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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의 목적은 집권 … 그게 탐욕이라면 난 탐욕 강해"

김한길(61) 민주당 대표는 무리 짓는 정치엔 재주가 없어 보인다. 그는 사석에서 “남학생이 한 반에 12명뿐인 고등학교(이대부속고등학교)를 다녔으니 동창도 거의 없고 일류대를 나오지도 않았고, (소설을 썼으니) 법조계 등등도 아니고, 감옥도 안 갔다 왔으니 운동권에 속하지도 않는다”고 말하곤 한다. 그는 건국대 정치학과를 나왔다. 김대중·노무현 대통령을 당선시킨 공신 중 한 명이지만 동교동계에도, 친노무현계에도 속하지 않았다.

 그런 그가 제1 야당의 대표가 됐다. 그가 내세웠던 ‘이기는 민주당’ 전략이 먹혀들었다. 김 대표는 “정치를 하는 이유는 정권을 잡기 위해서, 선거에서 승리하기 위해서다. 그걸 탐욕이라고 비판한다면 나는 탐욕이 강한 사람”이라고 내놓고 말한다. 그의 앞에 10월 재·보선이란 첫 관문이 놓여 있다. 공교롭게 10월 선거를 통한 정치세력화를 선언한 안철수 의원과 한판승부를 벌여야 할 판이다. 지난 15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가진 중앙일보와의 인터뷰에서 그는 “케네디가(家)의 가훈이 ‘2등은 패배’라고 한다. 선거는 그런 거다. 민주당은 지는 것은 충분히 경험했다. 안철수 세력과도 이겨야 한다”고 말했다.

안 의원이 전화하면 받겠지만 지금은 …

 - 안 의원은 민주당의 적인가 동지인가.

 “경쟁적 동지 관계다. 추구하는 바가 다르지 않으니 동지적 관계다. (안 의원이 따로 후보를 내는) 그런 상황은 경쟁적 관계다.”

 - 민주당이 10월 재·보선에서 밀리면 와해될까 .

 “지금 민주당이 아니라 변화하는 민주당과 안 의원 세력이 앞으로 어떻게 해 갈지를 비교해야 한다. 다시 말해 안 의원 세력이 갖는 현실적 한계가 있고, 새롭게 변하는 민주당이 갖는 가능성이 있다. 유권자들은 냉정하게 보고 판단할 것이다.”

 - 안 의원과는 어떤 관계인가. 안 의원은 지난해 12월 미국 출국에 앞서 김 대표에게 전화도 했다.

 “(1996년 정치를 하기 전) 방송을 진행하며 만났으니 만난 적은 오래됐다. 둘이 만나면 속내를 서로 얘기할 수 있는 정도의 관계는 된다. 그러나 개인적인 관계와 큰 정치 상황과는 별개다. 나는 인간 관계로 정치하는 사람은 아니다. 안 의원에게서 전화가 오면 받겠다. 그런데 지금은 내가 먼저 전화할 때는 아닌 것 같다. 필요한 때가 되면….”

 - 경선 과정에서 ‘김한길 대표가 되면 안 의원에게 당을 갖다줄 것’이라는 주장이 나왔는데.

 “ 김한길이 아니라 민주당을 깎아내리는 말이다. 민주당엔 모욕적인 얘기다. 민주당이 누가 갖다 바친다고 바칠 수 있는 세력인가.”

문재인 의원, 망설이지 말고 역할 해야

 - 안철수 신당이 가능할까.

 “나한테 물어봐도 나는 답을 모르지. 하지만 그건 새누리당이 반길 일이다. 민주당 역사를 보면 그것보다 더 어려운 상황도 헤쳐온 저력이 있다.”

 - 최근 문재인 의원과 만났는데 .

 “‘우리 당을 위해서 문 의원이 할 역할이 있다면 망설이지 말고 하는 게 맞다’고 했다. 문 의원도 ‘당을 위해 내가 기여할 바가 무엇인지 그렇게 하겠다’라고 동의했다. 내가 대표가 된 후 주변에서 ‘김한길이 대표 됐으니 우리 어떻게 합니까’라고 문 의원에게 물었을 때 문 의원은 ‘무슨 말이냐. 김 대표를 적극 도와야지’라고 답했다고 알려 주더라.”

 - 문재인 의원, 박원순 서울·송영길 인천 시장, 안희정 충남지사를 차기 대권 그룹으로 보나.

 “세상에서 그렇게 보는 것 아닌가. 그 점에선 새누리당에 비해 많은 자산을 갖고 있다.”

 김 대표의 선친은 김철(94년 작고) 전 통일사회당 당수다. 그는 71년 대선 후보로 나섰다가 당시 김대중(DJ) 후보에게 양보했다. 72년 유신체제가 시작되며 통일사회당은 해산당했고 75년 김 전 당수는 긴급조치 위반으로 구속됐다.

