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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위대한 개츠비', 남성 셔츠를 다시 보게 하다

영화 `위대한 개츠비` 의 한 장면. [사진 워너브라더스코리아]


1920년대 미국 뉴욕 롱아일랜드. 궁전 같은 저택에서 매일 파티가 열린다. 넘쳐나는 술과 음식, 화려한 차림으로 북적이는 사람들. 저택 주인 개츠비는 건너편에 사는 데이지가 파티에 올 날만 고대하고 있다. 남의 아내가 된 옛 연인을…. F 스콧 피츠제럴드의 동명 소설을 영화화한 ‘위대한 개츠비’가 16일 국내 개봉한다. 바즈 루어만 감독이 리어나도 디캐프리오(개츠비 역)와 손잡은 영화로, 속물스러운 당시 미국 사회를 풍자하고 있다.

디캐프리오의 '개츠비 룩' 에 주목



이 영화로 때아닌 개츠비 열풍이 부는 곳은 서점가만이 아니다. 패션계 이목도 쏠려 있다. 세계적 패션 브랜드들이 영화 작업에 참여해 현대판 복고풍이라는 화두를 던졌기 때문이다. 특히 남성복에선 셔츠에 주목해서 봐야 한다. 디캐프리오는 영화 속에서 끝이 길고 뾰족한 셔츠 칼라를 핀으로 양 옆을 고정해 나온다. 재즈 시대를 풍미했던 핀 칼라(pin collar)가 현대로 툭 튀어나온 것이다.



루어만 감독은 영화 ‘위대한 개츠비’의 미술·의상 감독을 맡은 부인 캐서린 마틴에게 “1920년대 상류층의 화려한 의상을 재현해달라”며 “향수만 불러일으킬 게 아니라 현대적이고, 섹시하고, 본능적인 분위기를 살려달라”고 요구했다고 한다. 현대판 복고풍을 주문한 것이다. 이를 완벽하게 구현하기 위해 여성 의상은 프라다, 남성 의상은 브룩스 브러더스, 장신구는 티파니가 맡았다.



 영화 속에서 디캐프리오가 즐겨 입는 핑크색 양복은 브룩스 브러더스가 19세기 후반 자료를 근거로 만든 것이다. 분홍 정장보다 더 튀는 게 셔츠다. 사랑을 되찾기 위해 갖은 수단을 동원해 거부(巨富)가 된 디캐프리오는 늘 넥타이 밑을 가로지르는 핀으로 드레스셔츠의 칼라를 고정한다. 셔츠 핀은 그동안 국내에선 찾아보기 힘들었다. 그러나 브룩스 브러더스는 영화 개봉에 맞춰 개츠비 라벨을 단 핀 칼라 셔츠를 국내에 출시했다.



 미 남성복 업계는 핀 칼라의 귀환에 열광하고 있지만 사실 이 같은 개츠비 룩(look)은 일부 마니아 사이에선 꾸준히 사랑받아 왔다. 미 패션디자이너 톰 포드는 최근 IHT와의 인터뷰에서 “30년 이상 핀을 사용해왔다”며 “남성이 달 수 있는 액세러리가 많지 않기 때문에 취향을 드러내기 위해 활용한다”고 말했다.



 톰 포드는 최근 자신의 남성복 라인에서 핀 칼라를 선보였다. 또 20세기 초반 유행했던 끝이 둥근 클럽 칼라(club collar) 셔츠도 지난해 다시 선보였다. 라운디드 칼라(rounded collar)로도 불리는 이 모양은 1800년대 중반 영국 사립명문 이튼 칼리지의 드레스코드 중 하나로 시작했다고 한다. 패션을 좀 아는 남성이 남과 다른 개성을 뽐낼 수 있는 아이템으로 꼽힌다. 그러나 얼굴이 동그랗거나 목이 긴 사람에게 클럽 칼라는 잘 어울리지 않다는 게 전문가들의 충고다.



드라마 `그겨울, 바람이 분다` 에서 조인성은 다양한 셔츠와 멜빵으로 복고풍 스타일을 선보였다.
남성 셔츠는 크게는 정장 수트에 어울리는 드레스셔츠와 캐주얼 셔츠로 나뉜다. 하지만 칼라의 모양·길이·높이는 매우 다양하다. 우영미 솔리드옴므 디자이너는 “국내에 셔츠가 도입된 것은 1881년 전후”라며 “당시 수신사나 신사유람단 자격으로 일본에 파견 갔던 서광범 등이 양복을 사 입고 돌아와 물의를 일으켰다”고 했다. 신격호 롯데 회장의 단골 양복점으로 알려져 있는 서울 소공동 롯데호텔 피닉스의 장세규(52) 실장은 “1970년대 셔츠는 무조건 하얀색이었고 칼라는 폭 5인치(12.7㎝)에 끝이 뾰족했다”며 “그러다 80년대 중반에 엄청 좁아져 칼라 폭이 2~2.5인치로 줄었다”고 회고했다. 이후 폭이 조금씩 늘어나 3인치 정도인 스탠더드 칼라가 기본이 됐다.



