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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과 지식] 카뮈·생텍쥐페리·베른 … 프랑스 작가를 찾아나선 길

마음은 천천히 그곳을 걷는다

길혜연 지음, 문예중앙

352쪽, 1만4000원




작가가 머물거나 스쳐간 공간은 문학 작품 속에 흔적을 남긴다. 또렷하든 흐릿하든. 그러니 문학 작품을 읽는 건 그 공간을 따라 마음이 걷는 것과 같다. 작가의 보폭에 맞춰 마음으로 세상을 보는 경험이다.



 이 책의 제목이 맘에 와 닿는 건 그런 까닭이다. 책은 카뮈·생텍쥐페리 등 프랑스 작가 10명의 흔적과 발자취를 더듬어간 기록이다. 마음으로 천천히 걸었던 그곳을 직접 찾아나선 저자의 예민한 시선은 숨은그림찾기를 하듯, 작품 속 공간과 실제 공간의 닮은 꼴과 다른 꼴을 담아낸다.



 저자는 이 추적의 과정을 ‘아직 사라지지 않은, 언젠가 사라질 것들을 만나기 위한 특별한 여행’이라고 정의했다. 작품 속에 묻어나는 작가의 공간은 여전히 존재하기에 아직 사라지지 않았지만, 세월의 흐름에 퇴색하고 변하기도 하니 언젠가는 사라질 것들이란 말이 맞다.



 저자의 손에 이끌려 걷다 보면 어느새 ‘어린 왕자’의 작가 생텍쥐페리가 마지막 비행을 떠난 코르시카의 바스티아에 이르게 되고, 『80일간의 세계일주』를 쓴 쥘 베른의 아름다운 아미앵 저택 여기저기를 둘러보게 된다.



 윤동주의 시 ‘별 헤는 밤’으로 더 친숙하게 느껴지는 시인 프랑시스 잠이 고해성사를 한 메종 다비드의 경건함도 느낄 수 있다. 노벨문학상 수상자인 르 클레지오의 소박한 시골집이 있는 생트 안 라 팔뤼의 풍광은 제주도의 한적한 바닷가와 겹쳐진다.



 저자는 어느 날 문득, 이방인으로 느낀 낯섦에 짧지 않은 여정을 시작했다. 그리고 차곡차곡 남은 여행의 기록은 모국어를 향한 마르지 않는 그리움과 애틋한 집착을 풀어내는 수단이었을 터다. 책장을 넘기는 마음으로 전해오는 애잔함은 거기서 비롯된 듯 느껴진다.



 그가 말하고 싶은 여행의 의미는, 아마도 이것이지 싶다. 저자가 인용한 미셸 쉬프랑의 글처럼.



 ‘떠난다는 것, 그것은 어쩌면 영혼을 전환하는 것인지도 모른다. 혹은 자신 안에 숨겨져 잊고 있었던 또 다른, 거의 새로운 것을 재발견하는 일인지도 모른다. 떠난다는 것, 그것은 나 자신을 되찾는 것이고, 존재하는 법을 새로 배우는 것이다.’



하현옥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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