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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역사분쟁 자꾸 일으키면 美 지원 잃게 될 것”

최정동 기자
"중앙선데이, 오피니언 리더의 신문"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가 ‘731’ 훈련기에 탑승한 건 전적으로 ‘악명 높은(notorious)’ 것이다. 일본이 자꾸 역사 문제를 야기한다면 아시아 국가들이 반발할 것이며 미국의 정치적 지원도 잃을 수 있다.” 미국의 세계적 외교안보 싱크탱크인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의 존 햄리(63·사진) 소장이 지난 21일 중앙SUNDAY와의 인터뷰에서 일본의 역사왜곡에 대해 강도 높게 비판했다. 햄리 소장은 “일본은 센카쿠(중국명 댜오위다오) 문제 등에서 국제사회의 지원이 필요한데, 역사 문제를 계속 일으키면 그런 도움을 받을 수 없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한·미 동맹은 북한이 없어져도 한국의 강력한 독립과 미국의 안보를 위해 꼭 필요하다”며 한·미 동맹을 ‘영구동맹’으로 만들어 가야 한다고 제안했다.

 햄리 소장은 지난 21일 중앙일보와 CSIS가 공동 주최한 ‘김정은의 도박과 한반도의 위기상황’ 세미나에서 연설한 데 이어 23일 청와대에서 박근혜 대통령을 예방하고 24일 서울을 떠났다.
 
 -한·미 정상회담을 어떻게 평가하나.
 “아주 성공적이었다. 취임 석 달도 안 된 박 대통령을 미국 상·하원이 합동연설에 초청한 것에 놀랐다. 아주 드문 일이다. 북한의 위협이 고조됐던 시점이라 이번 회담은 반드시 잘돼야만 했었는데 결과를 보면 정말 잘됐다. 박 대통령과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개인적으로도 좋은 인연을 맺은 것으로 들었다. 이 또한 의미 있는 결과다.”

 -하지만 한·미 원자력협력협정 개정 문제에 대해선 두 정상이 이견을 해소하지 못한 듯하다.
 “그렇다. 양측은 장기적인 해법을 찾지 못하고 협상을 2년 연장했다. 하지만 내가 보기엔 2년을 더 연장해 오바마 대통령 퇴임 시까지 협상이 이어질 걸로 보인다. 그래도 결론이 날지 의문이다. 그만큼 힘든(tough) 협상이 계속되고 있다. 오바마는 지구적 차원에서, 박 대통령은 한국 차원에서 이 문제를 보고 있기 때문이다. 양쪽이 다 변해야 해법을 찾을 것 같다.”

 -미국이 일본엔 농축·재처리 권리를 줬으면서 왜 한국엔 그렇게 못하느냐는 지적이 있다.
 “나는 일본에 그런 권리가 주어진 걸 반대하지 않는다. 일본이 (미국의) 비확산정책의 든든한 파트너였기 때문이다. 한국은 그렇지 못했다. 한국은 핵확산금지조약(NPT) 가입국으로서 성실성을 보여 줬다. 그러나 이것만으로는 부족하다. 비확산에서 세계적 리더가 돼야 한다. 일본은 그 역할을 해 왔다. (한국이 비확산 리더가 되려면 뭘 해야 하나?) 예를 들면 한국이 미국 시설을 이용해 농축활동을 하는 것이다. 내가 한국 의원들을 만나 이런 제안을 했더니 그들은 ‘왜 한국에서 농축하면 안 되느냐’고 반문하더라. 지금 핵에너지 개발의 중심은 미·유럽에서 아시아·중동으로 이전됐다. 이런 변화된 세상에선 단순히 비확산을 준수하는 선에서 벗어나 투사가 돼야 한다. 한국은 지금까지 국제사회에서 좋은 시민이었다. 그러나 크게 신장된 국력을 생각하면 이젠 리더가 돼야 한다.”

 -박 대통령의 ‘한반도 신뢰 프로세스’는 북한에 압박과 대화를 병행할 수 있다는 것이다. 동의하나.
 “물론이다. 미국도 소련에 그런 정책을 60년간 취해 왔다. 긴장관계였지만 대화도 했다. 김대중 전 대통령은 북한에 너무 유화적이었고, 이명박 전 대통령은 너무 강경했기에 박 대통령은 새 길을 찾아야 한다는 게 한국인들의 생각인 것 같다. 나도 북한이 진정으로 변한다면 포용할 수 있다는 박 대통령의 입장에 동의한다. 북한과 대치만 해선 문제를 풀지 못한다. 그러나 북한의 태도를 검증하는 프로세스가 필요하다. 그게 박 대통령이 하려는 것이다.”

