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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은 고급 전통문화 알릴 국가대표 세일즈맨”

"중앙선데이, 오피니언 리더의 신문"



청와대 파티 건배주로 전통주 제안한 조태권 광주요 대표

조만간 청와대 만찬에서 박근혜 대통령이 우리 전통주로 건배하는 모습을 볼 수 있게 될 것 같다. 자타가 인정하는 ‘한식 세계화 전도사’ 조태권(65?사진) 광주요 대표가 실마리를 제공했다. 그는 지난달 30일자 중앙일보에 ‘청와대 만찬 노알코올? NO!’라는 글을 기고했다. 요지는 “청와대 만찬에서 노알코올 대신 우리 문화상품과 전통주 한두 잔이라도 소비해 달라”는 것이었다. 박 대통령이 술을 즐기지 않기 때문에 청와대 식탁에서 주류가 서서히 사라져 가고 있다는 언론 보도가 글을 쓰게 된 배경이었다.



그는 이 글에서 “청와대를 우리 문화의 우월성을 공개적으로 자랑할 수 있는 전통문화 전시장으로 만들 필요가 있다”며 이른바 ‘청와대 마케팅’의 필요성을 주장했다. 그가 운영하는 도자기업체 광주요는 고급 증류식 소주 ‘화요’를 생산한다. 글이 실린 얼마 후 청와대에서 조 대표에게 연락을 해 왔다. “청와대 만찬에 전통주를 쓰는 게 좋다는 데 공감하지만 어떤 술이 좋을지 모르겠다”는 것이었다. 현재 청와대는 조 대표의 조언을 받아들여 한국전통주진흥협회로부터 전통주 8종을 추천받아 검토 중이다. 21일 조 대표를 만나 ‘청와대 마케팅’의 중요성과 한식세계화의 과제에 대한 이야기를 나눴다. 한국음식문화전략연구원 고문인 조 대표는 올 초 국가브랜드위원회 용역사업인 ‘전통 한식문화 융합과 국가 브랜드의 연계방안 연구’의 책임연구원으로도 참여했다.



-청와대 건배주로 전통주를 사용하자고 제안한 이유는.

“한 나라의 대표 문화를 만들려면 세계 정상급 수준의 가치를 지닌 롤모델을 먼저 만들어야 한다. 청와대는 조선시대로 치면 왕실 같은 존재다. 그래서 청와대와 대통령의 일거수일투족엔 전략적 접근과 국익 차원의 투자가 필요하다. 대통령은 걸어 다니는 한국 대표 모델이자 세일즈맨이다. 4000원짜리 누비지갑도, 이름 모를 장인이 만든 타조 가죽가방도 박 대통령이 드니까 순식간에 ‘완판’됐다고 하지 않은가. 술도 마찬가지다. 대통령이 청와대 만찬에서 전통주로 건배 제의를 한다고 생각해 보라. 전통주에 몰리는 관심의 정도는 이전과 전혀 다를 것이다.”



-음식문화의 확산에 ‘톱다운(top-down·위에서 결정해 아래로 전파하는 것)’ 방식이 필요하다는 얘기인가.

“그렇다. 상류층이 구축한 고급문화는 파급 효과가 크다. 명품이 대중의 선망을 얻는 이유를 생각해 보라. 세계에서 가장 단시일 내에 자국의 음식문화를 세계화한 나라가 일본이다. ‘세계에서 가장 비싸고 고급스러운 음식’이란 이미지를 만들어 냈기에 가능했다. 스시 한 접시에 50만원씩 받는 고급화 전략을 썼다. 프랑스나 이탈리아 요리도 처음엔 왕족과 귀족 등 최상위계층이 즐기는 데서 출발해 대중화됐다. 한국의 경우 술이든 음식이든 전통에 기반한 고급문화가 없다는 게 세계화에 가장 치명적이다. 전통문화는 다른 분야와 패러다임이 다르다. 먹고 마시고 입고 즐기는 일상생활에서 탄생하는 거다. 주인의 안목과 미의식이 바탕이 된다. 그게 대중에게 퍼지면 상류층은 또 다른 자기들의 문화를 찾아나서는 사이클이 반복된다. 그게 ‘창조적 파괴’ 아닐까.”



-소주나 막걸리 등 서민의 술이 아닌 고급 전통주를 강조하는데.

