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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자의 역설…소심한 자의 주머니가 더 두둑

일러스트 강일구
한 TV 토크쇼에서 밝혀진 트로트 가수 장윤정의 사연이 많은 팬을 안타깝게 하고 있다. 장윤정은 ‘어머나’라는 초대형 히트곡을 앞세워 행사의 여왕, 걸어 다니는 중소기업이라 불릴 만큼 많은 수입을 올린 것으로 알려져 있었다. 하지만 결과는 충격적이었다. 본인의 입으로 그 많은 돈을 날린 것은 물론 거액의 빚까지 떠안고 있다고 고백했기 때문이다. 가족에게 돈 관리를 맡겨 뒀는데 잇따라 사업에 실패한 것이 화근이었다.

증시 고수에게 듣는다

대다수 사람은 수입을 많이 올리면 부자가 된다고 생각한다. 마찬가지로 기업에 대해서도 영업을 잘해 순이익을 많이 올리면 저절로 주가가 오른다고 여기는 경향이 있다. 일견 맞는 얘기지만 이건 100%가 아닌 반쪽짜리 정답이다. 개인이든 기업이든 두 가지 주머니가 모두 채워져야 부자가 되기 때문이다. 하나는 ‘버는 주머니’이고 다른 하나는 ‘관리하는 주머니’다. 관리가 수입만큼 중요하단 의미다.

버는 주머니는 두둑했지만 관리하는 주머니에 문제가 생긴 대표적인 기업 사례는 웅진그룹이다. 예컨대 핵심 계열사였던 웅진코웨이는 웅진 특유의 세일즈 능력을 발휘해 정수기 렌털 분야에서 압도적인 1위를 달리던, 말 그대로 현금 찍는 기계였다. 하지만 웅진홀딩스가 건설·태양광·저축은행 등에 무분별하게 진출하면서 그룹은 해체되고 웅진코웨이마저 사모펀드로 넘어가는 비운의 운명을 맞게 됐다. 그 결과 영업력만 보고 주식을 샀던 투자자들은 참담한 결과를 손에 쥐게 됐다. 한 가지 주머니만을 봤던 결과다.

종목 선택, 지급보증 관계사 있는지 살펴야
신랑감을 고를 때 당사자의 연봉뿐 아니라 가족들의 재정상태는 건전한지 혹은 지인들에 대한 보증을 해 준 사실은 없는지 살펴봐야 결혼하면서도 최소한 경제 문제에 있어서 만큼은 안심할 수 있다. 주식을 선택할 때도 지원 가능성이 있거나 지급보증을 해 준 관계사가 없는지 살펴봐야 한다. 특히 최근 들어 국내 주택경기의 장기 불황과 해외에서 수주한 프로젝트의 원가율 상승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건설사들을 관계사로 끼고 있는 회사들에서 유사한 문제들이 계속 나타나고 있음을 염두에 둬야 한다.

반대의 경우도 있다. LG생활건강과 동원그룹은 버는 주머니와 관리하는 주머니 모두가 빵빵해져 사세가 급격히 확대되고 그 결과 주가가 크게 올랐다. LG생활건강은 생활용품과 화장품을 팔아 번 돈으로 코카콜라보틀링·더페이스샵·해태음료 등을 사들이는 현명한 결정을 통해 선순환구조를 만들었다. 동원그룹은 참치잡이로 시작해 국내외 캔사업으로 확장하고 증권사를 연달아 인수해 지금의 식품 및 금융그룹을 만들었다.

두 회사 모두 주머니 관리능력이 뛰어난 경영자들이 존재했다는 공통점이 있다. 차석용 부회장은 외국 회사에서의 경험과 해태제과를 살려 낸 노하우를 LG생활건강에 접목해 일련의 인수합병(M&A)을 성공시켰다. 동원그룹의 김재철 회장은 싸지 않으면 사지 않는다는 원칙과 함께 제조업과 금융업을 두루 경험한 노하우를 살려 M&A를 통해 사세를 확장했다. 이뿐 아니라 현재 고령임에도 불구하고 왕성한 활동을 보여 주고 있다.

