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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트북을 열며] 북한에도 할 말은 해야 하는 민주당

채병건
정치국제부문 차장
북한이 지난 25일 국방위원회 정책국 대변인의 담화라는 형식으로 박근혜 대통령의 실명을 거론하며 참 거칠게도 비난했다. 어찌 이런 표현까지 만들어냈나 싶을 정도다. “괴뢰 집권자” “극악한 대결 본색”은 종종 사용했던 관용구라 쳐도 “치마바람을 일쿠며 돌아쳤다” “요사스러운 언행” 대목에선 여성 대통령을 비하하려 했다는 게 느껴진다. 비난의 조어 능력에선 북한을 따라갈 나라가 없을 것 같다. 이런 북한을 상대로 민주당이 오랜만에 입바른 소리를 했다. 김한길 민주당 대표가 27일 공개 회의 석상에서 “박 대통령을 원색적 용어로 비판한 것은 대단히 잘못된 일”이라며 “대한민국 국민들이 모욕감을 느낀다”고 했다.



 북한이 우리 대통령을 실명 비난한 것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북한은 5년 전인 2008년 4월에도 새로 출범한 이명박정부에 대해 노동신문에서 ‘이명박 역도’로 비난했다. 김대중·노무현 전 대통령도 재임 당시 각각 “김대중은 김영삼과 함께 죄악의 쌍둥이” “노무현 정부가 (김일성 주석 10주기 추모단 방북을 불허해) 천륜까지 어겼다”는 비난을 들어야 했다. 북한의 대통령 비난에는 남한 정부에 대해 대북 정책을 변경토록 압박하고, 남한 내부에선 위기감을 고조시켜 분란을 조장하겠다는 쌍끌이 전술이 깔려 있다.



 물론 민주당은 대북 정책에서 청와대·여당과 달리 대화 우선론이 분명하다. 남북 대화가 재개될 조건과 방식을 놓고 정부가 먼저 전향적으로 나서야 한다며 당정과 현격한 차이를 보인다. 민주당은 28일에도 “대화를 위한 대화라도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렇다고 햇볕정책이 근간인 민주당의 남북 관계 해법은 이러이러하니 북한의 몰상식한 비난에 대해서도 방관자로 남을 수 있다고 여긴다면 오산이다. 민주당 역시 여당과 마찬가지로 보수·진보를 떠나 국민 전반의 상식을 대변할 책임이 있는 공당이기 때문이다. 이게 제1야당인 민주당과 진보 시민단체의 차이가 아니겠는가.



 오히려 야당이기 때문에 청와대와 여당을 대신해 할 말을 하는 게 더 필요할 수 있다. 2001년 3월 김대중 대통령과 조지 부시 미국 대통령 간의 정상회담에서 부시 대통령이 김 대통령을 ‘this man(이 양반)’으로 부른 게 논란이 됐다. 당시 한나라당 소속 홍사덕 국회부의장이 “적절한 해명이 없을 경우 한국민의 자존심을 상하게 할 수 있다”며 백악관에 유감을 표명하는 공개 서한을 보냈다. 집권당이 직접 나설 경우 한·미 관계에서 물밑 긴장감을 부를 수 있어 야당 정치인이 부담을 대신해 준 셈이다.



 김 대표의 북한 비판 발언은 어찌 보면 당연하다. 지금까지 민주당에서 이런 얘기가 쉽게 나오지 않았고, 누구도 이를 진지하게 고민하지 않았던 게 문제였다. 민주당은 위기라고 한다. 위기를 탈출하는 해법엔 민주당이 북한의 일탈엔 분명히 대응하는 모습을 보여주는 것도 포함된다.



채병건 정치국제부문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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