“한국의 술 시장은 ‘좋은 술 아니면 나쁜 술’로 이분화돼 있다. 그게 가장 큰 문제다. 소위 ‘좋은 술’로 통하는 위스키나 와인은 외국 술이다. 그런 술을 먹을 때는 돈을 아낌없이 쓴다. 반면 우리 술은 소주나 막걸리 등 싼 것뿐이다. 품질에 대한 고민이 이뤄질 수 없고, 산업적으로 어떤 도약이 불가능한 환경이다. 평등의식이 지나치게 강조되는 사회 분위기 때문에 부유층이나 상류층이 문화 형성을 주도하는 데 적극적이지 않고 이중성을 띠는 점도 한국산 고급 술이 퍼지는 데 부정적으로 작용한다. 뒤에선 최고급 수입 위스키나 와인을 마시면서 남들 앞에선 막걸리나 소주로 소탈한 이미지를 연출하는 식이다.”



-‘한국을 대표할 만한 술이 아직은 없다’는 의견도 있다.

“중앙일보에 기고하게 된 이유도 사실 그런 지적 때문이었다. 하지만 이미 국내 전통주 수준은 세계 어디에 내놔도 부끄럽지 않다고 자부한다. 대통령이 앞장서 그걸 알려 줬으면 한다. ‘대통령이 건배한 술’이란 소문이 나면 사람들도 호기심이 생기고 동경하게 된다. 전통주 업체들이 아무리 애를 써서 좋은 우리 술을 개발해 내놔도 식당에 납품을 못하면 끝이다. 마셨을 때 품질이 좋으면 그때부터 더 좋은 술을 만들기 위한 ‘가치경쟁’이 시작되면서 시장이 생기고 산업이 활성화된다. 해외 홍보 효과는 말할 필요도 없다. 이런 게 ‘창조경제’ 아닌가.”



-‘청와대 마케팅’이 필요한 건 술만은 아닐 것 같다.

“맞다. 청와대 만찬에 술만 오를 수는 없다. 술과 어울리는 음식이 필요하고 음식에 걸맞은 식기도 있어야 한다. 먹는 장소의 인테리어도 중요하고 참석자들의 복장도 달라질 거다. 나는 대통령이 우리 문화와 관련된 스토리텔링의 중심에 섰으면 좋겠다. 가령 박 대통령이 한 달에 한 번 식당을 방문하는 거다. 한복을 차려입은 대통령이 김포금쌀로 지은 밥에 특별 재배한 배추로 담근 김치로 식사한다는 뉴스가 대내외적으로 보도된다고 생각해 보라. 대통령이 입은 한복은 누가 디자인한 건지, 대통령이 쓴 숟가락과 젓가락, 그릇은 어디 제품인지 그에 얽힌 스토리가 알려진다면 그 파급 효과는 엄청날 거다.”



-지난 5년간 정부 차원에서 ‘한식세계화’가 추진됐다. 어느 정도 진전이 있었나.

“한식을 세계화하려면 음식 하나, 식당 한 곳의 히트보다는 문화 전반으로 접근해야 한다는 깨달음을 얻게 됐다는 데 지난 5년의 의미가 있다고 본다. 뉴욕과 런던 등 한식당 몇 군데의 성공은 개인적인 사례일 뿐이지 한식세계화의 결과는 아니다. 우리가 어떤 정체성을 갖고 있는지, 우리의 특성 중 어떤 부분을 세계와 어떤 방식으로 접목시킬지에 대한 고민에서 시작해야 한다. 한국은 역사적으로 중국에 대한 사대와 일제 강점 등 때문에 문화에 대한 정체성과 자부심을 확립하는 데 미흡했다. 이것부터 제대로 돼야 세계화 전략도 세울 수 있지 않을까. 식당이야말로 그 나라 문화의 집약적인 공간, 즉 ‘전통문화 융합공간’이다. 내가 국내 42만 개의 한식당을 42만 개의 문화생산공장이라고 부르는 이유다.”



-한국 문화의 세계화에 대해 구체적으로 어떤 방법론이 있을까.

“가령 세계적 디자이너들에게 우리 전통과 문화를 경험하게 한 뒤 ‘당신들의 안목과 미의식으로 마음껏 영감을 펼쳐 보라’는 글로벌 프로젝트를 해 보면 어떨까. 한국의 정체성을 바탕으로 세계인의 시각으로 응용된 훌륭한 사례들이 나올 거라고 생각한다.”



기선민 기자 murphy@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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