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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시, 영어·한문으로 바꾸는 것 재밌어요"

청심국제중 1학년 학생들이 ‘대수학(Algebra)’ 수업이 끝난 뒤 조셀슨 수학 교사에게 질문하고 있다. 원어민 교사는 수학 시간에 미국 중학교 교재를 사용한다.

경기도 가평군 설악면에 있는 청심국제중은 2006년 개교한 사립 국제중이다. 국제중으로는 유일하게 재학생 전원이 기숙사 생활을 한다. 또 추첨 없이 전국의 우수한 초등학생을 자기주도학습 전형으로 선발한다.

서울에 대원·영훈국제중이 문을 열었지만 청심국제중의 인기는 여전하다. 2013학년도 입시에선 100명 모집에 1500여 명이 몰렸다. 청심국제중을 찾아 어떤 교육이 이뤄지고 있는지 알아봤다.

지난달 찾은 청심국제중 1학년 3반 교실. 이근정 과학 교사가 영어로 수업을 하고 있었다. 모두 교사 말에 집중하느라 외부인이 교실에 들어선 사실조차 몰랐다. 또 다른 교실에선 원어민 조셀슨 교사가 진행하는 수학 수업이 한창이었다. 세 면이 각각 흑칠판·백칠판·프로젝터로 돼 있는 수학 전용 교실이다. “What does mean average(평균이 무엇을 의미합니까)?” 교사의 질문에 학생들이 영어로 또박또박 답했다. 이날 수업에서는 실제로 반 학생의 키를 잰 뒤 자료로 활용했다. 체험을 통해 수학 개념을 쉽게 익히게 하기 위해서다.

청심국제중에서는 국어·국사·제2외국어(중국어·일본어·스페인어)를 제외한 모든 수업을 영어로 한다. 교과서도 국어·국사를 제외하곤 모두 미국 교과서나 교사가 직접 제작한 교재를 사용한다. 수학은 국내 교과서와 영어 교재를 병행한다. 가령 원어민과 수업할 때는 『대수학(Algebra)』 『기하학(Geometry)』등 미국 중학교 교재를 사용하고, 국내 교사와는 한국 교과서를 쓴다.

 초등학교를 졸업한 지 2~3달밖에 안 된 중1 학생이 영어로만 이뤄지는 수업에 부담을 느끼지는 않을까. 그러나 학생 대부분이 “큰 어려움은 없다”고 답했다. 해외 거주 경험이 있든 없든 마찬가지였다. 어려운 개념은 교사가 천천히 설명해주고, 학생 이해도가 떨어질 때는 한국어로 부연 설명도 해주기 때문이란다.

 이재은(1학년)양은 “한 단어도 놓치지 않으려고 수업에 더 집중하기 때문인지 입학 후 영어 실력이 더 늘었다”며 “가끔 모르는 단어가 나올 때는 감(感)으로 알아듣거나, 친구에게 물어본다”고 말했다.

 2006년 3월 처음 청심국제중이 문을 열 때 목표로 삼았던 게 ‘글로벌 인재 양성’이다. 영어뿐 아니라 제 2외국어까지 습득하게 해 국제무대에서 활동할 리더를 키우겠다는 거다. 하지만 외국어 교육만 강조하는 건 아니다.

 학교 전반을 관통하는 교육철학은 A.C.G다. 여기서 A는 이타적 품성 교육(Altruistic Mind In Education), C는 창의적 지식 교육(Creative Knowledge In Education), G는 글로벌 리더 전문 교육(Global Leadership In Education)을 의미한다. 다시 말해 인성과 창의력을 갖춘 글로벌 인재를 키우겠다는 거다. 대부분의 특목고에서 내세우고 있는 이념이지만, 청심국제중은 조금 다르다. 수업과 학교생활 속에서 이를 익히는 게 핵심이다.

 이기봉 청심국제중고 교감은 “글로벌 인재를 양성한다는 대다수 학교의 속내를 들여다보면 원어민 영어 수업이나 봉사활동 시간만 조금 늘린 경우가 많다”며 “중요한 건 교육의 양이 아니라 질”이라고 강조했다.

