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eLoad Image preLoad Image
검색 바로가기
주메뉴 바로가기
주요 기사 바로가기
다른 기사, 광고영역 바로가기
중앙일보 사이트맵 바로가기
닫기
닫기

[분수대] 짝퉁, 명품 패러디, 이젠 가치 소비라 …

[일러스트=김회룡 기자]


내겐 ‘핫 트렌드’의 가늠자 역할을 하는 후배들과 오랜만에 강남에서 모였었다. 이때 한 후배가 새로 장만한 백을 보여줬다. 생긴 건 에르메스 켈리 백인데, 가죽이 이상했다. “짝퉁?” 했더니 “이게 요즘 핫하게 뜨는 사만타백”이란다. 사계(斯界)를 떠난 지 오래인 터라 나만 몰라봤을 뿐, 이 백은 이미 강남권을 휩쓴 모양이었다. 소가죽을 악어가죽처럼 가공한 사만타라는 브랜드의 이탈리아산 가죽으로 1000만원대가 넘는 에르메스나 콜롬보 등의 백 디자인을 차용해 40만~50만원대로 파는 백이라고 했다. 이 가방을 들고 나가면 에르메스네 콜롬보네 하는 게 아니라 “사만타백이네”라고 한단다. 그래서 희한한 논리지만 짝퉁이 아니란다.



 그런가 하면 지난해부터 캔버스 천에 명품 브랜드의 가방을 프린트한 ‘페이크백’이 뜨고 있다. 에르메스·발렌시아가·샤넬의 대표 디자인 가방 사진을 프린트한 이 백은 명품 패러디로 인기를 끌었다. 요즘은 명품이 아니라 패러디 상품이 더 유행이란다. 과거 명품 소비에 앞장섰던 이들이 명품 비틀기에 더 열성이라는데 이유로는 다양한 분석이 나왔다. 가격으로 찍어 누르는 명품에 넌더리가 났다거나 똑같은 명품백을 든 사람이 너무 많아서라고도 하고, 싸이의 ‘강남스타일’과 ‘젠틀맨’ 이후 기성 문화에 대한 비틀기와 저항의식이 높아진 때문이라는 분석도 나왔다.



 이 같은 소비자 의식의 반전으로 독창적인 우리 브랜드 백에 대한 관심도 높아지고 있단다. 박근혜 대통령이 짝퉁 제품을 들어 유명해진 호미가뿐 아니다. 나일론이나 천에 페이톤 문양 등을 프린트해 고급 가죽가방인 척하는 ‘소프트백’이나 최지우·이연희 등 여배우의 스타일리스트 출신이 만든 ‘하비아누’ 등도 꽤 핫한 브랜드로 통한다. 국내 디자이너 브랜드가 뜨고, 해외 명품 브랜드는 지고 있다는 말도 나온다. 업계에선 “소비자들이 과시욕보다 실속을 따지는 가치 소비에 나섰기 때문”이라고 주장한다.



 그런데 정말 가치 소비나 시대 풍자 정신을 구현하려는 소비자 욕구 때문일까? 따지고 보면 요즘 뜨는 상품들은 모두 ‘스타 마케팅’의 성공사례다. 인터넷에 해당 상품 이름만 쳐봐도 유명인이 거론된 기사와 사진이 줄줄이 뜬다. 한 업계 관계자는 “일단 연예인이 들고 사진 한번 찍혀주면 불티나게 팔린다”고 했다. 해외 명품보다 국내 브랜드가 뜨는 건 반가운 일이다. 하지만 이도 대중의 ‘셀레브리티 과몰입’의 한 현상으로 보인다면 너무 삐딱한 걸까. 유명인이 업체를 갈아타면 해당 브랜드가 순식간에 타격을 받을 것 같은 느낌도 지울 수 없다면…. 한편으론 유명인과 줄을 못 대는 패션상품은 어떻게 소비자의 관심을 끌어야 할지 괜히 걱정된다.



양선희 논설위원



▶ [분수대] 더 보기
AD
온라인 구독신청 지면 구독신청

PHOTO & VIDEO

shpping&life

많이 본 기사

댓글 많은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