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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커스] 법원에 간 의사들 "동영상 강의 한 번 했다 날벼락"



“평소 경찰서에 한 번 간 일이 없습니다. 병원에서 진료보는 것밖에 할 줄 아는게 없습니다. 그런데 법원이라뇨….그것도 피고인 신분으로요. 날벼락이 따로 없어요. 처음 연락을 받았을 땐 하늘이 정말 노랗게 변하더군요. 동아제약에서 제안한 동영상 강의를 하고 지급받은 강의료가 이렇게 문제가 될 줄은 꿈에도 몰랐습니다.”(동아제약 리베이트에 연루된 의료인 A씨)

동아제약 리베이트 의료계 후폭풍 여전







의료계가 동아제약 리베이트 후폭풍에 시달리고 있다. 지난 1월 검찰은 동아제약이 전국 병·의원 1400여 곳에 의약품 처방을 대가로 48억 원 가량의 리베이트를 제공했다고 밝혔다. 이어 리베이트 수수 혐의로 의사들이 줄줄이 검찰에 소환됐다. 이후 복지부에서는 검찰 조사보고서를 근거로 '면허정지 2개월 행정처분'에 대한 사전통지서를 발부했다. 만일 혐의가 인정되면 처벌을 내리겠다는 예고장이다.







의료계에서는 곧바로‘억울하다’며 반발하고 나섰다. 하지만 사건은 이제 시작이었다. 동아제약 리베이트과 연루된 의사 십 수명은 집접 법정에 출두해야만 했다. 자신의 무죄를 입증하기 위해서다. 리베이트로 의사들이 법정에 선 것은 리베이트 쌍벌제 시행 이후 이번이 처음이다. 이전에는 제약회사나 의약품 도매업체 관계자만 재판을 받았었다.







검찰“동영상 강의도 리베이트”vs 동아제약 “리베이트 아니다”대립





첫 재판은 지난 3월 초에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진행됐다. 이때까지만 해도 의료계는 ‘죄가 없으니 문제 없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동아제약에서도 이렇게 진술할 것이라고 생각하는 의료인도 있었다.











이날 검찰 측은 “동아제약은 쌍벌제(2010년 11월)가 도입된 이후에도 전국 병원 거래처를 상대로 교묘하게 48억원 상당의 경제적 이익을 제공했다”며 동아제약을 압박했다.











검찰은 동아제약이 ▶병원 소모품 대납(병원 인테리어 공사비·의료기기 장비값·병원 홈페이지 제작비 등) ▶개인적 비용 대납(자녀 어학연수비·가족 여행비·전자제품·가구·명품 등) ▶현금·기프트카드·법인카드 제공 ▶ 의사 강연료·자문료 지급 등의 수법을 활용했다고 지적했다.







특히 회사와 상관없는 제 3의 업체를 내세워 외견상 합법적으로 보이는 새로운 형태로 리베이트를 제공했다고 주장했다.







반면 동아제약측 변호인단은 “의약업계 만연한 리베이트를 근절하지 못하고 사회적 물의를 일으켜 송구스럽게 생각한다. 수십년간 이어진 관행에 따라 리베이트를 한 점을 감안해달라”며 리베이트 혐의 대부분을 사실상 인정했다. 다만 “검찰이 공소사실에 명시한 것처럼 강의료 전부를 리베이트라고 볼 수 있는지는 의문”이라며 반발했다. 이날 피고인으로 출석한 동영상 업체 대표 역시 리베이트 혐의에 대해 “동아제약에서 용역을 받아 교육 컨텐츠를 제작한 정당한 대가로 (금품을) 제공한 것이지 리베이트 대가로 지급한 것은 아니다”고 말했다.







검찰 증거는 모두 인정한 동아제약…형량 낮추기 시도?



쟁점은 ‘동영상 강연’에 대한 정당성으로 불거졌다. 문제는 그 이후다. 상황이 묘하게 흘러가기 시작했다. 시작은 4월 말 진행된 2차 공판에서다. 이날은 검찰이 제시한 증거 채택을 다투는 날이었다. 또 동아제약 리베이트 수수혐의로 기소된 의사와 병원 관계자들을 대상으로 한 첫 변론을 진행한 날이기도 했다.







동아제약 재픈 후 법정 앞에서 사람들이 서로의 의견을 나누고 있다.










검찰에 따르면 동아제약은 교육 콘텐츠 제공 전문 에이전시 업체를 이용해 15~20분 분량의 인터넷 강의를 촬영했다. 이후 건당 240만원씩 총 3600만원 상당을 강의료 명목으로 지급했다.







이날 재판에서 동아제약 측은 “검찰에서 채택한 증거를 전부 동의한다”고 말했다. 동영상 강연으로 연루된 에이전시 측만 “모든 증거가 리베이트와 연관되지 않았다. 다시 자료를 검토해 달라”고 말했다.동아제약이 동의한다고 말한 증거에는 동영상 강의 관련 사항도 포함돼 있었다.