 -한·미 동맹이 올해 60주년을 맞았다.
 “(웃으며) 60주년밖에 되지 않았다(60 years young). 내일 당장 북한이 없어져도 한·미 동맹은 남을 것이다. 동북아의 복잡한 지정학적 위치 때문이다. 한국은 중국과 일본, 두 강대국 사이에 끼어 있다. 두 나라 가운데 어느 쪽도 한국이 다른 한쪽과 동맹을 맺는 걸 원치 않는다. 이런 상황에서 한국이 강력한 독립국으로 존속하려면 두 가지 길이 있다. 하나는 핵무장 국가로 가는 거다. 한국엔 나쁜 선택이다. 일본의 핵무장을 초래하기 때문이다. 또 하나는 한·미 동맹을 (주변국으로부터) 한국의 독립을 보장하는 ‘영구동맹(perpetual alliance)’으로 만드는 거다. 이는 한국과 미국의 국익에 공히 부합한다. 한국은 안보가 필요하고, 미국은 강력하고 독립적인 한국이 필요하다.”

 -하지만 한국에선 ‘한·미 동맹을 강화하면 중국이 반발한다’는 우려가 있다. 한국은 미·중 사이에 낀 신세란 지적인데.
 “미국의 입장을 이해하지 못한 데서 나온 주장이다. 미국은 지난 40년 내내 중국을 포용해 왔다. 중국과 경제·문화 교류를 강화해 왔고, 중국을 봉쇄하려 하지 않았다. 따라서 미국과 동맹을 유지하면서 중국과 전략적 동반자 관계를 맺으려는 한국의 바람은 충분히 양립 가능하다. 미국은 중국과 긴밀한 관계를 원한다. 그래야 중국이 변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한국이 미·중 사이에서 역할을 할 수 있나?) 물론이다. 한국이 중국을 경제적으로 포용하는 건 매우 중요하다. 미국은 한국 스스로 중국과 좋은 관계를 맺길 원한다.”

 -미국은 한국이 미국의 미사일방어망(MD:Missile Defense System)에 참여하기 원하지만 중국은 반대하는데.
 “(중국의) 오해다. 지구본을 보여 주겠다. MD는 중국을 공격하려는 게 아니라 북한의 공격으로부터 일본과 한국을 방어하기 위한 것이다. 일부 주장대로 중국을 공격하기 위한 목적으로 MD망을 배치했다면 일본과의 협력이 어려워지게 돼 있다. 한국과도 마찬가지다. (북한이 붕괴한다면 MD도 필요 없어지나?) 그렇다. MD는 전적으로 북한 억지용이다.”

 -일본이 역사를 왜곡하는 망언·망동으로 동아시아의 골칫거리가 되고 있다.
 “솔직히 나도 걱정스럽다. 특히 아베 총리가 ‘731’ 숫자가 새겨진 훈련기에 탑승한 건 전적으로 악명 높은(absolutely notorious) 행동이다. 그는 (문제의 심각성을) 모르고 탔던 것 같지만 명백한 문제였다. 아베 총리는 분노를 유발하는 이슈를 만든 거다. 그 자신의(스스로 만든) 문제다. 우리는 이에 대응해 해야 할 일이 있다고 본다.”

 -아베 총리는 ‘야스쿠니 신사는 미국 알링턴 국립묘지와 같다’고도 주장했다.
 “아주 큰 차이가 있다. 알링턴은 야스쿠니와 달리 정치적 역사를 얘기하지 않으며 군사적 패배나 승리를 기념하지 않는다. 나도 야스쿠니를 찾은 적이 있는데 미국인으로서 불쾌감을 느꼈다. 정치적인 얘기를 하는 역사박물관이었기 때문이다. 따라서 어떤 미국 대통령도 야스쿠니를 방문할 수 없다. 이게 알링턴과의 차이다.”

