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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만7395분 뛴 아내 … 경기마다 속 태운 남편

농구선수에서 코치로 제2의 인생을 준비하고 있는 박정은과 탤런트 한상진 부부는 결혼한 지 10년이 됐다. 농구 시즌 중에는 떨어져 보낸 시간이 길고 아직 아이도 없어 여전히 신혼 같다. [용인=김상선 기자]
운동선수와 연예인 커플은 꽤 많다. 허정무(축구)-최미나(MC), 이충희(농구)-최란(탤런트) 커플을 시작으로 정조국(축구)-김성은(탤런트), 이용규(야구)-유하나(탤런트), 임효성(농구)-슈(가수) 커플이 계보를 잇고 있다.

 하지만 여자 운동선수-남자 연예인이 짝을 이룬 커플은 흔치 않다. 삼성생명에서 19년간 뛰다 최근 은퇴를 발표한 여자농구 박정은(36)과 동갑내기 탤런트 한상진이 그런 사례다.

 농구하는 여자와 연기하는 남자를 14일 경기도 용인의 삼성생명농구단 숙소에서 만났다. 인터뷰를 위해 아내의 일터로 남편이 달려왔다. 박정은은 “남편은 항상 나를 챙겨주던 아버지와 닮은 점이 많았다”고 말했다.

 2004년 결혼 당시만 해도 박정은은 전성기였다. 반면 남편 한상진은 무명이었다. 요즘은 상황이 뒤바뀌었다. “비상장 저평가 우량주인 나를 아내가 알아봤다”며 웃은 한상진은 최근 드라마 촬영으로 눈코 뜰 새 없이 바쁘다. 반면 현역 생활을 마무리한 박정은은 오랜만에 어머니와 함께 코타키나발루로 봉사활동 겸 여행을 다녀오며 재충전했다.

 1995년 삼성생명에 입단해 한 팀에서만 19년을 뛴 박정은은 수많은 기록을 남긴 채 지난 4월 은퇴를 발표했다. 태극마크 11차례, 정규리그 베스트5 9회, 여자농구 최초의 3점슛 1000개 등 그가 남긴 기록들은 화려하다. 이젠 삼성생명에서 코치로 제2의 인생을 준비 중이다.

 “아직 은퇴가 실감 나지 않는다”는 박정은은 “요즘도 훈련하러 나갈 때 유니폼을 챙겨 드는 경우가 있다. 후배들도 호칭이 언니에서 코치로 바뀌니 어색해하더라”며 웃었다. ‘만약 구단에서 시즌 중 다시 선수로 뛰어달라고 요청하면 어떻게 하겠느냐’고 묻자 박정은은 단호하게 “절대 그럴 일 없다”고 했다. “나의 공백이 느껴지지 않을 정도로 후배들을 이끄는 게 내가 할 일”이라는 게 박정은의 설명이다.

 한씨는 아내의 은퇴가 너무도 반갑다. 그는 “아내 경기를 처음 보러 간 날, 아내가 눈 주위가 찢어져 30바늘을 꿰매야 하는 큰 부상을 당했다. 그게 트라우마가 돼 아내 경기를 볼 때면 앉아 있지를 못한다. 이제는 편안한 마음으로 지켜볼 수 있게 돼 너무나 좋다”고 말했다.

 박정은은 자신이 남긴 무수한 기록 중 “최다출전 경기 기록이 가장 애착이 간다”고 했다. 큰 부상으로 3개월 이상 쉰 적 없이 매 시즌을 뛰었다는 데 큰 자부심을 느낀다. 이를 듣고 있던 한씨는 “정확히 말하면 최다출전 ‘경기’가 아니라 ‘시간’”이라며 표현을 바로잡은 뒤 “아내는 미국 메이저리그의 ‘철인’ 칼 립켄 주니어 같다. 그래서 내가 박 립켄 주니어라고 부른다”고 맞장구를 쳤다. 박정은은 프로 통산 1만7395분20초(486경기)를 뛰어 역대 1위에 올랐다.

 박정은은 은퇴를 앞두고 작은 구설에 올랐다. 지난 시즌 막판, 3점슛 1000개라는 기록 달성을 위해 삼성생명 선수들이 일방적으로 박정은에게 공을 몰아줬다는 것이다. 박정은은 “평생 운동하면서 비난이나 사건·사고에 연루된 적이 없었다. 그런데 내가 생각했던 것과는 달리 비난 악플이 많아 속상했다”며 아쉬워했다. 한씨는 이 내용에 대해 기자에게 5분 넘게 해명했다. 박정은이 왜 남편을 두고 “아버지처럼 날 챙겨준다”고 하는지 알 만했다.

 둘에겐 새로운 계획이 생겼다. 2004년 결혼한 부부는 아직 2세가 없다. 박정은은 “농구랑 살다 보니 시간이 없었다”고 했다. 한씨는 “한번은 맘먹고 세어봤더니 1년에 함께 있는 날이 60일밖에 안 되더라. 이제 여유가 좀 생겼으니 2세를 갖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다짐했다.

 부부는 “아들이건, 딸이건 무조건 운동선수를 시킬 생각”이라고 이구동성으로 말했다. 아들이면 야구선수, 딸이면 골프선수가 돼야 할 운명이다. 보통 운동선수 부모는 아이들에겐 운동을 시키지 않는데 의외였다. 박정은은 “운동을 통해 남을 배려하는 인성을 키울 수 있어 운동선수를 시키는 걸 반대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용인=오명철 기자
사진=김상선 기자

◆박정은

● 생년월일 : 1977년 1월 4일

● 신체조건 : 1m80㎝, 67㎏

● 출신교 : 부산 동주여중-동주여고(전 동주여상)

● 데뷔 : 1995년 삼성생명(프로 출범은 1998년)

● 주요 기록 : 3점슛 1000개(역대 1위)

● 출전 시간 : 1만7395분20초(역대 1위)

● 출전 경기 : 486경기(역대 2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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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급변사태와 안정화 전략’을 주제로 북한학 박사를 받았다. 국방연구원 안보전략연구센터ㆍ군사기획연구센터와 고려대학교 아세아문제연구소 북한연구센터에서 군사ㆍ안보ㆍ북한을 연구했다. 2016년부터는 중앙일보에서 군사ㆍ안보 분야 취재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