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eLoad Image preLoad Image
검색 바로가기
주메뉴 바로가기
주요 기사 바로가기
다른 기사, 광고영역 바로가기
중앙일보 사이트맵 바로가기
닫기
닫기

2000여 년 세월, 인걸은 고사하고 산천도 간 곳 없네

항우와 유방이 골짜기를 사이에 두고 대치했던 허난성 쩡쩌우의 패왕성에 오른 소설가 이문열(왼쪽에서 세 번째)씨. “화살을 맞은 유방은 말 안장에 몸을 묶어 군사들 사기를 올렸다”고 설명했다. [사진 현정주]


소설가 이문열(65)씨는 독자들에게 “젊어서는 『삼국지』를 읽어 꾀를 키우고, 늙어서는 『수호지』를 벗 삼아 기개를 세우라”고 권한다. 그럼 『초한지』는 언제 읽는가. ‘이문열과 함께하는 초한지 기행’은 이 물음에서 출발했다. 지난 16일, 영웅호걸이 난세에 지략을 겨루던 2200년 전 중국 땅으로 떠나는 나이 지긋한 나그네들은 저마다의 답을 품고 돌아오리라 신발 끈을 조였다. 2010년 ‘이문열과 함께하는 러시아 문학기행’으로 뜻이 통한 ‘베추모(자작나무를 사랑하는 모임)’ 회원 26명이 이번엔 동아시아의 과거를 오늘의 거울삼으려 다시 길을 나선 것이다.

소설가 이문열과 문학기행단
『초한지』 현장 중국 허난성 찾아



 “허망하고, 허망하다.”



 허난성(河南省) 정저우(鄭洲)의 패왕성(覇王城)을 오르던 이문열씨는 한숨 쉬듯 아쉬움을 토해냈다. 거대한 청동 정(鼎)을 휘두르던 장사였으나 패자가 된 항우(項羽), 허접스러운 인물들을 규합해 천하를 거머쥔 유방(劉邦)의 흔적은 진흙 바람 속에 사라져버렸다. 천하의 힘이 모인 중원(中原)을 놓고 수십 번 맞붙었던 인걸이야 간 데 없다 해도 의구(依舊)해야 할 산천까지 변해버리다니 아쉬울 뿐이었다. 멀리 흐르는 ‘어머니 강’ 황하(黃河)는 말이 없었다.



 『초한지』 집필을 앞두고 2002년 현지답사에 나섰던 작가는 10년 전 모습을 찾을 길 없다며 아쉬워했다. 중국 정부가 최근 들어 역사적 사적지를 이 지역 저 지역에 세우면서 난개발상을 보이고 있는 현장이었다. 고증보다 관광지 늘리기에 급급한 부실함를 본 ‘베추모’ 회원들 입에서 “중국 사람들 대륙적 허풍은 역사도 팔아먹는구나”는 소리가 터져 나왔다.



 사마천의 『사기(史記)』를 기본으로 『한서(漢書)』 『자치통감』과 개인 문집들을 이 잡듯 뒤져 사실성을 높이려 애썼다는 이씨는 “『사기』의 정수는 이 두 영웅이 자웅을 겨룬 초한시대에 담겨 있다”고 말했다. 평생 지고 한 번 이겨 천하를 얻은 유방, 평생 이기고 한 번 져 천하를 잃은 항우가 우리에게 전하는 한마디를 작가는 이렇게 요약했다.



 “전쟁이라는 생존 양식의 치열함과 그 승패가 연출하는 비장함.”



 항우가 병사훈련장으로 세운 희마대(戱馬臺), 패권을 다투던 두 영웅의 운명이 갈린 홍문연(鴻門宴), 항우가 불태운 진시황능 터까지 길손의 발길은 깊은 생각으로 긴 그림자를 드리웠다.



『초한지』는 자신이 몸담고 있는 공간 경영의 지혜를 구할 때 읽으면 좋은 책일까.



 술꾼이었지만 세상 모든 이에게 귀를 열어놓고 그들의 중지(衆智)를 거두어들였던 유방, 무술과 지략은 뛰어났으나 남보다 자신만을 믿고 전력했던 독지(獨智)의 항우. 그들이 우리에게 남긴 얘기를 이문열씨는 담담히 들려주었다. “다른 이들의 힘을 모아 펴는 자는 승리하고, 제 스스로 힘을 소진하는 자는 패배한다.” 02-778-7300



시안(西安·중국)=정재숙 문화전문기자



◆초한지(楚漢志)=중국의 역사를 소설로 전하는 사전문학(史傳文學)의 하나. 중국 최초의 통일 왕국이었던 진나라(秦·BC 221~BC 206) 진시황이 죽은 뒤 혼란기를 거쳐 한나라(漢·BC 202~AD 220)로 재통일되는 과정에 양대 세력으로 등장한 항우와 유방의 권력 쟁투를 그렸다. 중국 『서한연의(西漢演義)』를 원본으로 한국에서 이야기체로 풀어낸 특이한 경우로 김기진·이문열 등의 소설본과 고우영의 만화본이 있다.
AD
온라인 구독신청 지면 구독신청

PHOTO & VIDEO

shpping&life

많이 본 기사

댓글 많은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