기업에 이어 개인 차원으로 넘어가 보자. 장윤정의 사례에서 보듯이 유독 연예계에서 관리하는 주머니에 문제가 생겼다는 뉴스를 자주 접하게 된다. 원인은 두 가지로 해석된다. 첫째는 연예인 대부분이 어린 나이에 큰돈을 버는 반면 그 돈을 관리할 준비는 되지 않았다는 점이다. 둘째는 가족들이 수입을 관리하는 경우 돈은 앞으로 얼마든지 들어온다는 생각에 큰 고민 없이 무분별하게 투자하는 성향이 있다는 점이다. 많은 수입은 잘 관리하면 훌륭한 종잣돈이 되지만 반대로 조심성을 무디게 하는 속성이 있는 탓이다.

물론 연예계에서도 관리하는 주머니에서 큰 성취를 보인 사람들이 있다. 가수 방미와 개그맨 김생민이 대표적인 재테크 고수 연예인들로 알려져 있다. 방미는 부동산 투자, 김생민은 금융상품 및 주식 투자로 주력 분야는 다르지만 이들에 관한 기사를 읽어 보면 치열하게 공부하고 노력한다는 공통점이 존재한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실제로 김생민은 경제신문을 하루도 빼놓지 않고 보며 재테크 서적을 즐겨 본다고 어느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밝혔다. 결국 버는 것만큼이나 관리하는 능력도 부단한 노력을 필요로 한다는 것이다.

‘관리 주머니’에 문제 생기면 복구 어려워
연예인 얘기까지 갈 것도 없이 주변에서도 관리하는 주머니에서 쓴맛을 본 경우는 자주 접할 수 있다. 특히나 주식 투자를 업으로 삼고 있는 입장에서 통탄할 일은 여러 재테크 수단 중에서도 유독 주식 투자에서 실패해 번 돈을 날렸다는 이야기가 많다는 점이다. 실제 필자도 주식 투자에 대한 부정적 시각이 팽배하다 보니 대학생 시절 주식 투자를 시작했다는 사실을 차마 부모님께 알려 드릴 수 없었던 슬픈 사연이 있다.

주식 투자의 실패 사례들을 종합해 보면 해야 할 일을 하지 않아서라기보단 “그때 그 정보를 듣고 그 주식을 사지 말아야 했어”와 같은 고백에서도 짐작해 볼 수 있듯이 하지 말아야 할 일을 해서 사달이 난 경우가 대부분이다. 앞에서 언급한 장윤정과 웅진그룹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가족들이 사업을 벌이지 않았다면’ ‘극동건설을 사지 않았다면…’이란 가정을 해 본다면 하지 말아야 할 일을 했을 때의 여파를 실감할 수 있을 것이다.

주식 투자 때 가장 흔하게 빠지는 함정은 세 가지로 요약된다. 첫째가 펀더멘털이 받쳐 주지 않는 테마주에 투자하는 것이고, 둘째가 그 시기에 가장 인기 있는 주식에 투자하는 것이며, 셋째가 빚을 내 몰빵 투자하는 것이다. 단언하건대 셋 다 하지 말아야 할 일의 범주에 포함되는 매우 위험한 행동들이다. 필자가 18년간 주식 투자를 하며 많은 투자자를 만났지만 이런 일에 가담해 돈을 지켜낸 사람을 보지 못했다.

게다가 지금은 저성장·저금리 시대다. 임금 상승률은 낮고 예금해 봐야 나오는 이자가 뻔하며 집값 상승 역시 난망이다. 즉 관리하는 주머니에 문제가 생기면 복구할 방법이 제한돼 있다는 뜻이다. 정답은 하나다. 직장에서 고생해 가며 열심히 번 돈을 잘 지키는 데 주력해야 한다는 것이다. 주식 투자에서는 가치 투자가 그 해답이다. 소심하고 조심스러운 자만이 관리하는 주머니를 두둑하게 만든다는 투자의 역설을 믿어 보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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