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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워드로 보는 사설] 갑을관계·갑을문화

갑과 을은 계약서상에 등장하는 용어다. 갑은 ‘비용을 치르고 재화와 용역을 제공받는 입장’을, 을은 ‘재화와 용역을 제공한 대가로 돈을 받는 입장’을 나타낸다. 갑과 을은 계약관계에서 합의한 내용을 이행하는 동등한 주체여야 한다. 갑을이라는 단어 자체도 원래 천간(天干)을 나타내는 ‘갑을병정무기경신임계’에서 따온 말이다. 천간은 하늘의 시간 흐름을 가늠하는 단위일 뿐이다. 갑과 을 사이에 우열이 나뉠 까닭이 없다.



 그러나 우리 사회에서 ‘갑을’은 불평등한 사회관계를 일컫는 말로 쓰인다. 현실에서 갑은 우월한 위치에 있고, 을은 갑을 떠받들어야 하는 처지인 탓이다. 최근 남양유업의 밀어내기 영업 등 ‘갑의 횡포’라 불리는 사건이 잇따라 일어나고 있다. 갑이 을을 일방적으로 몰아붙이고 착취하는 문화가 곪을 대로 곪아 터지고 있는 것이다. 이에 따라 곳곳에서 갑을이라는 명칭을 없애자는 움직임이 일고 있다. 고용노동부는 표준근로계약서에서 갑과 을이라는 용어를 없애고 대신 ‘사업주’와 ‘근로자’라고 쓰기로 했다고 발표했다. 표준근로계약서는 노동부가 만든 서식으로, 회사와 직원이 작성하는 고용계약서다. 국방부도 5월 16일부터 모든 계약서에 계약 대상자에서 ‘갑’과 ‘을’이라는 표현을 없앴다. ‘갑’과 ‘을’ 대신 ‘수요자’와 ‘공급자’, ‘매도인’과 ‘매수인’, ‘임대인’과 ‘임차인’으로 표기하기로 했다.



 그러나 단순히 ‘갑을’이라는 용어가 없어졌다고 해서 불공정한 관행이 사라질 것 같지는 않다. 박근혜 대통령은 “정말 불공정하고 억울한 갑을 관계는 반드시 없어져야 한다”고 공언한 상태다. 평등하고 공정한 갑을 관계야말로 경제민주화의 출발점이라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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