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eLoad Image preLoad Image
검색 바로가기
주메뉴 바로가기
주요 기사 바로가기
다른 기사, 광고영역 바로가기
중앙일보 사이트맵 바로가기

러시아를 얼마나 아시나요

한국 정부의 향후 5년간 주요 목표는 경제민주화다. 그러나 대외관계 분야에서는 뚜렷한 목표가 제시되지 않고 있다. 현재로서는 이명박 정부가 수행했던 미·중·일·러 4강 외교기조가 유지되며 대미 관계가 중심이 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러시아를 포함한 나머지 3개국에 대한 외교정책은 명확히 알려져 있지 않다.

 러시아와 한국의 관계 발전에 직접 참여하거나 그 과정을 주시해 온 사람들에 따르면 양국 관계는 지금 ‘재충전’이 필요한 시점이다. 협력 규모의 지속적 확대에서 더 나아가 새 협력 의제를 발굴하고 발전에 장애가 되는 문제들을 제거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게 공통된 인식이다.

 이는 최근 한국외대 러시아연구소가 개최한 러시아어 토론대회에서도 중요한 의제였다. 대학생 참가자들은 다양하고 흥미로운 의견을 제시했다. 그 누구도 북한 문제를 양국 관계 발전의 주요 장애요인으로 꼽지 않았다. 러시아가 과거 사회주의국가였다는 점도 문제시되지 않았다. 이런 문제들은 젊은 대학생들에게는 구세대의 문제로 인식되는 듯하다.

 그렇다면 한국 청년들이 보는 한·러 관계의 문제는 무엇일까. 흥미로운 의견들이 제시됐다. 러시아에서 공부하거나 체류한 기간이 긴 학생들은 러시아에 대한 고정관념을 지적했다. 너무 춥다거나 러시아 사람들이 술을 많이 마신다거나 하는 등의 고정관념 말이다. 반면 상대적으로 체류기간이 짧은 학생들은 러시아 청년들과의 교류 기회가 제한돼 있다는 점을 지적했다. 한국에 러시아 관련 서적이 많지 않아 아직도 ‘먼 나라’ 혹은 ‘알려지지 않은 나라’로 남아 있는 게 문제라는 얘기다. 사실 현재 한국 내엔 러시아를 좋아하는 사람들이 모여 차 한잔하며 다양한 주제에 대해 대화를 나눌 공간도 마련돼 있지 않다. 이렇듯 양국 간에 구체적 협력이나 실질적 교류가 모자란 게 현실이다.

 하지만 교류 기회를 확대하기 위한 방법은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다. 많지 않은 숫자의 학생만 참여해도 풀 수 있는 과제라고 생각한다. 예를 들어 양국 대학신문 교류를 통해 대학생들이 양국 공통의 문제에 대한 기사를 상호 게재할 수 있는 것도 한 방법이다. 청년실업과 같은 양국 공통의 문제에 대해 함께 대응하는 방안을 모색할 수도 있다. 양국 간 자원봉사 교류를 활성화하는 것도 좋은 아이디어일 것이다. 이를 통해 자국을 소개하고 자연스럽게 자국의 장점을 상대 국가에 보여 줄 수 있기 때문이다.

 토론대회 참가자들은 또 대학 교육과정에서 습득하는 러시아 관련 지식이 사회적 수요에 부합되지 않는다는 점에 대한 걱정도 털어놨다. 러시아어 구사력이 영어나 중국어만큼 인정받지 못하는 현실에 대한 고민이 많았다. 러시아 전문가를 고용하는 회사도 많지 않다고 했다. 해결책은 무엇일까. 어떤 참가자는 이에 대해 현재로선 해결방법이 없고 새로운 세대가 출현해 상황을 개선할 때까지 기다리는 수밖에 없다고까지 말했다. 고민이 깊은 셈이다.

 대학생들의 의견은 사회를 구성하는 젊은 세대의 의식을 반영하는 것이고 미래사회라는 건물의 토대가 된다. 이 토론대회의 사회를 맡으면서 필자는 대학생들이 양국 관계에 대한 다양한 문제에 대해 깊이 생각하고 있음을 알 수 있었다. 대학생들이 양국 관계의 문제와 해결책에 대해 토론할 수 있다는 건 그만큼 인간적으로 성숙했다는 징표다. 또한 한국 사회가 그만큼 민주화됐다는 증거라고 생각한다. 사실 20년 전만 해도 러시아에 자원봉사를 간다거나 청년실업 문제 해결을 위해 공동 노력을 기울이면 어떻겠느냐는 말을 꺼낼 수조차 없었다. 이들의 고민이 깊은 만큼 앞으로 양국 관계는 밝은 미래로 나아갈 수 있지 않을까 기대를 걸어 본다.



이리나 코르군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대학의 국제경제대학원을 2009년 졸업했다. 2011년 한국외대 러시아연구소의 연구교수로 부임. 

도민이 행복한 더 큰 제주

AD
온라인 구독신청 지면 구독신청

PHOTO & VIDEO

shpping&life

많이 본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