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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사설] 약탈적 '갑을문화' 경제민주화로 바로잡아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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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양유업이 물의를 일으킨 직원을 해고하고 대표 명의로 사과했지만 파장은 수그러들지 않고 있다. 분노한 대리점주들이 이 회사 제품 판매를 거부하는 집단행동에 나섰고, 소비자들 사이에서도 불매운동이 확산되고 있다. 공정거래위원회의 현장조사 결과 본사 차원의 밀어내기(제품 구입 강제)가 있었다고 하니 충분히 그럴 만하다.



한겨레 2013년 5월 10일자 31면

 남양유업 대리점주들은 전산 주문서를 본사 직원들이 조작해 발주하지도 않은 물량을 강제로 떠맡겼다고 주장한다. 시키는 대로 안 하면 대리점 재계약을 해주지 않겠다는 위협도 받았다고 한다. 명절 떡값이나 본사 직원 전별금 명목으로 돈을 뜯기고, 심지어 유통기한이 다 된 제품까지 떠안아야 했다고 한다. 공정위와 검찰은 피해 상황을 꼼꼼히 살펴 일벌백계해야 할 것이다.



 이번 사태를 계기로 갑의 횡포에 대한 을의 분노가 봇물처럼 터져나오고 있다. 엊그제 국회에서 열린 을들의 성토대회는 남양유업 사태가 식품업체뿐만 아니라 자동차 대리점, 제과 대리점, 백화점 입점업체 등 업종을 가리지 않고 만연해 있음을 보여준다. 짐작은 했지만 약탈적 갑을문화가 이렇게 심할 줄은 몰랐다. 매출 목표를 정해주고 못 채우면 불이익을 주고, 유통기간이 다 돼가는 제품을 떠안기는 경우가 허다했다. 모임을 주선한 민주당 이종걸 의원은 “상당수 중소자영업자들이 대기업 본사의 수익보장 허위광고로 일을 시작했다가 매일 죽지 못해 사는 삶을 살고 있다”고 요약했다. ‘을사조약’이란 말이 과장이 아니다.



 자영업을 하려는 사람들이 넘치다 보니 가맹점 본사가 갑의 행세를 할 수 있는 여건이다. 그렇다고 상생은 안중에 없고 그저 털어먹을 궁리만 해서야 되겠는가. 이제 그런 수전노식 사고방식은 안 된다. 남양유업은 소유주가 책임을 지고 기업문화를 바꿔야 한다. 다른 기업들도 제2의 남양유업이 되지 않으려면 기업문화를 바로잡아야 한다.



 남양유업은 2006년에도 밀어내기로 공정위에 제소됐지만 가벼운 시정명령을 받는 데 그쳤다고 한다. 다른 여러 업종의 피해자들 역시 공정위에 하소연해도 무시하거나 솜방망이 처벌에 그치기 일쑤였다고 입을 모은다. 지금의 사태에는 공정위의 미온적인 대처도 한몫한 것이다. 공정위는 을의 최후의 의지처란 사실을 깊이 인식해야 한다.



 갑을문화는 불공정거래에서 비롯되는 만큼 강력한 법과 제도로 규제해야 한다. 경제민주화에 그 해답이 있다. 지난 임시국회에서 가맹사업법과 공정거래법 개정안을 처리하지 않은 것은 참으로 안타까운 일이다. 다음 달 임시국회에서 경제민주화 입법이 반드시 이뤄져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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