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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과 지식] '똑똑한 개인' 몰려온다 1인 창조기업의 탄생

컴퓨터에 도형을 넣으면 원하는 제품을 만들어주는 3차원 프린팅 기술이 날로 대중화되고 있다. 이 같은 디지털 기술에 힘입어 개인의 아이디어가 바로 상품이 되는 새로운 제조업 시대가 열릴 전망이다. 미국 최대 3차원 프린터 기업 메이커봇이 출시한 프린터 레플리케이터. [사진 메이커봇]


메이커스

크리스 앤더슨 지음

윤태경 옮김, RHK

356쪽, 1만6000원




지난해 전세계 IT업계를 뜨겁게 달군 화두는 ‘3차원 프린팅’이었다. 영국의 이코노미스트지가 커버 스토리로 3차원 프린터에 의한 디지털 제조업 시대의 등장을 알리더니, 미국과 유럽·일본 등 선진국들은 앞다퉈 제조업에 혁신적인 변화를 가져올 3차원 프린팅 산업육성에 대한 로드맵과 투자계획을 발표했다.



 이들은 마치 스마트폰이 현재의 스마트 혁명을 이끈 것처럼 3차원 프린팅 같은 디지털 기술이 제조업 혁명을 앞당길 수 있는 촉매가 될 것이라고 단단히 믿고 있는 듯했다.



 3차원 프린터를 이용하면 상상한 물건을 컴퓨터로 그린 다음에 실제로 만들어낼 수 있다. 컴퓨터로 디자인한 다음에 버튼만 누르면 물건이 나타난다. 그 기능이 대단하기는 하지만, 그 동안 정보통신기술을 연구하며 수많은 아이디어와 기술들이 혜성처럼 등장했다가 사라지는 경우를 목격해 왔기에 이 기술이 가져올 변화 가능성에 대해 신중하게 평가하고 싶었다.



 단순히 기술적으로 얼마나 완성도를 가지고 있느냐가 아니라 우리 사회를 얼마나 혁신적으로 바꿀 수 있는지, 우리가 어떠한 기회를 발견할 수 있는지를 말이다.



 때마침 나온 『메이커스: 새로운 수요를 만드는 사람들』(원제 Makers)은 이러한 고민을 해결해 주기에 제격이었다. 저자는 전작인 『롱테일 경제학』에서 디지털 혁명을 통해 등장한 ‘틈새상품’의 중요성을 강조했는데, 『메이커스』에서는 이것을 한층 발전시켜 디지털 기술을 매개로 실현될 제조업의 거대한 틈새시장의 출현을 예고했다.



앞으로 소비자들은 훨씬 다양한 취향과 욕망에 따라 상품을 고를 수 있게 된다. 3차원 프린팅 기술로 의료보조기구를 만드는 과정.
 개인들은 원하는 아이디어를 네트워크로 연결된 가상의 공장에 저장하고 타인과 공유하며, 개량할 수 있는데, 혁신적인 디지털 도구를 통해 언제 어디서나 제품화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로 인해 앞으로 수많은 1인 창조기업들이 등장하여 디지털화된 제조업의 틈새시장을 촘촘히 메울 것이라고 내다본다.



 저자는 이러한 시대적 흐름을 제3차 산업혁명에 준하는 ‘제조자 운동’(Maker Movement)이라고 정의한다. 특히 3차원 프린팅은 제조업의 패러다임을 대량생산 체제에서 생산의 민주화, 개방형 협력문화, 맞춤형 제조시대로의 전환을 촉진한다는 것이다. 창의적인 상상력의 원동력은 아이디어에 대한 정당한 평가로부터 시작된다. 이와 같은 원리는 제조업에도 적용된다. 바로, 네트워크와 디지털 기술의 결합으로 인해 ‘생산의 민주화’가 실현되기 때문이다.



 저자는 자신의 외할아버지가 1950년대 당시 혁신적이었던 스프링클러를 개발해 놓고도 생산수단을 구하지 못해 특허를 헐값에 기업체에 넘긴 것을 기억한다. 하지만, 디지털 기술이 보편화되면 이와 같은 일은 발생하지 않을 것이라고 자신한다. 공장이 없어도, 기업을 설립하지 않아도, 3차원 프린터를 통해 직접 프로토타입으로 제작할 수 있기 때문이다.



 디지털 기술은 자금 조달 방식도 바꿔놓고 있다. 크라우드 펀딩을 통해 미래의 소비자들에게 평가를 받고 투자를 받을 수 있다. 더 이상 생산의 규모에 얽매일 필요도 없어졌다.



 우리는 요즘 ‘창조경제’라는 말만큼이나 ‘공유경제’라는 말을 많이 듣고 있다. 제조자 운동은 바로 이 두 가지가 만나는 훌륭한 접합점이다. 창조적인 아이디어들이 개방적으로 공유되고 개선되며, 제품의 경쟁력과 만족도 또한 높아지기 때문이다. 예컨대, 이 책에서 소개하는 로컬 모터스는 자동차 디자인이라는 무형 자산을 오픈 소스의 형태로 공유하는 개방형 조직이다. 회원이 기획한 디자인을 공개하면, 네트워크상에 있는 전세계의 디자이너들이 함께 모여 제작에 참여하고 피드백을 주고받는다.



 이렇게 개선된 디자인 기획안은 실제로 제작된다. 이러한 개방적인 협업문화를 통해 로컬 모터스는 GM이나 포드와 같은 대형 자동차 회사보다 더 빨리, 더 저렴하게, 더 나은 디자인을 생산할 수 있게 됐다는 게 저자의 평가다.



