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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운 소재, 촘촘한 구성, 명확한 타깃… 3박자 통했다

타임슬립(시간이동)과 로맨스·미스터리 등을 정교하게 버무린 tvN의 판타지 멜로 ‘나인’. 케이블 드라마의 지평을 넓힌 것으로 평가됐다. 이진욱(왼쪽)의 재발견이라는 연기 호평이 이어졌다. [사진 tvN]

드라마 전문가로 구성된 페이스북 비공개 그룹 ‘드라마의 모든 것’팀의 온라인 집단비평 ‘드라마 썰전[舌戰]’은 세 번째 주제로 최근 약진해온 웰메이드 케이블 드라마(케드)를 선택했다. 14일 인기리에 종영한 tvN ‘나인’을 비롯해, 새로운 어법과 차별화된 기획으로 젊은 시청자들을 사로잡은 신흥 강자 ‘뉴케드(새로운 케이블 드라마)’의 힘을 짚어본다.

◆지상파 드라마 약세 계속돼

범죄세계를 다루는 최초의 본격 TV 누아르로 27일 선보이는 JTBC ‘무정도시’. [사진 JTBC]
물론 전반적 시청률은 지상파에 미치지 못한다. 하지만 사회적 이슈나 영향력 면에서 뉴케드의 존재감은 크다. 특히 지상파 시청자들이 노령화하고, 막장코드 홈멜로가 일일·주말극 할 것 없는 대세가 되면서 젊은 시청자들이 케이블 드라마로 몰리고 있다. 온라인에서 집중 조명을 받고 있다.

 지상파 드라마의 추락은 시청률 부진에서도 잘 드러난다. 시청률 1위라 해도 20%대 남짓이다. 한때 간판이었던 미니시리즈의 추락세는 더 심하다. 현재 방송 중인 지상파 3사 수목 미니시리즈(KBS2 ‘천명’, MBC ‘남자가 사랑할 때’, SBS ‘내 연애의 모든 것’)는 모두 한자리 시청률을 놓고 싸우고 있다.

 이런 점에서 JTBC ‘무자식 상팔자’가 12%를 넘으며 동시간 지상파 드라마들을 압도한 것은 케드의 위력을 보여준 일대 사건으로 주목된다. <표 참조>

 최근의 뉴케드들은 특화된 관객과 취향, 전문화된 장르를 파고든다. 여러 세대를 아우르는 잡탕식 구성에 머무르는 지상파 드라마와 차별화를 선언했다. 공룡 지상파의 틈새를 노리는 드라마 생존법이다. “소재의 확대, 디테일의 강한 리얼리티, 빠른 전개로 미국·일본 드라마에 길들여진 시청자도 따라잡았다”(공희정 드라마평론가)는 평가가 나온다.

 OCN ‘수사전담반 TEN’은 ‘CSI가 부럽지 않다’는 반응을 얻었다. “피가 나오는데도 쿨한 수사물. ‘CSI’ 길반장처럼 모든 것을 아는 가부장적 존재가 팀원 중 없다는 것이, 암울한 매력을 더한다.”(노광우 고대 정보문화연구소 연구원).

 OCN 뱀파이어 수사물 ‘뱀파이어 검사’의 김병수 PD는 tvN 타임슬립(시간이동) 로맨스 ‘인현왕후의 남자’에 이어 판타지멜로 ‘나인’에서도 송재정 작가와 손을 잡아 최고의 호흡을 과시했다. ‘응답하라 1997’은 1990년대 팬덤에 대한 깨알 같은 보고서였다. ‘한국판 글리(Glee)’를 표방한 음악드라마 ‘몬스타’도 선보였다. ‘글리’는 미국 Fox 채널이 만든 10대들의 성장 스토리다.

 JTBC도 바이러스 재난물 ‘세계의 끝’에 이어 27일부터 최초의 본격 TV 누아르 ‘무정도시’를 선보인다. 우리 시대 젊은이들의 결혼 풍속도를 실감나게 묘사한 ‘우리가 결혼할 수 있을까’도 호평받았다.

