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얹혀살고 차 얻어 타다 … 이일희가 웃었습니다

이일희가 LPGA 투어 퓨어실크 바하마클래식에서 우승컵을 들어올리며 기뻐하고 있다. 그동안 투어 경비 부족으로 조직위가 제공하는 무료 숙소를 이용하고 차를 얻어 타고 다녔던 그는 우승 상금으로 2억1600만원을 받았다. [파라다이스아일랜드(바하마)=게티이미지]


‘괜찮다. 오늘 잘 안 돼도 내일 잘될 거라는 확신이 드는 걸 보니 골프가 많이 늘긴 늘었나 보다’.

LPGA 바하마클래식 제패
‘볼빅’ 국산 공 쓰는 선수로 첫 우승
새로 생긴 대회 초대 챔피언 영예
“상금으로 번듯한 집 사고 싶어요”



 2011년 9월 16일 열린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 나비스타클래식 1라운드. 4오버파를 친 이일희(25·볼빅)는 자신의 미니홈피에 스스로를 위로하는 문구를 올렸다. 그러나 다음 날에도 4오버파를 치며 예선 탈락. 이일희는 “지금이 내 인생에서 가장 힘든 시기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젊기 때문에 이 정도는 이겨낼 수 있다. 막연하나마 잘해낼 수 있다는 믿음이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LPGA 투어의 현실은 간단치 않았다. 2010년과 2011년에 번 돈은 12만92달러(약 1억3474만원). 이일희는 “대회 조직위원회가 제공하는 무료 숙소(하우징)를 이용하고 차를 얻어 타고 다녔다. 대회가 없을 때는 지인 집에 얹혀 지냈다”며 “그래도 투어 경비는 늘 모자랐고 통장 잔고가 바닥이 난 적도 있었다”고 했다. 2011년에는 한 기업과 후원 계약을 맺었다가 한 푼도 받지 못하는 사기도 당했다.



그러나 미국 무대에 대한 꿈을 접지 않았다. 이일희의 아버지 이남표(54)씨는 “‘한국으로 돌아오라’는 권유가 많았지만 돌아가지 않겠다고 했다”며 “2011년 말 한국에서 몇 개 대회를 뛰는 것을 조건으로 후원해 주겠다는 기업이 나서 시드전을 봤지만 낙방하고는 ‘미국에서 끝장을 보라는 이야기’라고 말하더라”고 했다.



 역경 속에서도 한 우물을 팠던 이일희가 LPGA 투어 퓨어실크 바하마클래식에서 데뷔 4년 만에 생애 첫 우승을 차지했다.



 이일희는 27일(한국시간) 바하마 파라다이스 아일랜드의 오션클럽골프장에서 열린 최종 라운드에서 5언더파를 기록해, 최종 합계 11언더파로 아이린 조(미국)를 2타 차로 제치고 우승했다. 신설 대회로 치러진 이 대회는 주초 내린 폭우로 코스가 물에 잠겨 정상 진행이 어려웠다. 정식 대회 인정을 위한 최소 조건(36홀 플레이)을 충족시키기 위해 플레이가 가능한 12개 홀을 3일 동안 도는 방식으로 치러졌다. 6언더파 공동 5위로 최종 라운드를 시작한 이일희는 강한 바람에 경쟁자들이 무너지는 사이 홀로 차분한 플레이를 펼쳤다. 11번째 홀까지 보기 없이 버디만 4개. 1타 차 단독 선두로 나선 그는 마지막 18번 홀(파5)에서 러프에 떨어진 티샷을 투온시킨 뒤 버디를 추가해 완벽한 우승을 차지했다. 우승 상금은 19만5000달러(약 2억1600만원). 이일희는 “우승 상금으로 번듯한 집을 사고 싶다”며 “세계 랭킹 1∼10위 중 두 명 빼고 다 나온 대회였다. 나도 ‘톱 랭커들을 제치고 우승한 선수’라는 타이틀을 갖게 됐다”며 기뻐했다.



 이일희는 ‘교과서 같은 스윙을 지녔지만 기량만큼 성적이 나지 않는 선수’라는 평가를 들었다. 고 1 때인 2004년 아시아·태평양주니어선수권에서 청야니(대만)를 꺾고 우승을 차지하며 각광받았지만 2007년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 투어에 데뷔한 뒤 우승 없이 상금랭킹 20~30위권을 맴돌았다. 이일희와 절친한 김하늘(25·KT)은 “기본기가 탄탄해 언젠가 일을 낼 줄 알았다”고 말했다.



 이일희의 우승을 예견했던 곳이 또 있다. 국산 골프공 제조업체 볼빅이다. 스폰서 사기를 당해 어려움을 겪던 이일희를 2012년부터 후원해 온 볼빅의 문경안 회장은 “이일희의 가능성을 믿고 무조건 지원했다”고 말했다. 이일희는 국산 공을 사용하는 선수로는 처음으로 LPGA 투어에서 정상을 밟았다.



이지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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