 2000년대 접어들면서 남성 수트는 전반적으로 슬림해지고 길이가 짧아지고 있다. 남성들이 외모에 관심을 가지면서 몸에 잘 맞는 핏(fit)을 중시하게 된 것이다. 이런 경향에 따라 수트 안에 입는 셔츠도 몸에 붙는 스타일이 인기를 끌게 됐다. 이태원의 맞춤셔츠 전문점 해밀톤셔츠의 양무선 대표는 “요즘 젊은이들은 피팅감을 가장 중요하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해외에서도 마찬가지다. 지난 10년간 남성 의류에서 나타난 가장 큰 변화가 몸매에 맞는 핏을 중시하는 양상이다. 이탈리아 남성의류 브랜드 브리오니의 고아라 홍보팀 대리는 “요즘 드레스셔츠는 슬림 핏(slim fit)이 인기”라고 말했다. 미국 등에선 이보다 더 몸에 딱 붙는 엑스트라 슬림 핏의 매출 증가세가 높다. 영국 셔츠업체 찰스 티릿의 창업자 닉 휠러는 IHT와의 인터뷰에서 “엑스트라 슬림 핏이 인기를 끌면서 셔츠 칼라는 작아지고 있다”며 “단지 작아지는 데서 그치지 않고 핀 칼라와 페니 칼라(penny collar) 등 다양한 칼라 모양이 등장하고 있다”고 말했다.



 과거 유행했던 칼라 모양이 다시 돌아온 것이다. 반면 80년대 미 월가 금융인의 유니폼처럼 여겨지던 윈체스터 칼라(Winchestar collar)는 인기가 뚝 떨어졌다. 윈체스터 칼라란 셔츠 색과 칼라 색이 달라 콘트래스트 칼라(contrast collar)로도 불린다.



브룩스 브라더스가 내놓은 `개츠비 룩` 남성 셔츠. [사진 브룩스 브라더스]
피닉스의 장 실장은 “과거 셔츠는 속옷으로 받아들여졌다”며 “이런 인식 때문에 양복 소매 밖으로 튀어나오는 소매나 겉으로 드러나는 칼라만 깔끔하면 된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젠 완전히 달라졌다. 셔츠 자체로 남성이 자신의 매력을 드러낼 수 있는 시그니처 아이템으로 자리 잡은 것이다. “정장이나 캐주얼 모두에 다양한 연출이 가능한 기본 아이템이면서도 개성을 나타내기에 좋기 때문”(우영미 디자이너)이라는 설명이다. 넥타이를 매지 않는 노타이가 대중화하면서 셔츠 위상은 더 올라갔다. 에너지 절약을 위해 일본이 2005년 시작한 쿨비즈(시원한 정장 차림)가 국내에 유입되면서 2007~2008년 무렵 비즈니스 캐주얼 열풍이 불었다.



 남성 액세서리의 대표 격이던 넥타이가 사라진 V존(목에서부터 재킷의 첫째 단추까지를 이르는 말)에서 셔츠가 당당히 주연급으로 올라서게 된 것이다. 신세계의 남성전문편집숍 분더샵 맨즈 클래식의 최영중 매니저는 “단추를 한두 개쯤 풀어놓은 셔츠는 기존 V존 안에 폭이 좁고 긴 V라인을 새로 만들어 냈다”며 “남성적인 섹시함과 부드럽고 세련된 매너를 동시에 지닌 남성을 뜻하는 위버 섹슈얼을 표현하기도 한다”고 말했다.



 이처럼 넥타이를 아예 매지 않거나 스카프를 셔츠 안에 매는 방식으로 비즈니스 룩이 바뀌자 셔츠가 다양해졌다. 기성복 셔츠전문브랜드 셔츠 바이 시리즈의 송경호 대리는 “요즘 남성 직장인들은 애프터 6(오후 6시 이후)를 고려하기 때문에 정장 안에 캐주얼한 느낌의 셔츠를 받쳐 입은 뒤 퇴근 후 무난하게 사교활동을 즐긴다”고 소개했다. 우영미 디자이너도 “최근 인기 있는 셔츠는 캐주얼한 스타일”이라며 “활동성이 좋은 스트레치 소재나 플라워 프린트 등 과감한 컬러와 디자인을 적용한 셔츠가 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또 “과거 남성복은 트렌드라고 부르기도 어색할 만큼 획일화돼 있었지만 요즘은 다양한 스타일이 공존한다”고 덧붙였다.



 유인영 패션 스타일리스트는 “2013 S/S(봄·여름) 컬렉션에선 남성도 여성스러운 느낌이 나게 옷을 입는 경향에 따라 스탠딩 칼라(차이나 칼라)가 많이 등장했다”고 말했다.



 자, 이제 뚜껑은 열렸다. 영화 ‘위대한 개츠비’의 개봉이 개츠비 룩의 인기로 이어질지, 아니면 그저 영화 속 의상으로 그칠지 개봉 박두다.



글=김성탁·윤경희 기자

사진=김경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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