◆케이블 무엇이 강점인가

OCN의 수사물 ‘특수사건 전담반-TEN’ 시즌2 에서도 주연을 맡은 주상욱. [사진 OCN]
뉴케드의 교집합은 “양질의 프로듀서·작가와 시청자, 디테일의 리얼리티, 길이와 횟수의 탄력성, 주제의식, 잘 짜인 서사구조, 영상미와 참신성 등이다.”(윤태진 연대 교수).

 예능·영화 등의 전문인력을 영입해 기존 지상파 드라마의 순혈주의를 깬 것도 주효했다. ‘응답하라 1997’‘인현왕후의 남자’‘나인’의 작가들은 예능국 리얼리티 프로그램(‘1박2일’)과 시트콤(‘하이킥’) 출신이다. “예능의 현실적이고 방대한 자료조사가 사실적인 에피소드, 새로운 크리에이티브를 가능하게 했다”(김주옥 템플대 박사과정)는 분석이다.

 전세계 기이한 스토리들을 드라마로 재연하는 MBC ‘신기한 TV 서프라이즈’가 드라마 인력들을 대거 배출한 것도 이채롭다. 김병수PD, 송재정 작가, ‘최고의 사랑’의 작가 홍자매, ‘TEN’의 이승영PD, ‘아랑사또전’‘몬스타’의 정유정 작가 등이다.

 사실성과 재미로 무장했다지만 예능적 한계도 있다. “여러모로 예능스러운 ‘응답하라 1997’은 놀랄 만큼 사실적이지만 정통 드라마에 비해 메시지나 주제의식은 부족하다”(김주옥)는 지적이다.

 뉴케드를 떠받치는 요소는 다양하다. 대중문화 팬 출신의 제작진, 창의성을 독려하는 매니어 시청자, 신속한 의사 결정구조, 짧은 방영시간 등이 강점이다. 이용석 SBS PD는 “케이블은 보통 50분 주 1-2회, 지상파는 70분 주 2회 방영된다. 러닝타임이 30분 짧다는 것은 촬영시간으로 이틀, 대본 분량으로 A4 용지 20장 정도를 벌어주는 셈”이라고 말했다. 그만큼 집중도를 높일 수 있다는 의미다.

 김영찬 한국외국어대 교수는 “드라마 팬덤의 시초인 MBC ‘네멋대로 해라’로 문을 연 퀄리티 드라마 시대가 뉴케드로까지 이어졌다. 뉴케드의 동력은 활발한 팬문화”라고 평가했다.

◆화제작 ‘나인’, 창작과 표절 사이

시간은 한 방향으로 흐르며 운명은 변하지 않는다. 결과에는 원인이 있다. ‘나인’은 이런 전제에서 출발한 타임슬립 드라마다. 특히 과거 현재 미래가 일직선상에 있지 않고 평행해 같이 진행된다는 ‘평행이론’을 인용했다.

 20년 전 과거로 30분씩 돌아갈 수 있는 향 9개를 얻은 남자가 과거를 고치려 하다가 오히려 곤경에 처하는 비극적인 시간여행자가 된다. 반전을 거듭하는 예측불허의 스토리에 타임슬립과 로맨스·미스터리를 버무린 구성력이 뛰어났다. ‘스파이명월’로 사실상 ‘사망선고’를 받았던 주연 이진욱의 재발견도 수확이다. 단 주인공이 과거에 갇힌 결말 부분은 철학적 메시지로 포장했으나 사실적으론 이야기구조의 결함이라는 평이 나왔다.

 박지영 서울대 언론정보학과 박사는 “90년대 초반 ‘인생극장’에서 이휘재의 결심했어 A, B 버전을 하나의 스토리라인에 섞은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점차 인터랙티브해지는 미디어 환경에서 TV 내러티브도 시청자의 인지적 참여를 적극 요구하는 쪽으로 진화해간다”며 “현실을 순차적 시간의 흐름 속에서 이해하려 하는 것이 인간의 기본적인 욕망이라고 할 때, 이러한 욕망을 뒤흔드는 타임슬립 장치만큼 시청자의 적극적인 참여를 요하는 것도 없다”고 설명했다.