 청심국제중은 실제로 이를 구현하기 위해 전원 기숙사 생활을 한다. 다른 사람과 어울리는 방법을 통해 이타적 품성 교육을 하는 것이다.

 
수업 중에도 A.C.G를 배울 수 있는 장치가 곳곳에 포함돼 있다. 예컨대 국어 수업에서 시조를 배울 때도 주제, 시대적 배경, 작가의 의도만 알고 끝나는 게 아니다. 시조를 한자나 영어로 바꿔 작성해 본다. 이때 어떤 단어를 써야 하는지, 단어 사용에 따라 의미가 어떻게 달라지는지 등에 대해 토론을 한다. 이런 활동을 통해 외국어 능력을 키우는 것은 물론 나와 생각이 다른 사람을 받아들이는 법을 배우게 된다. 또 이별한 임을 그리워하는 감정을 그림으로 표현하면서 창의력도 키운다. 이 교감은 “이런 게 바로 글로벌 융합교육 아니냐”며 “이런 방식을 통해 청심국제중 학생은 누구나 저절로 A.C.G를 익히게 된다”고 말했다.

 이런 경험은 학생 시야를 넓히고, 생각하는 힘을 기르게 만든다. 서윤지(3학년)양은 1학년 때는 친구들 생각이 제각각이라 놀란 적이 많았다고 회상했다. “수업 시간에 ‘임’이라는 단어를 영어로 바꿀 때도 20개도 넘는 단어가 나오더라고요. 처음에는 ‘특이하다’고 생각했는데, 한 학기가 지나면서 기발한 아이디어라고 받아들이게 됐죠.” 자녀 3명 중 2명을 청심국제중에 입학시킨 이선화(45·경기도 분당)씨도 “초반에는 수학 잘하는 다른 학생을 이기려고만 하던 아이가 언제부턴가 상대방 장점을 인정하는 법을 알게 되더라”며 “우수한 학생들 사이에서 경쟁하는 것 자체가 A.C.G의 효과”라고 말했다.

  맞춤형 방과후 수업도 장점이다. 기숙사 생활을 하느라 주말 외에는 따로 사교육을 받기 어려운 학생들은 방과후 수업을 통해 부족한 과목을 보충하고 경시대회에 대비한다. 현재 방과후 학교 개설 과목은 모두 30개다. 수능현대문학, 논술기본반처럼 대입 준비를 미리 할 수 있는 과목도 있고, 중1 앨지브러(Algebra·대수), 고등수학과 같이 정규 과목 이해를 돕는 수업도 있다. 스페인어 입문, 중국어 기초, HSK 4급 대비반 등은 외국어를 익힐 수 있는 시간이다. 정승우(3학년)군은 “외국어를 좋아하는 사람은 3개국 언어를 동시에 배우기도 한다”며 “교사에게 요청하면 청심국제고에 개설된 AP(Advanced Placement·대학과정선이수제) 과목도 들을 수 있다”고 말했다.

 3년간 이런 교육을 받은 학생들의 고등학교 진학률은 어떨까. 졸업생 70%는 청심국제고로 진학한다. 청심국제중에 입학하는 학생 대부분은 청심국제고 진학을 염두에 둔다. 청심국제중에서 배웠던 융합·리더 교육을 고등학교 때 이어갈 수 있어서다. 하지만 다른 학교 진학의 문도 열려 있다. 2013학년도 입시에서는 청심국제고에 76명, 자율형사립고 11명, 영재학교 2명, 민족사관고 2명, 일반고 3명, 외고 6명, 국제고 2명이 각각 합격했다.

학생들이 말하는 학교
“기숙사 노래방에서 강남스타일 불러요”


Q. 수업을 영어로만 진행한다던데.

A. 국어·국사·제2외국어(스페인어·중국어·일본어)를 제외한 모든 수업이 영어로 이뤄진다. 입학 초반에는 적응 못하는 학생이 많았다. 해외 거주 경험이 없는 아이는 심각하게 전학을 고려하기도 했다. 하지만 실제 전학 가는 학생은 거의 없다. 한 학기 지나면 익숙해진다. 선생님이 최대한 이해하기 쉽게 가르치고, 필요할 때는 한국말로 부연 설명을 해준다. 수업 시간에 교사가 하는 말을 한마디도 안 놓치고 듣는 습관이 생긴다.

