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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계부 쓰듯 국가재정 챙겨 … 세출 82조 줄이기 토론회

박근혜 대통령이 16일 청와대에서 첫 국가재정전략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국무위원 전원이 참석하는 재정전략회의는 매년 한 차례씩 열린다. [청와대사진기자단]

대한민국 정부의 대통령과 국무총리, 국무위원(현재 17명) 전원이 참석하는 공식 회의는 국무회의와 국가재정전략회의 두 개뿐이다. 이 중 5년 단위의 국가재정운용계획(2013~2017년)을 수립하기 위해 열리는 국가재정전략회의는 매년 4월 말을 전후해 개최된다. 16일 박근혜 대통령이 주재한 ‘2013 국가재정전략회의’는 또 다른 의미가 있다. 여성대통령의 ‘공약가계부’가 주요 의제였다. 자신의 대선 공약을 바탕으로 마련한 140개 국정과제의 이행을 위한 재원마련 로드맵을 박 대통령은 공약가계부라 이름 붙였다.

 그러나 공약가계부를 만드는 게 그리 간단한 일은 아니다. 박 대통령이 지난해 대선 때 내놓은 기초연금, 4대 중증질환 보장 등의 공약을 실천하기 위해 정부는 135조원의 돈이 필요한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복지예산 수요가 대폭 늘어났지만 박 대통령은 세율을 올리는 증세엔 반대하고 있다. 박근혜 정부는 비과세·감면 축소와 지하경제 양성화를 세원 확충의 방법으로 제시하고 있다. 135조원 중 일단 53조원은 이렇게 세입을 늘려 충당하겠다고 한다.

 문제는 나머지 82조원이다. 정부는 각 부처의 사회간접자본(SOC) 예산 등을 깎아서 마련한다는 입장이다. 세출 구조조정을 하겠다는 얘기다. 하지만 어느 부처나 받을 돈을 선뜻 도로 내놓는 게 쉬운 일은 아니다.

 회의 시작 전 청와대 관계자는 “세출을 줄이는 게 워낙 어려운 문제라 대통령이 장관들에게 단단히 당부하는 자리가 될 것”이라며 “세출을 줄이는 과정에서 조직이 없어지는 일도 생길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런 분위기를 잘 아는 박 대통령은 회의 시작부터 토론의 가이드라인을 제시했다. 그는 “여러분은 국무위원 자격으로 참석한 것”이라며 “각 부처의 입장보다는 국무위원으로서, 국민의 입장에서 모든 문제를 바라보고 건설적이고 추진력 있는 토론을 통해서 제도개선에 나서주시기를 바란다”고 당부했다.

 박 대통령은 그러면서 세출과 세입이 거의 같은 균형재정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그는 “고령화에 따른 의료와 연금지출 급증, 잠재적인 통일비용 등 특수요인을 감안할 때 중·장기적 재정여건은 녹록지가 않다”며 “모든 부처가 각자의 영역에서 재정지출을 효율화하는 데 앞장서서 중장기적인 재정 건전성에 만전을 기해야 하겠다”고 했다. 이어 “정부 전체적으로는 우선 임기 내에 균형재정을 달성하고, 국가채무는 30% 중반 이내에서 관리를 하면서 정밀한 장기 재정전망을 하는 데 연금 등 제도개선을 추진해야 할 것”이라고도 했다.

 현재 국가채무는 지난해 말 기준 445조2000억원으로 국내총생산(GDP) 대비 34.8%에 달한다. 올해 말에는 이 비율이 36.2%(480조5000억원)로 높아질 전망인데, 남은 임기 동안 이 수준을 넘지 않도록 재정지출을 관리하겠다는 얘기다.

 회의에서 박 대통령은 토론을 지켜보다 주제별 토론이 끝날 때마다 “각 부처는 공약 가계부가 5년 후 이 정부의 성적표가 된다는 생각으로 반드시 확실한 제도적 뒷받침을 통해 반드시 실천해나가야 할 것”이라는 식의 마무리 발언을 곁들였다. 박 대통령은 오전 회의 뒤 국무위원들과 청와대 구내식당에서 오찬을 함께하며 토론을 이어갔다. 오후에는 장관들의 자유로운 토론을 위해 자리를 비워줬다가 회의가 끝날 때 다시 돌아와 재원 배분의 우선순위를 제시했다.

 박 대통령은 “경제·사회발전과 인구·산업구조 변화 등을 감안해 재정투자의 중점을 경제 인프라에서 사회 인프라로, 하드웨어와 물적시설투자 중심에서 소프트웨어와 사람에 대한 투자로 과감히 전환해야 될 시점”이라며 “수요가 어느 정도 충족된 SOC·산업 분야의 지출비중을 줄이고, 수요가 급증하고 있는 복지·교육·문화·연구개발(R&D) 분야의 비중이 확대되는 것은 불가피하다”고 강조했다. 구체적으로 박 대통령은 ▶경제위기 극복과 4대 강 사업 등으로 대폭 늘어난 SOC 지출 감축 ▶R&D 예산의 성과 향상 ▶일하는 복지·맞춤형 복지 구현 ▶문화융성 구현을 위한 재정확대와 민간의 아이디어·유휴자금 활용 등을 지시했다.

 이에 따라 상당수 부처는 세출 구조조정의 태풍권에 놓이게 됐다. 특히 SOC 사업이 많은 국토교통부는 도로와 철도 등에 투자하는 예산의 대폭 감축을 기정사실로 받아들이고 있고, 농림축산식품부도 재해예방시설 부문을 제외하고는 사실상 신규투자를 중지한다는 방침이다. 국토부 관계자는 “앞으로 신규사업은 줄이고 기존 공사의 완공 위주로 투자를 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기획재정부 방문규 예산실장은 지난달 30일 내년도 예산편성 브리핑을 통해 “현재 철도 운행효율을 보면 당초 예측이 어긋난 노선이 많다”며 “수익성이 확보되지 않는 사업을 재검토하고 필요하면 진행되는 사업도 중단할 수 있다”고 했었다. 이렇게 되면 향후 5년간 정부 전체로 줄어드는 SOC 예산은 10조원대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최준호·허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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