 - 부친이 사회민주주의를 꿈꿨는데 어땠나 .

 “박정희·전두환 대통령 치하에서 사회당을 한다는 게 말이 되겠나. 10월 유신이 났을 때 우리 집 식구는 5명이었는데 중앙정보부에서 나온 6명이 집에 상주했다. 우리 가족보다 그 친구들이 더 많았다.”

 - 예전에 쓴 글에선 가족에 대해 무기력한 모습을 보인 부친에게 대들었다는 내용도 있었는데.

 “(자신이 쓴 수필집 『아침은 얻어먹고 사십니까』를 가져와 부친에 대해 썼던 대목을 펼쳐 보이더니) 말이 없는 아버지였다. 평소 ‘나를 도와라’라고 말하셨던 분이 아니었다. 94년 돌아가실 때 우리 가족은 고문 후유증 때문이라고 생각했다. 돌아가시기 전에 저를 따로 불러 ‘네가 정치를 했으면 좋겠다’고 하셨다. 그게 정치를 하게 된 데 결정적이었다.”

 - 박정희 전 대통령의 딸인 박근혜 대통령과 야당 당수로 만났다.

 “선대의 불행한 관계를 이어갈 이유는 없다. 90년대 초 박근혜 대통령이 책을 내면서 은둔을 막 벗어날 때 당시 내가 진행했던 방송에 출연한 적이 있다. 한 시간가량을 함께 얘기하며 마지막에 ‘박근혜씨와 저는 동갑인데 우리는 같은 세월을 살았지만 다른 시간을 살았다. 저는 긴급조치로 감옥에 있던 아버지를 면회하며 세월을 까먹은 사람이다. 그래도 우리가 한 시간을 잘 얘기할 수 있었던 것은 좋은 일’이라고 했다. (잠시 뜸을 들인 뒤 미소를 지으며) 어쨌든 또 이렇게 박 대통령과 만나게 됐네요.”

어디든 아내가 더 인기 … 그래도 고맙다

 - 부친과 자신을 비교한다면.

 “비교는 말이 안 된다. 아버지의 무게와 내가 갖고 있는 정치적 무게는 비교될 수 없다.”

 - 박근혜 대통령도 그렇게 생각하지 않을까.

 “(잠시 생각을 한 뒤) 그럴지도 모르겠다.”

 - 김영삼(YS) 전 대통령과 DJ 모두로부터 정치 참여를 권유받았다.

 “YS가 청와대로 불러 독대를 했는데 ‘ 자네를 위해 역할을 줄 게 있다’고 했다. 그래서 ‘지금 신한국당엔 우리 아버지를 잡아 감옥에 보내고 고문한 분들이 있는데 제가 어떻게 동지라고 부르겠습니까’라고 거절했다. 직후 DJ를 서교호텔 중국집에서 만났다. DJ는 ‘자네 부친은 정치인이라기보다는 학자야’라고 했다. YS나 DJ나 모두 부친과 함께 민주화운동 했던 동지였다. 그러니 ‘누구의 아들’이라는 게 주는 신뢰 같은 게 있었을지 모르겠다. ”

 - 왜 동교동계도 친노계도 되지 않았나.

 “못한 게 아니라 내가 안 속한 거다. 인간 관계로, 친소 관계로 정치를 하는 게 나한테는 맞지 않는다. 나는 사적 영역을 다른 의원들과 공유하지 않는다. 저녁식사로 잘 어울리지 못하고, 술도 전혀 못한다. (어디에 소속되는 게) 보호막이 돼서 정치하는 데는 더 쉬울 수 있겠지. 그러나 나는 인간 관계의 돈독함을 가지고 정치를 하지는 않았다.”

 - 부인 최명길씨가 연예인이니 어떤가 .

 “후보는 난데 어디 가도 내가 뒤에 있고 그럴 땐 좀 쓸쓸하다. 다들 그쪽(최명길씨)에 줄을 서 있고 사진을 찍고 둘러싸여 있으니 비애가 좀 있다. 그러나 신랑 김한길에 대한 무한한 신뢰에 감사한다.”

 - 혹시 대권 꿈은 없나.

 “대표 경선 때 전국 다니면서 그런 꿈은 없다고 얘기했다. 정치적 야망 그런 건 없다. 진심이다.”

채병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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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급변사태와 안정화 전략’을 주제로 북한학 박사를 받았다. 국방연구원 안보전략연구센터ㆍ군사기획연구센터와 고려대학교 아세아문제연구소 북한연구센터에서 군사ㆍ안보ㆍ북한을 연구했다. 2016년부터는 중앙일보에서 군사ㆍ안보 분야 취재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