 -일본에서 그런 얘기를 했나.
 “일본 측 인사들에게 ‘역사 문제를 일으키는 걸 중단해야 한다?면서 센카쿠 문제를 들었다. ‘중국의 군사력이 훨씬 강해 군사적 해법은 일본의 옵션이 될 수 없다. 남는 건 외교적 해법이다. 일본이 이를 위해 정치적 지원을 받으려면 역사를 문제 삼지 말고 실용적 태도를 취해야 한다. 자꾸 역사 문제를 일으키면 아시아 국가들은 센카쿠 문제에서 일본에 동조하지 않을 거다. 미국의 지원도 잃을 것이다’. 이렇게 얘기했다.”

 -독도 문제는 어떻게 보나.
 “복잡한 문제다. 미국의 공식 입장은 한국과 일본, 그 누구의 편도 안 든다는 것이다. 그러나 그 해법까지 중립적인 건 아니다. 평화적·외교적 해법이어야지 군사적 해법은 안 된다는 거다. 독도를 놓고 한·일 간에 전쟁이 벌어지는 건 상상할 수도 없는 끔찍한 일이다.”

 -이지마 이사오(飯島勳) 일본 내각관방 참여가 14~17일 북한을 전격 방문했는데.
 “놀랍고 불쾌하다. 그의 방북은 성공적이지 않았던 것 같다. 우리가 북한의 위협을 억제하는 동력을 집단적으로 확보하고 중국도 가세한 시점인데 여기(일본)에서 문제가 생겼다.”

 -김정은 체제는 어떤 상황인가. 또 김정은의 핵무기는 정말 미국을 위협할 수준인가.
 “북한 체제는 날로 허약해지고 있다. 식량난이 악화돼 암시장이 붕괴하고 정부도 이런 사실을 받아들일 정도다. 군부도 힘이 약해진 걸 가리려고 미사일을 발사하고 있다. 다만 무자비한 탄압 때문에 주민들이 정권을 붕괴시킬 가능성은 작다. 북한은 분명히 몇 개의 핵무기를 갖고 있다. 하지만 남한엔 주한미군이 있다. 전쟁이 터지면 미군이 목표물이 된다. 그러면 미국은 북한을 없애 버릴 것이다. 북한도 이를 잘 알고 있을 거다.”

 -중국은 북한을 계속 감싸고 있는가.
 “중국은 진심으로 북한의 변화를 강제하며 (한·미에) 협조적으로 돌아서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북한을 경제적으로 압박해 영속적인 변화를 끌어내려는 모양새다. 중국이 태도를 바꾼 원인의 하나는 2010년 북한의 천안함 공격이다. 당시 북한은 중국이 가장 위험시하는 행동을 했다. 중국에 ?남북한 중 누구 편을 들지 선택하라?고 강요한 거다. 결국 중국은 북한을 택해야 했고 이로 인해 큰 대가를 치렀다. 이제 중국은 북한이 그런 짓을 반복하게 내버려 둘 수 없다고 결정한 것 같다.”

 -오바마 대통령이 지난 4년 반 동안 ‘전략적 인내’만 외치며 북한 문제에 손을 놓아 왔다는 지적을 어떻게 보나.
 “동의하지 않는다. 북한이 올 들어 전쟁 위협을 연발했을 때 미국은 이를 억지할 의지를 분명히 보였다. 한국에 핵우산 공약을 재확인한 것도 중요하다. 오바마 대통령의 입장은 분명하다. 북한 문제는 군사가 아닌 외교·정치적 해법으로 푼다는 것이다. 이는 냉전 시절과 마찬가지다. 당시 미국은 정치적 타협을 통해 소련이 서유럽을 공격하지 못하도록 했다. 한반도에서도 정확히 똑같다. 미국은 한국이 북한의 군사 위협으로 인해 받아들일 수 없는 타협을 받아들이게끔 하지 않을 것이다.”



존 햄리(John Hamre) 2000년부터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소장을 맡아온 미국의 안보 전문가. 존스홉킨스대 대학원에서 석·박사를 취득했다. 빌 클린턴 행정부에서 국방부 차관(1993~97)과 부장관(1997~99)을 지냈다. 2008년 오바마 대통령 1기 인수위원회에서 국방정책 분야 위원장을 맡았고 2010년에는 국방장관 하마평에 올랐다.

강찬호 기자 stoncold@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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