곧 법정이 술렁거렸다. 동아제약이 사실상 리베이트 혐의를 모두 인정한 것이 아니냐는 의혹 때문이다. 파문이 커질 것을 우려한 동아제약 측은 곧 “증거를 동의한다고 혐의를 인정한 것은 아니다”라며 “일부 사항은 추가적인 점검이 필요하지만 큰 틀에서 인정한다는 의미”라고 덧붙였다.







하지만 재판 과정을 지켜본 일부 관계자들은 동아제약이 상황이 불리하게 만들어지고 있어 형량을 낮추기 위해 혐의를 인정하는 분위기를 만들고 있는 것이라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실제 의료인들 진술 역시 갈렸다. 혐의가 비교적 가벼운 의료인 몇명은 기존 입장에서 바꿔“리베이트를 받은 점에 대해 잘못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들 중에는 논란이 됐던 '동영상 강의'가 문제가 된 의료인들도 포함돼 있다.







노환규 의사협회장이 변호사와 의견을 나누고 있다.


이번 재판에 대해 노환규 의협회장은 “일괄적으로 판단할 문제가 아니다. 일부는 형량을 낮추기 위해 혐의사실을 인정했다. 하지만 동영상 강의와 관련해서는 억울한 일이 생기면 안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법조계에서는 일부 의사들이 리베이트 혐의를 인정하면서 판결에 가속도가 붙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법조계 관계자는 “의사 피고인은 리베이트 수수금액이 높은 사람을 중심으로 채택됐다. 다들 상황이 다르지만 일부가 리베이트 혐의를 인정했다는 것은 재판부에도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말했다.







법원, 제약사에서 의사 성향 관리하면서 강연 부탁하면 '리베이트' 인정



그렇다면 동영상 강의는 어떻게 해석할 수 있을까. 이에 대한 구체적인 사항은 다음 재판에서 확인할 수 있다. 재판부는 오늘(27일) 동영상 강연 촬영과 관련한 증인들을 소환해 증인 심문을 진행할 예정이다.







이번 공판에서는 동영상 강연료 위법성을 중심으로 한 심문이 이어질 것으로 추측된다. 특히 이번 심문은 그 결과에 따라 의사들의 리베이트 연관성까지 영향을 미칠 수 있어 이목이 집중되고 있는 모양새다.



다만 의료계는 의사들이 교육용 동영상 제작에 참여해 강의료를 받은만큼 리베이트와 연관성이 없다는 입장이다. 또 리베이트와 관련한 명확한 기준이 없는 만큼 이에 대한 책임은 회사가 져야한다는 주장이다.



물론 개략적인 상황은 이전에 비슷한 재판을 통해서도 유추할 수 있다.







바로 2009년 한국MSD가 공정거래위원회를 상대로 제기한 ‘시정명령 등 취소청구 소송’이다. 당시 한국MSD는 공정위가 지적한 의료기관에 자문·강연료 등을 지원, 임상실험 및 연구비 지원 등은 부당고객유인행위(리베이트)가 아니라며 법원에 재판을 제기했다.







특히 MSD는 ‘제약사의 학술행위가 반드시 필요한 행위’라며 강연·자문료에 대한 정당성을 입증하기 위해 재판부를 상대로 장시간 프리젠테이션을 준비하는 등 재판부 설득에 심혈을 기울였다. 재판은 무려 3년에 걸쳐 진행됐다.







하지만 결과는 제약·의료계에 부정적이다. 당시 재판부는 “소속 병원 및 다른 병원 의사들에게 원고가 판매하는 의약품의 처방과 관련해 주요 의사들을 선별해 관리하고 의사의 성향을 분석해 등급에 따라 지원행사를 마련하는 차원에서 강연과 자문이 활용됐다”며 리베이트 연관성을 인정했다.







만일 동아제약이 의사들을 대상으로 이런 방식으로 관리했다면 리베이트 연관성에 대해 부정하기 어려울 수 밖에 없다는 의미다. 제약사 관계자는 “아마 동아제약도 내부적으로 이런 저런 사실을 다 확인하고 이익이 되는 쪽으로 움직일 것”이라며 말을 아꼈다.







한편 전국의사총연합은 지난 10일 서울중앙지방법원에 리베이트 쌍벌제와 관련한 위헌소송을 제기했다. 전의총은 “동아제약 사건에서도 알 수 있듯이 무엇이 불법이고 합법인지 애매한데다 약값에 리베이트가 포함돼 있다는 논리 자체가 모순”이라며 “만일 약값 자체에 리베이트가 포함돼 있다면 이런 약값을 책정한 정부 관계자나 제약사가 처벌을 받아야 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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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선미 기자 byjun3005@joongang.co.kr <저작권자 ⓒ 중앙일보헬스미디어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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