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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하10도 새벽 눈밭에서 지지 호소…북극대전 낭보 이끈 '독수리 5형제'

한국이 지난 15일 북극이사회 정식(영구) 옵서버국이 됨으로써 북극 개발을 위한 본격적인 걸음을 내디디게 됐다. [중앙일보 5월 16일자 8면] 북극이사회는 북극의 어족·광물자원 개발은 물론 북극 항로 개발 등을 논의하는 국제기구다. 한국은 비로소 북극 개발에서 미국·중국·러시아·영국·일본·노르웨이 등 강대국들과 어깨를 나란히 할 수 있게 됐다. 3수 끝에 따낸 옵서버국 지위 획득은 한층 높아진 한국 외교의 수준을 전 세계에 보여준 쾌거이기도 했다. 여기엔 강정식(외교부 국제법률국장) 단장을 포함한 한국 대표단 ‘독수리 5형제’의 치열한 로비전과 끈질긴 설득 전략이 주효했다. 강 단장과 조재철 주스웨덴 대사관 참사관, 안은주·정수인 영토해양과 서기관, 그리고 서현교 극지연구소 박사가 주역이다. 스웨덴 키루나에서 열린 북극이사회 각료회의에 파견됐다 돌아온 이들을 만나 서울 출발부터 정식 옵서버 진출이 확정되는 순간까지 ‘70시간의 드라마’를 재구성했다.



옵서버 진출 숨가빴던 70시간

◆심상찮은 분위기, 숙소는 통나무집



왼쪽부터 강정식 외교부 국제법률국장, 조재철 주스웨덴 대사관 참사관, 안은주 영토해양과 서기관, 정수인 영토해양과 서기관, 서현교 극지연구소 박사.


존 케리 미국 국무장관(가운데)과 칼 빌트 스웨덴 외교장관(오른쪽)이 15일 스웨덴 키루나의 광산을 둘러 보고 있다. 이날 북극이사회 각료회의는 한국 등 6개국을 정식 옵서버로 승인했다. [키루나=로이터]
분위기가 심상치 않았다. 투표권을 가진 스웨덴 등 8개 이사국 중 한국 진출을 반대하는 나라는 없었지만 국제관계가 복잡했다. 물개 가죽 전쟁으로 캐나다가 유럽연합(EU)의 가입을 반대하고 있었고 미국 등이 공격적 북극 정책을 추진하는 중국의 가입을 우려했다. ‘노벨상의 나라’ 노르웨이도 반체제 인사인 류샤오보(劉曉波)에 노벨상을 준 후 중국과 분쟁을 겪으면서 앙금이 쌓였다. EU나 중국이 떨어질 경우 형평성 문제로 한국도 고배를 마시게 될 수 있었다.



대표단을 태운 비행기는 12일 오후 10시 스웨덴 스톡홀름 공항에 착륙했다. 여기서 조 참사관이 합류했고 다음날 오후 대표단은 스톡홀름에서 북쪽으로 900㎞ 떨어진 작은 탄광 도시 키루나로 향했다. 키루나는 5월 중순인데도 눈발이 흩뿌렸다. 한국 대표단에 배정된 숙소는 북극이사회 사무국에서 20분쯤 떨어진 외딴 통나무집. 회의할 곳조차 없는 비좁은 숙소 탓에 대표단은 사무국이 있는 호텔 식당에 모여 회의를 했다. 회의 도중 이사국 실무자들이 지나갈 때마다 쫓아가서 한국에 대한 지지를 호소하는 득표전을 폈다.



 ◆숲속 비밀 만찬장 급히 갔지만



드디어 결전의 날(14일)이 왔다. ‘All or nothing(모두 통과하거나 모두 떨어진다)’이라는 소문이 돌았다. 환경보호를 중시하는 북유럽 국가와 개발에 방점을 둔 캐나다·미국 사이에 이견이 있다는 이야기도 들렸다. 강 국장은 워킹그룹 회의가 열리는 곳의 복도를 분주히 오가며 머리를 식히러 나오는 실무단을 만나 한국의 환경보호 노력과 자원 탐사, 신항로 개척 의지를 설명했다. 한편으로 중·일 대표단과는 연합전선을 펴며 만일의 상황에 대비했다. 하루 종일 ‘읍소 작전’을 폈지만 맘을 놓을 수 없었다. 당락의 운명이 결정되는 이사국 각료 만찬 장소가 보안에 부쳐졌기 때문이다. 저녁식사 시간, 수저를 들었다 놨다 안절부절못하던 중 누군가 슬쩍 비공개 만찬 장소를 귀띔해줬다. 낭보가 아닐 수 없었다. 강 국장은 식사를 중단한 채 팀원들에게 “택시를 불러 만찬장으로 가자”고 했다. 만찬장은 시내에서 한참 동떨어진 숲 속의 허름한 통나무집이었다.



큰 통유리창 너머로 만찬장 안쪽이 훤히 보였다. 하지만 경호원들에 의해 접근은 통제됐다. 안 서기관은 “우리 손은 떠났지만 동향 파악을 해야 대처를 할 수 있기 때문에 절박했다”고 당시 심경을 전했다. 오후 10시까지 예정됐던 만찬은 이사국 간 이견으로 계속 길어졌고 자정을 넘기고서야 끝이 났다. 뒤늦게 현장에 나타난 중·일 대표단은 주변을 서성대다 철수한 뒤였다. 이어진 실무급(차관보급) 회의가 오전 2시쯤 끝났다. 대표단은 이때까지도 영하 10도의 눈길에 서서 추위에 떨며 전화를 돌려 마지막 지지를 당부했다.



 ◆발표 직전 "한국에 좋은 소식"



통나무집의 불이 모두 꺼졌다. 대표단도 숙소로 돌아왔다. 시계가 오전 3시를 가리키고 있었다. 눈을 감았지만 잠이 오지 않았다. 오전 4시 조 참사관이 현장 분위기를 파악하겠다며 숙소를 나섰다. 눈이 오는 새벽길을 헤치고 시청과 사무국·기자 숙소까지 들렀지만 회의 내용은 철저히 보안에 부쳐졌다. “EU가입 문제로 각료들 간 이견이 있었다”거나 “모두 통과되거나 모두 떨어질 것 같다”는 이야기만 들렸다.



정식 발표(15일 오전 9시 각료회의)까지는 5시간을 남겨두고 있었다. 정확한 상황을 파악해야만 각료회의 전에 손을 쓸 수 있었다. 대표단은 사정을 알 만한 곳에 수십 통의 전화를 돌렸다.



오전 7시쯤 한 이사국 실무자로부터 “한국은 좋은 소식이 있을 것”이라는 귀띔을 받았다. 가뭄 속 단비 같은 한마디였다. 드디어 각료회의가 열렸고 오전 11시쯤 한국과 중국·일본 등 6개국의 정식 옵서버 진출이 발표됐다. 마음 졸이던 대표단은 서로 얼싸안고 눈물을 흘렸다. 강 국장은 “3수를 하는 동안 북극이사회 옵서버 진출을 위해 노력해온 분들의 공이 그 순간에 모두 인정받는 느낌이었다”고 말했다.



정원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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