Q. 이해 안 가는 내용이 있으면 어떻게 하나.

A. 바로 선생님에게 물어보거나 쉬는 시간에 교무실을 찾아간다. 더 좋은 멘토는 하루 종일 붙어 있는 친구들이다. 우수한 학생이 많다는 게 청심국제중의 가장 큰 장점이다. 과학을 배울 때 선행학습을 전혀 하지 않아 고생을 했다. 그때 과학 영재라는 별명을 가진 친구에게 개념 설명을 듣고, 어려운 문제 풀이 방법도 물어봤었다. 그 친구가 없었으면 과학 시험에서 50점도 못 받았을 거다. 이런 식으로 전교 100명이 각각의 특기를 갖고 있다. 이를 잘 파악하면 공부하거나 학교 생활하는 데 큰 도움을 받을 수 있다.

Q. 외국에서 살다 온 학생이 많나.

A. 60~70% 정도 되는 것 같다. 짧게는 2~3개월, 길게는 10년 넘게 해외에서 살다 온 사람도 있다. 반면에 해외에 나간 적 없는 토종도 있다. 처음에는 영어 잘하는 친구들이 눈에 띄는 게 사실이다. 하지만 수학·사회 같은 과목에서는 국내파가 더 우세하다. 시간이 지날수록 서로의 장점을 인정하고 윈-윈(win-win)하는 분위기가 만들어진다.

Q. 부모와 떨어져 지내면 외롭지는 않나.

A. 전혀. 주말에 집에 가 있을 때도 학교에 오고 싶을 정도다. 남학생 중에는 기숙사 생활 때문에 국제중 가운데 청심을 택한 사람도 많다. 부모의 잔소리와 속박에서 벗어날 수 있기 때문이다. 시간이 지날수록 꼭 편하지만은 않다는 걸 깨닫게 되지만.

Q. 가장 힘든 점이 있다면.

A. 혼자 모든 걸 결정하고 책임지는 게 가장 어렵다. 초등학교 6학년 때까지는 학교·학원만 다니면 특별히 신경 쓸 게 없었다. 집에서 챙겨주는 밥 먹고, 자고 싶을 때 자면 됐다. 하지만 이곳에서는 규칙적인 생활을 해야 하는 것은 물론 정규 수업이 끝난 후 시간 활용을 어떻게 할 것인지 스스로 정해야 한다. 동아리 활동을 많이 하면 과제 해결 시간이 줄어들기 때문에 시간 관리를 잘하는 게 중요하다. 어릴 때부터 부모님이 이것저것 챙겨준 아이들일수록 초반에 고생을 많이 하더라.

Q. 기숙사 생활이 궁금하다.

A. 2인 1실이다. 침대와 책상, 옷장, 서랍장이 있다. 화장실에 비데도 있다. 6개월마다 100% 추첨을 통해 룸메이트를 결정한다. 아침형 인간과 야행성인 사람이 한 방을 쓰면 서로 다른 생활 습관 때문에 갈등을 겪기도 한다. 하지만 방을 바꾸지는 않는다. 학교도 작은 사회라 자신이 원하는 대로만 살 수는 없다는 걸 A.C.G를 통해 배웠다. 대화를 통해 합의점을 찾고, 서로의 장점을 발견하려고 노력한다. 규율이 엄격해 다른 방에 갔다 걸리면 벌점을 받는다. 방에서 음식 먹는 것도 금지돼 있다. 다른 학교 기숙사와 다른 점은 노래방이 있다는 거다. 10명이 함께 들어갈 수 있는 넓은 방에서 강남스타일도 부를 수 있다. 1시간에 8000원 정도 한다. 시험 끝났을 때나 스트레스 쌓일 때 종종 이용한다.

Q. 급식은 어떤가.

A. 아침에는 밥·빵·죽·시리얼 중에 골라 먹을 수 있다. 몸이 좋지 않아 흰죽을 먹고 싶을 때, 조리실에 가서 얘기하면 그 자리에서 끓여주기도 한다. 한 달에 한 번 특식이 있다. 지난해에는 프랑스·독일·멕시코 등 나라별 전통음식이 나왔다. 간식은 핫도그·샌드위치·피자 등이 번갈아 가며 나온다. 학년 말에 학급비가 남으면 담임선생님 허락을 받고 인근에서 치킨이나 피자 등을 배달시켜 먹기도 한다.

