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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 클립] 뉴스 인 뉴스 (225) 인신보호제도

박민제 기자
“나 환자 아니에요. 우리 어머니 어디 있어요?” 한 여성이 절규합니다. 최근 인기를 끈 드라마의 한 장면이죠. 시어머니의 계략으로 정신병원에 갇히는 순간입니다. 드라마 속 일만은 아닙니다. 정신질환자가 아닌데도 정신병원에 갇히는 일이 주변에서 간간이 일어납니다. 이 경우 어떤 구제책이 있을까요. 정신병원, 보호시설 등에 강제 수용될 경우 자신을 보호할 수 있는 마지막 수단인 인신보호제도를 알아봅니다.



"억울하게 갇혔다" … 보호시설에 강제 수용된 사람의 인권침해 구제책

# 강제 입원으로 3년간 일곱 차례 정신병원 수감



정모씨는 2009년 6월 정신병원에 수용된 뒤 2012년 7월까지 3년간 갇혀 있었다. 알코올 중독이 이유였다. 그를 병원에 가둔 건 그의 아내와 딸. 두 사람은 정씨를 정신병원에 입원시킨 뒤 6개월이 되기 전에 퇴원시키고, 퇴원하는 바로 그날로 다른 정신병원에 재입원시켰다. 이렇게 병원 7곳을 옮겨가며 정씨를 격리했다. 6개월마다 병원을 바꾼 건 현행 정신보건법을 어기지 않기 위한 편법이었다. 본인 동의가 없어도 정신병원에 강제입원시킬 수 있는 근거는 정신보건법 24조 1항에 규정돼 있다.



 ‘정신의료기관장은 정신질환자의 보호자 2인의 동의가 있고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가 입원 등이 필요하다고 판단한 경우에 한해 정신질환자를 입원시킬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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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현행법상 처음 입원기간은 6개월로 못박고, 지방자치단체 정신보건심의위원회(의료진 포함)가 계속 치료할 필요가 있다고 판단하면 보호자 동의를 얻어 6개월 단위로 연장이 가능토록 했다. 하지만 정씨는 6개월마다 병원을 옮기면서 퇴원 여부를 결정하는 의료진의 심사를 아예 받을 수가 없었다. 지난해 5월에서야 경기도 고양시 소재 정신병원에서 퇴원 승인을 받았다. 하지만 아내와 딸은 다음날 그를 또 다른 병원으로 데려갔다. 이를 보다 못한 정씨의 누나가 같은 해 7월 대전지방법원에 구제신청을 제기했고 재판부가 이를 받아들이면서 병원에서 나올 수 있었다. 재판부는 당시 “정씨가 3년 넘게 수용돼 있는 동안 술을 마시지 않았고 정상적인 입원생활을 했다”며 “계속 입원할 필요가 없다”고 판단했다. 판단 과정에서 병원이 제출한 자료에도 정씨의 태도가 협조적이며 감정이 평온하다고 기록돼 있는 점, 정씨 스스로가 알코올 중독의 무서움을 알고 금주를 다짐하고 있는 점 등도 감안됐다.



 정씨가 병원에서 나올 수 있었던 건 ‘인신보호제도’ 덕분이었다. 2007년 12월 ‘인신보호법’이 제정됐고 이듬해 6월부터 시행에 들어갔다. 위법한 행정처분이나 부당하게 시설에 강제로 갇힌 이들을 구제하기 위한 것이다. 형사사건에서는 체포되거나 구금된 피의자에 대한 인신구속이 적절한지를 판단하는 구제절차가 있다. 그러나 정신병원 등 시설에 강제수용되는 경우 중대한 인권침해가 이뤄질 소지가 큼에도 마땅한 구제절차가 없었던 걸 개선한 것이다.



 법원행정처 최승원 사법지원심의관은 “국가·지방자치단체 또는 개인·민간단체 등이 운영하는 의료·복지·수용·보호시설에 수용된 사람에 대한 불법적 인권침해를 막자는 게 도입 취지”라고 설명했다.



 구제절차는 간단하다. 구금된 사람 본인, 법정대리인, 후견인, 배우자 및 직계혈족, 형제자매와 동거인, 고용주 등에 청구 자격이 있다. 피수용자와 수용자, 구제청구자의 인적사항 및 위법한 이유 등을 기재한 구제청구서를 관할 법원에 제출하면 된다.



 양식은 병원에서 구하거나 대법원 홈페이지에서 다운받을 수 있다. 청구서가 접수되면 법원은 접수일로부터 2주 이내에 심문기일을 열어 부당한 구금인지 여부를 판단한다. 강제로 가둘 필요가 없다고 판단되면 수용해제 결정을 내린다. 경제적으로 어려운 이들에게는 국선변호인을 선정해 주며 정신 감정 비용도 소송구조를 통해 지원받을 수 있다.



# 정신병원 입원환자 10명 중 8~9명은 강제입원



세브란스 정신건강 병원 안정실에서 담당 의사가 흥분 상태에 빠진 환자를 진정시키고 있다. [중앙포토]
 현재의 정신병원 강제입원제도는 사회생활이 어려울 정도의 질환을 앓고 있는 사람들이 적절한 치료를 받을 수 있게 해주는 순기능이 있다. 하지만 누군가가 나쁜 마음을 먹으면 멀쩡한 사람도 정신병자로 몰아 가둬버릴 수 있다. 제도의 역기능이다.