 ‘나인’은 표절 논란도 일으켰다. 프랑스 작가 기욤 뮈소의 소설 『당신 거기 있어줄래요』와 내용이 유사하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작가와 방송사 측은 “소설 판권을 구매하기 위해 원작자 측을 접촉했으나 성사되지 못했다. 새롭게 타임슬립 이야기를 써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원작을 번역 출판한 밝은세상 김동주 편집자는 “주요 전개방식과 장치가 표절에 가깝다. 소송을 준비했으나 국내 상황에 어두운 원작자가 미온적 태도를 보였다”고 주장했다.

 ‘드라마의 모든 것’팀도 원작과 드라마를 비교했으나 명확한 표절 여부를 판정할 수 없었다. “제한적 과거회귀 등 디테일에서 소설을 참조하지 않았다고 보기에는 무리” “실제적으로는 새롭고 보다 정교한 얘기인 만큼 영감을 받은 작품을 안 밝힌 것은 유감”이라는 의견이 나왔다. “표절은 우리가 판단할 문제가 아니지만 이렇게 해도 별 문제없이 지나가더라는 인식이 드라마 제작자들에게 공유된다면, 그것은 문제”라는 비판도 있었다.

정리=양성희 기자

[J Choice] 드라마·예능 전문 비평팀 SNS 집단비평 기대하세요

‘드라마 썰전’을 진행하는 ‘드라마의 모든 것’은 페이스북 비공개 그룹입니다. 국내 신문방송학과 교수, 드라마PD, 업계 관계자, 문화평론가, 기자, 국내외 거주 시청자 69명으로 이루어진 드라마·예능 전문 비평팀입니다. 지난해 홍석경 서울대 언론정보학과 교수의 제안으로 활동을 시작했습니다. 달라진 미디어 환경에 맞추어 SNS(소셜 네트워크 서비스) 집단비평을 시도합니다. (★ 5개 만점, ☆는 ★의 반 개)

▶ tvN ‘나인’

★★★★(윤태진 연세대 커뮤니케이션 대학원 교수):12회 정도로 압축했으면 별 5개도 가능하지 않았을까. 후반부로 갈수록 엉망이 되는 지상파 드라마는 케이블에게서 마무리 기술을 배워라.

★★★☆(김주옥 템플대 박사과정):시간을 넘나들수록 뒤틀리는 관계와 상황이 복잡하지만, 흐트러지지 않는다.

★★★★(전영선 기자):감탄을 자아내는 탄탄한 이야기와 정교한 반전. ‘참고문헌’ 밝혔어도 사랑했을 텐데.

▶ OCN ‘특수전담반 TEN’ 시즌2

★★★☆(양성희 기자):소포모어(2년차) 징크스를 끝까지 피해주기를. 지금까지 예감은 좋다.

★★★☆(전영선 기자):매끈하게 잘 빠진 수사물. 시즌제 드라마, 진작에 이렇게 만들었어야지.

★★★★ (이영희 기자):‘CSI’만큼 재미있지만 덜 자극적이라 좋다. 앞으로도 러브라인 말고 수사에 집중해 주시길.


◆ 케이블 드라마 시청률 베스트 10 (단위:%)

① 12.2 JTBC ‘무자식 상팔자’(35회)

② 7.1 tvN ‘응답하라 1997’(최종회)

③ 5.0 tvN ‘노란 복수초’(106회)

④ 4.4 JTBC ‘아내의 자격’(16회)

⑤ 3.7 JTBC ‘인수대비’(60회)

⑥ 3.6 JTBC ‘궁중잔혹사 꽃들의 전쟁’(8회)

⑦ 3.3 OCN ‘뱀파이어 검사’ 시즌1(최종회)

⑧ 3.2 OCN ‘특수사건전담반 TEN’ 시즌1(최종회)

⑨ 3.3 tvN ‘막돼먹은 영애씨’ 시즌7(1회)

⑩ 3.0 JTBC ‘우리가 결혼할 수 있을까’(18회)

※자료 : 닐슨코리아, 2010년 이후, 전국 유료가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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