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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이 사내 성희롱 가해자 될 수도 … 단호히 대처를”

22일 WIN 포럼에 참석한 멘토와 멘티들. 왼쪽부터 신용자 갭코리아 이사, 전승은 HP코리아 사원, 박진숙 KTDS 수석보, 황지나 한국GM 전무. 최정동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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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 대통령이 이끌어 가는 나라지만 대부분의 일터에서 여성은 아직 비주류(minority)다. 절반 이상의 여성(55%)이 일하고 있지만 이사회 등재 임원 중 여성은 1%에 불과하다. 윤창중 전 청와대 대변인 사건에서 보듯 부당한 대접을 받는 여성 근로자도 여전히 많다. 치열한 경쟁 속에서 유리천장을 뚫은 여성 임원들에게 여성 직장인들이 고민을 털어놨다. 멘토인 신용자 갭코리아 이사와 황지나 한국GM 전무를 만난 전승은 HP코리아 사원과 박진숙 KTDS 수석보다. 22일 서울 반포동 JW메리어트 호텔에서 여성 임원 모임 WIN이 연 포럼이 계기가 됐다. 이 포럼의 멘토링 프로그램에선 60여 명의 국내·다국적 기업 여성 임원이 270여 명의 여성 직장인을 만나 직장생활의 고민을 듣고 조언을 건넸다.

황지나=윤 전 대변인 사건을 보며 외국계 기업이 얼마나 사내 성범죄에 엄격한지 다시금 깨달았다. 사건이 확인돼 보고가 올라가면 24시간 안에 가해자를 해고한다. 지속적으로 성희롱 예방교육도 시킨다. 그럼에도 아예 문제가 안 일어나긴 힘들 거다. 여성들이 더 단호해져야 한다. 참고 묵인한다면 본인에게도 책임이 있다고 생각한다.

전승은=친구네 회사에서 회식을 할 때 스킨십을 하는 남자 상사가 문제가 됐다고 한다. 여성들이 모여 “앞으로 회식을 안 하겠다”고 말했고 모든 회식을 점심으로 옮겼다고 한다. 이렇게 얘기를 하면 개선될 여지가 있다. 얘기를 안 하면 문화가 바뀌지 않는 것 같다.

박진숙=여성 상사들이 늘면서 느끼는 건 남성 부하 직원에 대한 성희롱도 진지하게 바라봐야 한다는 거다. 여성 상사가 막 들어온 남자 신입사원에게 “귀엽다”고 하거나 머리를 쓰다듬거나 하는 건 사실 문제가 될 수 있다.

신용자=나도 여성이 많은 의류회사에 다니다 보니 같은 걸 느낀다. 여성 상사들이 회식 때 남자 직원에게 “여기 와서 앉으라”고 하면 얼굴이 빨개지곤 하는 걸 봤다. 결국 이런 문제는 남녀의 문제가 아니라 비주류를 얼마나 배려하느냐의 문제다. 또 시스템적인 보완도 필요하다. 우리 회사는 꼭 당사자에게 문제 제기를 하지 않아도 핫라인 같은 다양한 방법으로 피해를 신고할 수 있다.
 
감정 기복 드러내는 건 삼가야
박=차장이 되면서 일보다 사람 관계가 어렵다. 여자 직원은 일만 열심히 하는 경향이 있다. 남자 직원들은 자기가 일을 다 떠안지 않고 여기저기 도움을 얻어 내는 식으로 관계를 잘 활용하는 거 같다. 어떻게 상사와 부하 직원의 협조를 끌어낼 수 있을까 고민이 가장 크다.

전=오히려 여성 상사가 더 편한 면도 있다. 제가 일해 본 여성 상사는 말을 직설적으로 해 주신다. 여자 후배들이 상처받을까 봐 말을 돌려 하는 남성 상사도 많다는데, 오히려 바로 지적해 주시는 면이 편하다. 여성이 섬세하다는 편견을 안 갖는 게 더 좋은 것 같다.

신=혼자 왕따 의식을 갖는 여성들도 있다. 남성들은 웃으며 인사하고, 사근사근하게 수다를 떨고 그런 데 익숙하지 않다. 무뚝뚝한 모습을 보면서 상처받고 신경 쓰기도 한다. 좀 더 감정이 무딘 편이 일할 때 편하다.

박=저도 여자 직원이 조심스럽다. 일은 보통 여자 직원들이 꼼꼼하게 잘하는 편이다. 그런데 남자 직원은 막 대해도 되고, 한 번 화내고 나도 나중에 풀리니 같이 일하기가 편하다. 여자 직원은 감정까지 신경 써 가며 일을 지시해야 하니 에너지가 많이 든다.

신=그런 점을 고쳐야 ‘편하게 함께 일할 수 있는 사람’이 된다. 감정적 기복을 드러내거나 한 번 상처받은 걸 두고두고 얘기하는 건 일터에서 그리 좋은 모습이 아니라고 생각한다.
 
부서 뛰어넘는 일에 적극 참여해라
황=여성이건 남성이건 조직 내에서 어떤 것을 얻을지 뚜렷한 목표의식이 있어야 한다. 그게 있는 사람은 인간 관계도 가볍게 생각하지 않는다. 인간 관계나 일이 잘 안 풀린다고 쉽게 좌절하지도 않는다. 여성이 리더십이 떨어진다는 건 인정할 수 없다. 다만 관찰해 보면 여자 직원은 잘하는 일을 완벽하게 하는 데 강점이 있고, 남자 직원은 모르는 일을 줘도 헤쳐 나가는 데 더 강한 거 같다.

신=여성 후배들한테 “칭찬을 많이 하라”고 조언하고 싶다. 남성들보다 정치성이 떨어진다. 위로 올라갈수록 혼자 잘하는 건 소용이 없다. 다른 사람이 나처럼 일을 잘하게 가르치는 게 나를 위한 거다. 여자 직원들이 자신의 강점을 후배들에게 전수하는 게 약한 것 같다. 부하 직원이 일을 잘하게 되면 자기한테는 다른 일이 오는데, 그걸 잘 이해 못하는 것 같다.

황=남자 직원들처럼 담배 피우고 술 마시면서 네트워킹하기 어렵다는 게 한계일 수 있다. 이걸 극복하려면 부서와 부서를 뛰어넘는 일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면 좋겠다.

박=얘기를 나누다 보니 스스로 너무 완벽하려고 노력했던 것 같다. 그러다 보니 후배들에게도 엄격한 잣대를 들이댔다. 실패할 수 있다고 다독이는 편한 상사가 돼야겠다.

전=동등한 선상에서 출발했는데도 저 스스로 잣대를 만들지 않았나 하는 생각도 든다.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고 더 많이 도전해야겠다.

황=예전 생각을 하면 조직문화가 정말 많이 바뀌었다. 역차별 얘기가 나올 정도니까. 결국 여성의 싸움이 아니라 자신과의 싸움이다. 길게 보고, 전투라 생각하는 대신 즐기면서 일하라고 조언하고 싶다.



윈(WIN) Women In Innovation(혁신 여성)의 약자. 국내·외국계 기업의 여성 임원 40명이 2007년 결성한 모임이다. 여성가족부 산하 사단법인으로 지금은 80여 개 기업 120여 명의 회원이 활동 중이다.

임미진 기자 mij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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