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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치 투자자라면 ‘저평가 유럽’에 관심 가질 만”

최정동 기자
구글 검색창에 토포(Topor)라고 치면 ‘이스라엘 토포 가문(Topor Family Israel)’이라는 연관 검색어가 뜬다. 서울 광화문에 위치한 투자자문사 토포앤코코리아(TCK)의 오하드 토포 회장이 이 가문 출신이다. 그의 아버지 요코프 토포는 컴퓨터 절전 모드(hibernation mode)를 개발한 기술자다. 전자 회사를 직접 운영하는 동시에 첨단 기술 분야 투자로 큰돈을 벌었다. 그의 세 아들 모두 아버지의 뒤를 이어 첨단 기술 산업 및 자산 운용업에 몸 담고 있다. 런던과 서울에 투자자문사를 둔 토포 회장은 그중 장남이다. 지난해 8월 자산 규모가 큰 개인과 기관을 상대로 한국에서 투자자문업을 시작한 토포(34사진) 회장을 22일 만났다. 이스라엘 텔아비브대 경제학과, 스탠퍼드대 MBA 출신인 그는 2000년대 초반부터 집안의 자산 관리와 벤처 투자업에 참여했고, 2009년 런던의 투자자문사에서 경력을 쌓았다.

한국 부자들, 벌기보다 지켜야 할 때
-한국에 진출한 계기는.
“스탠퍼드대 MBA 과정 중 한국인 친구를 많이 사귀었고, 그들 덕에 한국에 와보고는 반했다. 한국 기업이 얼마나 빠르고 혁신적인지, 한국 사람들이 얼마나 성실하고 똑똑한지를 보고 놀랐다. ‘이 나라에서 성공할 수 있겠다’는 확신이 생겼다. 한국 문화도 내게 매우 잘 맞다. 가족과 교육을 중시하는 점이 이스라엘과 굉장히 비슷하다.”

-사무소가 런던과 서울에 있는데.
“한국 사업을 준비하기 시작한 지난 5년 동안 시간의 절반 정도를 한국에서 보냈다. 투자업은 런던에 베이스를 두는 게 유리하다.”

-구글에 토포를 쳤더니 토포 가문이 떴다. 꽤 유명한 가문인가.
“히브리어로 검색하면 훨씬 더 많은 정보가 나온다(웃음). 아버지는 기술ㆍ혁신 산업에 30년 넘게 투자해왔다. 본인이 컴퓨터 기술을 개발하기도 했다. 내 장인 역시 1992년 이스라엘 초기 벤처 투자회사를 만든 분이다.”

-얼마나 큰 부를 일궜는지 공개할 수 있나.
“가족의 자산은 공개할 수 없다. 한 가지 투자 성공 사례만 들려주겠다. 우리 가족이 참여한 벤처 캐피털 펀드는 미국의 시에나(Ciena)라는 광통신장비업체에 320만 달러를 투자해 2억6400만 달러를 회수했다. 나도 여러 해 동안 벤처캐피털 투자에 참여했다.”

-20대 초반부터 가족 사업에 참여했는데, 어떤 교육을 받았나.
“아버지의 교육은 대부분 저녁 식사 자리에서 이뤄졌다. 아버지는 사업이 어떻게 돼 가는지, 어떤 점이 어려운지를 솔직하게 털어놓았다. ‘진짜 삶(real life)’을 가르쳐준 것이다. 그런 얘기를 들으면서 ‘어떻게 해결해야 하지’ 하고 생각하는 법을 배웠다. 그런 훈련이 돼 있으면 사회에 진출하는 게 두렵지 않다. 13세 때부터는 여름방학 때마다 아버지 사업장에 나가서 일했다. 그때도 아버지는 지금 하는 일이 어떤 건지, 어떤 점이 고민인지를 솔직하게 들려줬다.”
토포앤코코리아의 공동 설립자 미국의 유명한 가치투자자 하워드 막스다. 미국 LA와 뉴욕에서 오크트리캐피털매니지먼트를 이끌고 있는 막스 회장은 지난해 포브스가 선정한 미국 300대 부자 중 한 명이다.

-막스 회장은 어떻게 영입했나.
“개인적인 친분이 있었다. 한국에 진출하겠다고 했더니 ‘한국에 개인 맞춤형 자산 관리를 해주는 사업이 있느냐’고 확인하더라. ‘기존 금융 상품을 판매하는 방식 외엔 없다’고 했더니 ‘그렇다면 함께하자’고 했다. 막스 역시 이전에 한국을 몇 차례 방문해봤기 때문에 한국 시장의 가능성을 잘 알고 있었다.”