 보건복지부 통계 등에 따르면 국내 정신병원 입원 환자 수는 갈수록 늘고 있다. 2007년 5만4441명이었던 환자 수는 2011년 6만7223명으로 23.5%나 증가했다. 이 중 80~90%는 자신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입원한 ‘비자발적 입원환자’다. 실제로 2008년 국가인권위원회 조사 결과 정신병원과 요양시설에 입원한 환자 중 86.9%가 다른 사람의 요청에 의해 입원한 환자였다. 자신이 원해서 입원한 사람은 13%에 불과했다. 비자발적 입원환자가 많다 보니 반발의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인권위에 접수된 정신보건시설에 대한 진정 건수는 2001년 8건에서 2008년 591건으로 늘었다. 70배 이상이다. 진정 내용 중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하는 것은 억울하게 갇혔다는 주장으로, 전체의 21.9%다.



 인권위의 상담 사례를 봐도 전문의 진단 없이 강제 입원되는 사례는 반복적으로 나타나고 있다. 이호중 서강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인신보호법의 제정 의미와 활용성’이라는 논문을 통해 그 같은 문제점을 지적했다. 이 교수는 “인권위 상담 사례를 보면 보호자에 의해 강제입원 절차가 악용되는 사례가 많다”며 “경찰관에 의해 응급입원으로 병원에 왔다가 사실상 강제입원된 후 보호의무자에 대한 통지와 확인을 제대로 거치지 않은 채 계속 정신병원에 수용되는 경우도 많다”고 지적했다.



 강제입원된 사람이 퇴원하기 위해서는 지방자치단체의 정신보건심의위원회의 ‘계속입원심사’에서 퇴원 결정을 받아야 한다. 하지만 퇴원 결정이 내려지는 경우는 드물다고 한다. 심사가 형식적으로 이뤄지는 경우도 많다.



# 한 해 200여 건 신청 … 10% 정도 받아들여져



  인신보호제 도입 초기에는 신청건수가 미미했으나 점차 늘고 있다.



 대법원에 따르면 도입 첫해인 2008년 25건에 그쳤던 신청은 지난해 262건으로 크게 늘었다. 법원에서 인정받아 풀려난 경우는 지난해 기준 27건으로 인용률은 10.3%다. 기각된 경우와 취하된 경우는 각각 97건씩이었다.



 인용 사례를 분석해 보니 알코올 중독 등 음주문제와 가족간 불화가 적지 않았다. 일곱 차례 병원을 옮겨다니다 3년 만에 풀려난 정씨가 대표적이다. 재판부는 “아내와 딸에 의해 강제로 입원됐지만 퇴원 후에는 이혼하고 따로 살 계획인 데다 누나가 경제적 자립을 도와줄 것을 약속하고 있다”며 “알코올 중독의 여러 증상도 사라진 만큼 강제 입원치료를 중단해야 한다”고 결정했다. 박모씨는 지난해 11월 술을 마신 상태에서 아내와 다투다 칼로 위협했다는 이유로 정신병원에 수용됐다. 아들이 어머니 편을 들며 동의했다. 박씨의 동생들이 곧바로 수원지방법원에 인신보호신청을 냈다. 40년간 성실히 가족들을 부양했으며 아내와 다투다가 우발적으로 벌어진 일이라는 이유를 댔다. 재판부는 “술 마신 상태에서 폭력적 성향을 보인 점은 인정되지만 치료 과정에 잘 순응하고 있어 강제입원을 지속할 이유가 없다”고 밝혔다.



 적법한 절차 없이 강제 입원된 경우도 있었다. 김모씨는 지난해 9월 의정부지법 고양지원에 인신보호신청을 제기했다. 자신이 특별한 정신병력도 없고 전문의 소견서도 없이 불법적으로 병원에 갇혔다고 주장했다. 재판부 검토 결과 김씨의 주장은 사실로 드러났다. 김씨의 입원동의서에는 어머니 동의서만 첨부돼 있어 2명 이상 보호자의 동의가 필요하다는 규정을 어겼다. 또 정신의학과 전문의 소견서도 첨부돼 있지 않았다. 재판부는 “김씨에 대한 강제 수용을 즉시 해제한다”고 밝혔다.



 최 판사는 “구제신청을 냈다가 병원이 자체 판단에 따라 풀어주면서 취하되는 사건이 상당수 있다”며 “실제로 피수용자가 구금상태에서 풀려난 경우는 인신구제 사건의 인용률보다 더 높다”고 설명했다.



 전문가들은 인신보호제도만으로는 정신병원에 억울하게 갇히는 경우를 막는 데 한계가 있다고 지적한다. 갇히고 난 뒤에 행해지는 구제 조치이기 때문에 최후의 수단은 될 수 있어도 사전에 인권침해 가능성을 막을 수는 없기 때문이다. 이현복 대법원 홍보심의관은 “인권침해 가능성을 최소화하기 위해서는 현행 제도 이외에 정신질환자 강제 입원에 대한 상시적인 사법기관의 사전·사후 감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기사 속 사례는 실제 사건이지만 개인정보 보호를 위해 이름과 연령 등을 밝히지 않았습니다.



박민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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