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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기초생활보장 이렇게 바꾸자

홍경준
성균관대 교수·사회복지학
한국은 1990년대 말 외환위기와 대량실업의 경제위기를 겪으면서 공공부조제도에 획기적인 변화를 도모했다. 2000년 전근대적인 생활보호제도를 대체하는 국민기초생활보장제도를 도입한 것이다. 국민기초생활보장제도는 근로능력 여부와 관계없이 모든 빈곤층을 망라하는 보편적인 생계급여를 보장하도록 설계됐고, 최저생활 수준에 미달하는 개별적인 필요 정도에 따른 보충급여체계를 채택했다는 점에서 한국의 복지 수준을 한 단계 업그레이드한 중요한 제도다.

 정부가 최근 기초생보제 개혁안을 제시했음에도 불구하고 아직 미진한 부분도 많다. 특히 다음과 같은 네 가지의 문제는 오랫동안 지적돼왔고 좀 더 손봐야 한다. 첫째, 사전 예방이 미흡하다는 문제다. 기초보장제도는 빈곤에 이미 빠진 빈곤층을 대상으로 하기에 긴급지원이나 차상위지원 등 빈곤에 빠질 가능성이 큰 국민을 보호하는 기능은 약할 수밖에 없다. 따라서 빈곤에 빠질 위험이 큰 국민을 보호할 수 있는 사전 예방 대책이 마련돼야 한다. 정책적 관심의 대상이 돼야 할 잠재적 표적집단의 범위를 넓혀야 하며 이를 위해서는 차상위계층의 범위를 확대할 필요가 있다.

 둘째, 한덩어리 급여의 경직성 문제다. 기초생활보장제도는 자격을 충족하는 빈곤층에게 급여를 한덩어리로 제공한다. 반면 수급자의 지위를 벗어나면 아무런 급여를 받을 수 없게 설계돼 있다. 한덩어리 급여의 경직성은 빈곤층으로 하여금 수급자의 지위에서 벗어나고자 하는 의욕을 약화하는 문제가 있다. 정부가 기초생활보장제도의 한덩어리 급여체계를 개별급여체계로 전환하기로 함으로써 빈곤층의 실제 욕구에 따라 적절한 급여가 맞춤형으로 제공될 수 있는 계기가 마련됐다. 또한 근로능력자의 경우에는 수급자의 지위를 스스로 벗어날 수 있게 일할수록 유리한 급여와 유인 체계를 마련해야 한다.

 셋째, 사각지대 문제다. 부양 의무자 범위의 축소와 부양능력 판정 기준의 조정 그리고 수급자 재산 기준 인상 등을 통해 기초생활보장제도의 혜택을 보지 못하는 빈곤층의 규모를 줄이려는 노력은 그간 지속됐지만 여전히 상당수의 빈곤층은 국민기초생활보장제도의 급여를 받지 못하는 사각지대에 남아 있다. 이를 해결하려면 부양의무자 기준을 좀 더 완화함과 동시에 개별화된 급여 각각의 성격을 고려하여 합리적인 부양의무자 기준을 마련해야 한다.

 넷째, 급여 중복과 분절의 문제다. 빈곤정책을 아우르는 종합적인 목표는 물론 컨트롤 타워가 없어 각 부처의 빈곤층 대책이 저마다 논리와 방침에 의해 수립되고 시행된 결과 각각의 급여들은 분절됐고 상호 연계는 미흡한 실정이다. 실제로 상당 규모의 예산이 투입되고 있음에도 국민의 정책 체감도는 낮고 효과는 약한 이유다. 국민기초생활보장제도를 비롯한 한국 공공부조제도를 총괄할 수 있는 조직, 가령 이미 법에 의해 설치 운영되고 있는 중앙생활보장위원회의 정책조정 기능이 강화될 필요성은 여기에 있다.

 지난 1~2년 동안 대한민국에선 복지가 선거 과정에서 중요한 이슈로 등장했다. 하지만 여당과 야당이 지난 선거 과정에서 제시했던 복지 청사진 속에는 중첩과 공통의 요소 또한 적지 않다. 복지의 기본이라 할 수 있는 빈곤층의 생존권을 보장하는 복지제도, 즉 복지의 최소 강령이자 최후의 안전망이라고 불리는 공공부조의 개혁에 관한 것은 특히 그랬다. 기초생활보장제도의 패러다임을 바꾸자는 데에는 여야 간에 별다른 의견 차이가 없다. 이는 국민의 생각을 반영하는 것이기도 하다. 기초생활보장제도가 시행된 지도 어느덧 13년이나 지났다. 이제는 정부가 개혁안을 착실하게 실행할 일만 남았다.

홍 경 준 성균관대 교수·사회복지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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