-한국의 증권사나 은행도 개인자산관리 서비스를 한다. 모델이 어떻게 다르다는 건가.
“증권사나 은행과는 완전히 모델이 다르다. 이들 회사는 금융 상품을 팔고, 그 금융 상품을 만든 회사에서 판매 수수료를 받는다. 그러다 보면 완전히 고객 입장에서만 서서 상품을 팔기가 쉽지 않다. 우리는 고객에게서만 운용비를 받는다. 고객 편에서 세계 투자처를 훑어보고, 가장 적합한 투자처와 투자 관리자를 찾는다. 투자 관리자에게 반대로 수수료를 주면서 고객 돈을 굴린다. 또 하나 다른 점은 전문성이다. 하워드 막스의 가치투자 방식은 우수성이 검증됐다. 하버드ㆍ예일ㆍ스탠퍼드대의 기부금 투자 포트폴리오를 공유하고 있다.”

-막스 회장과 가치 투자 철학을 공유하고 있나.
“우리 가족은 2000년대 초반 정보기술(IT) 버블이 꺼지면서 가파른 추락을 경험했다. 그때 얻은 교훈은 ‘투자는 다각화해야 한다’는 것이었다. 자산가치는 언제나 오르락내리락하는데, 중요한 건 가치가 올라가는 자산에는 이미 투자를 해놓은 상태여야 하는 것이다. 하워드나 나의 신념은 ‘미래는 예측할 수 없다’는 것이다. 1년 뒤 코스피 지수를 누가 맞힐 수 있겠는가. 그래서 다양한 자산을 보유해야 한다. 그리고 그 자산의 가치가 오를 때 이익을 실현할 수 있어야 한다.”

-단순히 자산을 보유하는 게 문제가 아니라 그 자산을 저렴하게 사는 게 중요한 거 아닌가.
“맞다. 싸게 자산을 사는 방법은 하나다. 사람들이 안 살 때를 기다리는 거다. 가치투자자의 전문성은 여기서 나온다. 어느 시점에 특정 매물을 적당한 가격에서 살지, 이걸 찾아야 한다. 투자자의 또 다른 전문성은 네트워크다. 예를 들어 유럽의 부동산에 투자하고자 한다면, 누가 유럽 부동산을 가장 잘 아는지를 알고 있어야 한다.”

-지금 저평가된 자산은 어디라고 보나.
“유럽이 좋은 예다. 많은 사람이 ‘지금은 유럽에 절대 투자해선 안 된다’고 말한다. 가치 투자자라면 지금 유럽에 관심을 가질 만하다.”

실패에 두려움 없어야 한국 창업 문화 성장
토포 회장이 처음 한국을 찾은 건 2001년이다. 당시 한국 정부가 이스라엘의 벤처 캐피털 펀드 관계자들을 초청하며 그의 처가가 포함됐기 때문이다. 이스라엘의 벤처 창업 문화는 세계 각국이 벤치마크 대상으로 삼을 정도로 활성화돼 있다. 그는 자산 운용 못지않게 벤처 투자 얘기에 열을 올렸다.

-이스라엘은 벤처 창업이 아주 활성화된 걸로 유명하다.
“자신감 때문인 것 같다. 이스라엘 젊은이들은 사업을 시작할 때 두려움이 없다. 실패를 하더라도 가족이나 사회가 뒤를 받쳐준다고 생각한다. 이스라엘에선 성공하건 실패하건 시도한다는 자체를 높게 평가한다.”

-한국 젊은이들은 실패했다간 영원히 주저앉게 될까 두려워 창업을 기피한다.
“안타깝다. 한국의 젊은이들이 안전한 직장을 선호한다고 들었다. 이스라엘의 벤처 투자회사는 투자처를 고를 때 실패한 경험이 있는 사람을 더 좋아한다. 이미 어려움을 겪어봤고, 그걸 통해 교훈도 얻었으니까.”

-한국에선 요즘 ‘창조경제’가 화두다. 이스라엘에서 배울 점이 많을 것 같다.
“내가 정말 해보고 싶은 것도 한국의 스타트업(start-upㆍ신생기업)에 투자하는 것이다. 한국에 ‘기업가 정신(entrepreneurship)’을 고취하는 데 내가 도움이 됐으면 좋겠다. 이스라엘의 창업 문화가 많은 도움이 될 거라 본다. 사실은 박근혜 대통령한테 편지도 쓰려고 한다.”

