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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생낙원 된 체코·폴란드 접경 604㎢

감시인도 철책도 없는 국경 11일 체코 크르코노세 국립공원이 안개에 덮여 있다. 왼쪽은 체코, 오른쪽은 폴란드 땅이지만 제한 없이 넘나들 수 있다. [강찬수 기자]


비바람이 불어닥친 해발 1200m의 스핀들레로바보우다 봉우리는 뿌연 안개가 덮고 있었다. 가문비나무의 고사목들이 흐르는 안개 속에 모습을 감추기도 하고 드러내기도 했다. 지난 11일 체코의 수도 프라하에서 북동쪽으로 200여㎞ 떨어진 브르클라비시(市) 인근의 크르코노세(폴란드 이름은 카르코노제) 국립공원에는 궂은 날씨에도 불구하고 주말을 보내려고 찾아온 탐방객들의 차량이 적지 않았다.

DMZ 60년, 유럽서 보존·활용 해법 찾다 (하) 국경 넘는 생태계 보전



체코는 대부분의 지역이 평지여서 해발 1602m의 주봉 스니에즈카를 중심에 두고 동서 방향으로 산줄기가 이어져 있는 크르코노세 지역은 산을 좋아하는 사람들에게 인기가 높다.



산맥의 능선을 경계로 남쪽은 체코, 북쪽은 폴란드 땅이지만 국경이란 느낌은 별로 들지 않았다. 능선을 가로지르는 도로에는 가로 막대가 설치돼 있었지만 감시인도 없었고 차량 통행도 가능했다. 체코 크르코노세 국립공원 관리사무소의 야쿱 카스파르 대외협력담당관은 “동서 냉전시기엔 공산권 국가끼리도 무장 경비병들이 국경을 삼엄하게 지키고 있었다”며 “지금은 국경을 넘는 데 별다른 제약이 없다”고 말했다.



두 나라 국립공원 통합 관리·운영



탐방객 연간 900만 명 크르코노세 국립공원은 경관이 아름답고 겨울에는 스키를 즐길 수 있어 연간 700만~900만 명이 찾는다. [사진 크르코노세 국립공원]


동서 장벽이 무너지고 유럽 전체가 통합되는 추세인 데다 이곳은 두 나라의 국립공원이 하나처럼 운영된다. 1959년에 지정된 폴란드 측의 카르코노제 국립공원(면적 56㎢)과 63년에 지정된 체코 측 크르코노세 국립공원(363㎢)이 92년 유네스코의 첫 ‘접경지역 생물권 보전지역(TBR)’으로 지정됐기 때문이다.



생물권 보전지역은 생태계 보전과 개발행위 규제 수준에 따라 핵심·완충·전이지역으로 구분되는데, 국립공원 외곽에 완충·전이지역이 더해지면서 TBR 면적은 603.6㎢로 두 국립공원을 합친 것보다 넓다. 폴란드 측의 미칼 마코프스키 탐방담당관은 “체코보다 면적은 좁지만 폴란드 쪽에서 가치가 있는 곳은 보호지역에 다 포함됐다”고 말했다.



 크르코노세 지역이 TBR로 지정된 것은 특이한 생태계 덕분이다. 이곳에서는 고위도 지방에서 나타나는 북극 툰드라 생태계와 고산지역에서 나타나는 알파인 툰드라 생태계가 동시에 펼쳐진다. 2만 년 전까지 존재했던 빙하의 흔적도 곳곳에서 확인된다, 해발 1400m에 자리 잡은 아(亞)북극 습지는 한국의 대암산 용늪처럼 람사르 습지로 등록돼 있다. 특히 스칸디나비아 반도에서 주로 발견되는 산딸기 종류인 클라우드베리(진들딸기)나 송이풀 종류도 관찰되고 있다.



 체코 측 크르코노세에는 연간 700만~900만 명에 이르는 탐방객이 찾는다. 우수한 경관과 생태계뿐만 아니라 겨울스포츠까지 즐길 수 있기 때문이다. 크르코노세 국립공원 곳곳에서는 5월 중순인데도 눈이 채 녹지 않는 스키 슬로프와 리프트의 모습을 볼 수 있었다. 국립공원으로 지정되기 훨씬 전인 100여 년 전부터 이곳에 스키장이 들어서 있었기 때문에 가능했다.



130년 만에 스라소니 다시 발견





TBR 지정 후 양국이 함께 산림 복원에 힘을 기울인 끝에 130여 년 전 자취를 감췄던 스라소니가 2년 전에 다시 발견될 정도로 생태계가 건강해졌다.두 나라는 현재 70여 개의 프로젝트를 공동으로 추진하고 있을 정도로 꾸준히 협력하고 있다. 생태계 공동 조사는 물론이고 장애인 탐방 프로그램, 부상자 안전구조 프로그램 등도 함께 운영한다. 최근에는 지리정보시스템(GIS)에 따른 지도 작성작업을 함께 진행하고 있다. 두 나라의 서로 다른 GIS 데이터를 표준화해 국립공원 내에서 위치 혼동을 막기 위한 작업이다. 두 나라 국립공원 관리자들은 1년에 두 차례 공식 회의를 열지만 사업별로는 담당자들끼리 수시로 만난다.



 마코프스키는 “체코와 폴란드 양쪽에서 비슷한 업무를 맡고 있는 사람들끼리 ‘커플’이 돼 매일같이 전화통화를 하거나 만나서 의논하고 함께 일한다”며 “카스파르와 나도 커플 사이”라고 웃으며 말했다.



 동행한 경기관광공사 김현 DMZ 평화생태팀장은 “체코·폴란드의 TBR 사례는 통일 전이라도 남북이 협력해 DMZ 생태계를 보전할 수 있는 모델로서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특히 우크라이나가 나중에 합류해 확대된 폴란드·슬로바키아·우크라이나 3국의 동(東)카르파티아 산맥지역 TBR 사례처럼 한국의 주도로 DMZ 남쪽을 먼저 TBR로 지정받은 뒤 나중에 DMZ 북쪽까지 확대하는 것도 충분히 시도할 수 있는 방안이라는 게 김 팀장의 설명이다.



브르클라비(체코)=강찬수 환경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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