.



 침략전쟁과 식민지 지배에 대한 일본 정부의 역사 인식은 명확하다. 아시아 각국에 큰 피해와 고통을 주었음을 인정하고 통절한 반성과 마음으로부터의 사죄를 분명히 했다. 이 또한 ‘아버지와 선조의, 국가의 명예를 더럽히는가’라는 비판 속에서였다. 아베 총리도 역대 내각의 입장 전체를 계승할 생각임을 국회에서 분명히 했다. 아베 총리는 일본이 침략하지 않았다고 말한 적이, 한 번도 없고, 식민지 지배에 대해서 부인한 적도, 한 번도 없다.



 어떤 나라든 ‘민족의 영광’으로 역사를 보지 않고, 힘이 들어도 용기를 가지고 사실을 직시할 필요가 있다. 역사가 기억에 지지 않는 길이다. 이는 결코 굴욕이 아니라 공정함과 용기를 가진 그 국가에 대한 평가를 높일 것이다. 유럽에서 역사대화가 진전된 것은 각국에 ‘민족주의적 역사 교육은 좋지 않다’는 공통 인식이 있었기 때문이다. 자국 중심의 독선적·배타적인 관점이 냉정하고 객관적인 사실 파악을 그르치고 타국에 대한 반감을 조성할 위험을 서로 인식했기 때문이다. 한편 동아시아에서는 민족사관적 발상이 남아 ‘선과 악’으로만 보기 쉽다. 이것이 역사대화를 가로막는다.



 그런 점에서 20일자 중앙일보에 일본에 대한 원폭 투하가 ‘신의 징벌이었다’라는 칼럼이 실린 것은, 유일한 피폭국인 일본으로서 절대 용인할 수 없으며 매우 유감이다. 단, 동시에 한국 정부가 그와 같은 인식은 한국 정부 및 한국 일반 국민의 인식과 차이가 있다는 취지의 언급을 한 점은 유념하고 있다.



 1965년 이후 축적된 양국의 우호협력도 훌륭한 역사다. 일본은 앞으로도 겸허히 역사를 되돌아보고 인간의 고통을 아는 국가로 계속 있으면서 활력을 되찾아 대외교류와 발신을 강화할 것이다. 역사란 학교에서 배우기만 하는 것이 아니라 날마다 우리가 땀 흘려 만드는 것이다. 벳쇼 고로 주한 일본대사도 말했다. “10년 후에는 오늘 일도 역사가 된다. 일·한의 한 사람 한 사람이 협력해 날마다 좋은 역사를 만들어 가자”고.



미치가미 히사시 주한 일본대사관 공보문화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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