-뭐라고 쓸 건가.
“한국의 창조경제를 발전시키는 데 도움이 되고 싶다고 쓸 거다. 나는 한국 벤처기업인 몇몇과 함께 기업가 정신을 키우기 위한 모임도 만드는 중이다.”
TCK의 고객이 되려면 개인은 500만 달러(56억여원), 법인은 1000만 달러(112억여원) 이상을 투자해야 한다. 슈퍼 리치를 대상으로 하는 자산관리다. 토포 회장은 “한국 부자들이 대를 이어 부를 유지하는 걸 돕는 게 목표”라고 말했다.

-이미 한국 고객이 꽤 된다고 들었다(금융 당국에 따르면 3월 말 기준 TCK의 계약액은 2200여억원이다). 한국 부자의 특성은.
“투자 성향이 특별히 다른지는 모르겠다. 한국 부자들은 이스라엘 부자들과 비슷한 단계에 있다. 부를 창출하는 단계에서 부를 지키는 단계로 옮아가고 있다는 것이다. 이제 한국 부자들은 더 이상 ‘한 해에 20%의 수익을 올리고 싶다’고 하지 않는다. 미국ㆍ유럽의 부자들처럼 기존에 축적한 부를 어떻게 유지할지, 어떻게 다음 세대로 물려줄지에 집중해야 한다.”

-한국 부자들의 최대 관심 중 하나는 부의 승계다.
“이스라엘 부자들도 가장 어려워하는 점 중 하나다. 대를 이어 부를 유지하기 어려운 이유는 자산 투자가 전문성이 필요한 고도의 기술이기 때문이다. 투자에서 성공하려면 직관과는 반대로 행동해야 한다. 하워드가 ‘2차적 사고’를 강조하는 것도 그래서다. 다른 사람들이 어떤 자산을 사려고 몰려간다고 가정하자. 1차적 사고를 하는 사람은 ‘지금이 살 때’라고 생각하지만 2차적 사고를 하는 이들은 ‘남들이 사니까 지금은 팔 때’라고 생각한다. 결국 자산 관리는 전문가에게 맡겨야 한다.”

-한국 속담에 ‘부자 3대 못 간다’는 말이 있다. 직접 부를 일구지 않은 2세ㆍ3세들은 아버지 세대만큼 돈을 소중히 여기지 않는 게 아닐까.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그들도 돈이 중요하다는 것을 알 거라고 확신한다. 나부터도 돈을 소중하게 생각한다. 돈 자체가 소중하기보다 돈이 가치를 창출할 수 있기 때문에 중요하다. 문제는 돈을 지키려면 많이 배워야 한다는 거다. 돈을 지키는 법을 배우면 돈에 더 진지해지고, 반드시 더 좋은 결과를 낳는다. 이스라엘 부자들도 과거엔 부동산 투자를 많이 했다. 금융은 어려워서다. 성장이 정체되면서 부동산 가격이 떨어졌고, 자산을 다각화하지 않은 사람은 손해를 봤다. 부자들은 자산을 다각화하는 방법을 좀 더 배워야 한다.”

-슈퍼 리치가 아닌 일반 독자에게 자산관리 팁을 준다면.
“일단 자산 운용의 10년 계획을 세우길 권한다. 그리고 다양한 주식 시장, 코스피와 S&P500 같은 지수에 상장지수펀드(ETF) 같은 형태로 투자하는 게 좋다. 소규모 투자자들이 철저한 조사와 분석으로 투자할 종목을 찾는 건 어렵다. 시중에 공개된 지수에 투자하면 본전 이상의 수익은 기대할 수 있을 거라 생각한다.”

-한국 부자들 사이에선 ‘절세’가 큰 이슈다.
“요즘 세금 도피가 이슈가 되고 있다는 것도 들었다. 우리 회사의 철학은 돈을 벌면 세금을 내야 한다는 것이다. 같은 철학을 공유하는 투자자하고만 일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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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급변사태와 안정화 전략’을 주제로 북한학 박사를 받았다. 국방연구원 안보전략연구센터ㆍ군사기획연구센터와 고려대학교 아세아문제연구소 북한연구센터에서 군사ㆍ안보ㆍ북한을 연구했다. 2016년부터는 중앙일보에서 군사ㆍ안보 분야 취재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