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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일기] '청년밥집·희망식당', 영세식당 죽일 수 있다

이승호
사회부문 기자
“서울시에 도와달라고 하지 않을 테니 제발 피해만 안 주면 좋겠습니다.”



 지난 16일 서울 동작구 노량진동에서 만난 음식점 주인 김모(47)씨는 기자에게 불만을 쏟아냈다. 서울시가 청년들에게 2500~3000원의 값에 식사를 제공하는 ‘청년밥집’ 개설을 추진한다는 일부 언론 보도를 보고나서다. 기사에 따르면 박원순 서울시장은 최근 “청년밥집에 시가 지원할 방안을 마련하라”고 지시했다. 우선 검토 중인 개설지역으로 취업준비생이 많은 노량진 지역이 언급됐다.



 김씨가 화를 내는 이유는 노량진 일대 음식 가격 때문이다. 본지 취재 결과 노량진 학원가 일대 ‘고시식당’에선 뷔페식 식사가 한 끼에 4000원이었다. 하지만 18만원인 한 달 식권(점심·저녁)을 구입하면 3000원에 먹을 수 있다. 도로변에서 스티로폼 그릇에 밥, 소시지, 볶은 김치, 삼겹살 등을 넣어 만드는 ‘컵밥’ 가격은 2500원에 불과했다. 이미 시장에선 청년밥집이 목표로 하는 가격으로 음식이 팔리고 있었던 것이다. 김씨는 “상점 간 경쟁으로 가격이 낮아질 대로 낮아진 상황”이라며 “임대료·재료값 등을 빼면 남는 게 거의 없을 때도 많다”고 말했다. 상인들 간 갈등도 심하다. 동작구는 지난 1월 컵밥집 강제철거에 나섰다. 손님을 빼앗긴 식당 상인들이 세금과 임대료를 내지 않고 장사하는 컵밥집을 단속해 달라는 민원을 제기했기 때문이다. 컵밥 상인들의 반발로 철거는 곧 중단됐지만 갈등은 진행 중이다.



 본지가 취재에 나서자 주무부서인 서울시 일자리정책과 관계자는 “청년밥집은 장기과제로 남겨놓은 상태”라며 “아직 제대로 논의된 게 없다”고 해명했다. 이는 지난 2월 큰 반발에 부딪혔던 ‘희망식당’ 논란 때문이다. 박 시장은 당시 저소득층에게 2500~3000원에 제공하는 식당을 개설한다고 했다가 지역 상인들의 강한 비판을 받았다. 하지만 서울시 핵심 관계자는 “청년밥집·희망식당에 대한 박 시장의 의지가 강하다”며 “여러 방안을 구상해 개설에 나설 것”이라고 말했다. 시에선 사업비나 유휴공간을 제공하거나 시가 인증하는 현판을 달아주는 방안을 고민 중이다. 그러나 지역 상인들의 반발을 살까 우려해 발표를 꺼리고 있다.



 공공정책은 양날의 칼이다. 시가 ‘희망식당’을 지원할 경우 가뜩이나 어려운 영세식당은 절망하게 될 수도 있다. 도움을 받는 사람뿐 아니라 피해를 보는 쪽도 함께 고려해야 한다는 뜻이다. 박 시장은 지난해 11월부터 서울 각지를 돌며 현장시장실을 운영하고 있다. 현장에서 직접 서울시 현안의 답을 찾겠다는 바람직한 행보다. 하지만 조금만 더 현장의 목소리를 들었다면 또 다른 서민에게 피해를 주는 설익은 정책계획은 막을 수 있지 않았을까.



이승호 사회부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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