 앞으로 창조경제시대의 제조업 경쟁력은 생산자가 얼마나 자기 일을 즐기면서 상상력을 키울 수 있느냐로 결정될 것이다. 노력하는 사람은 즐기는 사람을 이길 수 없다고 하지 않았는가.



 성인용 레고 액세서리 회사인 브릭암스의 사례는 개인의 취미나 호기심이 제조업에 어떻게 창의적으로 적용되는지를 보여준다. 유아용 장난감 회사인 레고는 기관총이나 바주카포와 같은 현대식 무기들을 제작하지 않는다. 고객층인 유아들을 위한 배려다. 하지만, 윌 채프먼(브릭암스 CEO)은 어른들도 즐길 수 있는 레고 액세서리를 만들고 싶었다. 그는 청장년층이라는 레고 시장의 숨겨진 틈새시장을 확신했고, 인터넷으로 이들로부터 주문을 받아 맞춤 제작해 판매하며 큰 인기를 얻었다.



 한 사람의 제조자(메이커)가 대형회사가 찾지 못한 틈새 수요를 찾을 수 있었던 것은 어른이 되어서라도 레고 인형을 사용하고 싶다는 간절한 바램과 3차원 프린터라는 멋진 마법상자가 있었기에 가능했다.



 이 책은 디지털 기술과 결합한 제조업의 혁신적인 변화를 다루면서도 일반 독자들도 쉽고 재미있게 읽을 수 있게 쓰여졌다. 얼마 전 8억 달러라는 천문학적인 투자를 받아 세간에 화제가 되었던 전기 자동차 제조업체 테슬라 모터스의 맞춤형 생산과정이 들어가 있고, 저자가 직접 회사를 차린 무선 비행기 제조회사에 대한 생생한 창업 에피소드도 실려있다.



 우리가 이 책에서 얻을 수 있는 것은 화려한 성공 스토리가 아니다. 다만 앞으로 다가올 제조업의 전환기를 먼저 접하고, 머지 않아 우리에게 찾아올 가능성을 보는 것이다. 이 책은 미국에서 지난해 9월에 출간된 지 한 달도 안돼 일본에서 번역돼 소개될 정도로 크게 주목받았는데, 이제야 한국에서 접할 수 있게 됐다니 다소 아쉽다.



 하지만 창조경제에 대한 관심이 뜨거운 지금 이 책이 소개된 것이 더 의미가 깊을 것이다. 10년 뒤 크리스 앤더슨이 이번 책의 후속편을 쓴다면, 한국의 창의적인 인재들의 사례가 많이 인용되기를 기대해본다.



심수민 KT경제경영연구소 연구원



●심수민 미 인디애나주립대에서 경영학을 공부했다. 현재 KT경제경영연구소에서 디지털 디바이스, 모바일 결제, 플랫폼 등을 연구하고 있다.



[미래를 열어갈 기술과 기업]



● 3차원 프린터=요즘 흔히 쓰는 레이저 프린터와 잉크젯 프린터는 컴퓨터 화면의 픽셀을 인식해 2차원 매체(종이)에 잉크로 점을 찍2차원 프린터다. 반면 3차원 프린터는 입체적인 물건을 만들어낼 때 쓰인다. 유리·철·구리·금·티타늄을 비롯한 갖가지 원료로 물건을 만들 수 있다.



 3차원 프린팅 기술을 이용한 대표적 사례로 치아 교정장치가 있다. 일단 환자의 치아를 스캔하면, 관련 소프트웨어가 치아 위치를 수학적으로 계산한 뒤 치아 교정용 마우스피스를 3차원 프린터로 제작한다. 의족·의치 같은 인공기관도 만들 수 있다.



● 로컬 모터스(local-motors.com) 세계 최초 오픈 소스 기반 자동차 회사. 고객이 디자인한 차를 주문형으로 만들어주는 신개념 제조사다. 자동차 애호가들이 오픈 소스 형태로 자동차 설계부터 생산·출시·판매까지 참여한다. 2010년 선보인 사막·비포장도로용 수제 자동차 ‘랠리파이터(사진)’가 대표작이다.



 온라인 커뮤니티에 디자인을 공모했는데, 한국계 미국인 디자이너 김상호씨가 스케치한 그림이 최종적으로 뽑혔고 500명의 회원이 의견을 보태 완성됐다. 소요된 제작 기간 18개월. 미국 국방부 방위고등연구계획국(DARPA) 연구소가 ‘실험적 크라우드 기반 전투지원 차량’ 디자인을 공모했는데 로컬 모터스 커뮤니티는 여러 회사를 제치고 우승했다.



 『메이커스』를 쓴 크리스 앤더슨은 “로컬모터스가 전기자동차를 만들면 거대 자동차 회사들이 개방형 혁신 커뮤니티의 개발 모델을 주목하고 시기할 것”이라며 “제조자 운동은 자동차 산업을 재발명할 수 있다”고 말했다.



● 3D 로보틱스(3drobotics.com) 크리스 앤더슨이 2009년 창업한 무선항공기 자동조정장치 개발 기업.



● 스파크펀(sparkfun.com) 오픈 소스 하드웨어 커뮤니티의 의뢰를 받아 전자제품을 설계·제조·판매하는 기업.



● 싱기버스(thingiverse.com) 미국 최대 3차원 프린터 기업 메이커봇이 운영하는 웹사이트. 다양한 제품을 3차원 프린터로 만들어볼 수 있도록 각종 디자인 파일을 제공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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