신입생 이렇게 뽑아요
“학교서 직접 쓴 자기개발계획서 면접때 되물어”


청심국제중은 국제중 중 유일하게 전국 단위로 학생을 선발한다. 부산국제중이 1단계에서, 대원·영훈국제중이 2단계 전형에서 추첨하는 것과 달리 순전히 시험으로 학생을 뽑는다. 김효정(사진) 청심국제중 입학관리부장은 “다른 국제중과 달리 운이 아닌 실력으로만 합격·불합격이 정해진다”고 말했다.

 전형은 1·2단계로 나눠서 진행한다. 1단계 총점은 160점으로 학교생활기록부 60점, 자기소개서 25점, 자기개발계획서 65점(자기주도학습과 계획 40점, 독서활동 15점, 인성과 리더십 10점), 추천서 10점이다. 1단계 서류 전형도 다른 국제중과 다르다. 자기소개서와 자기개발계획서를 청심국제중에 방문해 직접 작성하는 것이다. 주제는 매년 비슷하지만, 매번 다른 문제를 출제하기 때문에 시험장에 들어서기 전까지 어떤 문제가 나올지 알 수 없다.

 2013학년도에는 자기소개 2문항, 자기주도학습·독서활동·인성·리더십에서 각각 1문항씩 출제됐다. 예를 들어 ‘본교 교육 목표인 A.C.G를 바탕으로 자기 자신을 평가하고, 그와 관련해 본인을 간단히 소개해보세요(자기소개서)’와 같은 질문이다. 좋은 점수를 받으려면 글쓰기 능력뿐 아니라 시간 배분도 중요하다. 2시간 내에 6개 질문에 답을 써야 하기 때문이다. 분량은 따로 정해져 있지 않고, 글씨 크기에 따라 달라진다. 손으로 글쓰기에 익숙하지 않은 학생은 미리 충분한 연습을 해야 한다.

 김 부장은 “예상 문항을 외워오면 정작 현장에서는 긴장해 잊어버리기 쉽다”며 “큰 주제에 대한 내용을 정리한 뒤 다양한 질문에 답하며 준비하는 게 효과적”이라고 조언했다. 가령 독서활동에 대해 쓴다면 책을 정하고 내용과 느낌, A.C.G를 기르는 데 어떤 도움을 줬는지 등을 항목별로 적어보는 방식이다. 김 부장은 “처음에는 대필을 방지하기 위한 목적으로 직접 작성하게 했지만, 이를 통해 지원자의 문제 해결 능력과 사고력·논리력 등도 파악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교사추천서도 중요하다. 초등학교는 성적만으로 학생의 능력을 파악하기가 어렵기 때문이다. 추천서에는 인성·창의성 영역 외에 영어 활용 능력 평가 부분이 있다. 교사가 지원자의 영어듣기·읽기·말하기·쓰기 능력을 7단계로 평가하면 면접관들이 이를 토대로 점수를 매긴다.

 1단계 통과 인원은 모집 인원의 3배수(약 300여 명)다. 서류전형에서 아무리 높은 점수를 받아도 2단계 전형에서 제대로 실력을 발휘하지 않으면 합격이 어렵다. 면접은 3명의 면접관이 지원자에게 총 3~4개의 질문을 던지는 방식으로 진행한다. 자기소개서나 자기개발계획서에 쓴 내용에 대한 사실 확인을 하고 서류만으로는 파악할 수 없는 부분을 묻는다. 한 가지 주의할 사항은 청심국제중에 가서 직접 자기소개서·자기개발계획서를 작성하기 때문에 본인이 써놓고도 이 내용을 잊기 쉽다. 김 부장은 “자기소개서를 작성한 당일 집에 돌아가자마자 자신이 어떤 내용을 썼는지 다시 한 번 적어보고 이를 토대로 면접 준비를 하면 효과적”이라고 귀띔했다.


글=전민희 기자 , 사진=김경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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