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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일기] 일본 우익 투톱의 볼썽사나운 '착한 척 경쟁'

서승욱
도쿄 특파원
①“위안부는 있을 수 없는 제도다. 강제 연행 유무에 관계없이 수치스럽다. 반성하고 확실히 사죄해야 한다. 일본엔 책임을 회피하고 정당화하려는 사람이 많다.”

 ②“위안부들의 필설로 다할 수 없는 고통을 생각하면 마음이 아프다.”

 일본의 우익 정치인들에 맞서 싸우는 양심 세력의 발언일까 싶지만 그게 아니다.

 ①번은 “위안부는 필요했다”는 망언으로 동북아를 발칵 뒤집어놓은 하시모토 도루(橋下徹) 오사카 시장의 16일 발언이다. 전날부터 슬슬 말을 바꾸더니 이날 TV에 출연해선 인권을 수호하는 착한 남자로 변신했다.

 사흘 전 “비처럼 쏟아지는 총탄 속에 몸을 내던져야 했던 (군인들의) 휴식을 위해 위안부 제도가 필요했다는 사실은 누구나 알 만한 일”이라던 때와는 전혀 다른 모습이었다. 자기 생각이 그렇다는 게 아니라 ‘당시에 그렇게 생각하는 사람들이 있어 위안부 제도가 생겨났다’는 의미였다고 말을 바꿨다. 그러면서 “강제 동원까지 있었다면 일본 국민 1억2000명이 모두 참회해야 한다”고 말했다.

 여성 유권자들이 펄펄 뛰고, 7월 선거 연대를 약속했던 타당 대표까지 등을 돌리자 마음에도 없는 변신에 나선 것이다. 발언 철회는 없었다. 위안부들에게 사과해야 한다면서도 “다른 나라들도 나쁜 짓을 많이 했는데 일본만 특별히 비판을 받는다”며 본성을 감추지도 못했다.

 ②번 발언의 주인공은 놀랍게도 아베 신조(安倍晋三) 총리다. 15일 참의원 예산위에서 하시모토의 발언에 대해 질문을 받고 이렇게 답했다. 그는 지난해부터 “자민당이 정권을 잡으면 (위안부 강제 연행을 인정한) 고노 담화를 바꿀 필요가 있다” “고노 담화는 사기꾼 같은 사람이 쓴 책이 마치 사실처럼 퍼져서 벌어졌다”며 주변국의 상처에 소금을 뿌려왔다. 하시모토의 불똥이 자기에게 튀려 하자 아베는 우익 동료인 하시모토를 내쳤다. 그동안 “마음이 잘 통한다”며 두둔했던 하시모토에 대해 아베는 “나와 내각, 자민당은 그와 입장이 전혀 다르다”고 등을 돌렸다.

 화가 난 하시모토는 “옛 위안부들에게 더 상처를 주는 건 법적인 해결이 끝났다고 주장하는 일본 정부”라며 아베를 공격했다. 볼썽사나운 두 남자가 벌이는 착한 남자 연극의 하이라이트였다.

 두 사람의 변신은 7월 참의원 선거 때문이다. 튀는 발언으로 인기를 좀 얻어보려 했다가 자칫 몰표를 까먹게 됐다는 위기감에서 비롯된 것이다. 두 남자 주연의 연극을 바라보는 기분이 씁쓸하다. 분위기만 조금 바뀌면, 표를 얻을 수 있다고 판단되면 언제든, ‘위안부는 당연한 일’로 연극이 반전될 게 분명한 까닭이다.

서승욱 도쿄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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